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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7월호 | 특집 ]

어떤 공방제품으로 만들것인가?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56:24
  • 수정 2018-02-19 10: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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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공방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제언

어떤 공방제품으로 만들것인가?

글/사진 구자룡 iGoo공방 대표

 필자는 전문적인 기고가가 아니므로 미흡하게나마 필자의 공방운영 경험을 토대로 집필했다. 어떤 공방제품을 만들 것인가는 도예를 선택하고 공방운영을 결심한 이상, 계속하게 되는 고민이다. 하지만 그 답은 공방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도예공방을 준비하는 이들이 공방도예가들을 찾았을 때, 물가와 원자재비는 상승했지만 그릇 값은 10년 전과 다르지 않아 생업으로 영속(永續)하기란 무척 힘들다라는 푸념과 육체적으로 고단한 일을 왜 시작하려 하느냐라는 권고를 간혹 듣게 된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비쳐 시작 자체를 망설이거나 포기하게 한다. 정말 그럴까? 해답을 구하기 위해선 우선 공방을 왜 시작하려 하는가에 대한 본인의 구체적인 생각이 있어야한다. 그것은 소득을 위한 단기간의 공장체재 공방으로 시작할 것인가, 평생 직업으로 장기간의 사업계획을 갖고 수공체재의 공방으로 시작할 것인가 등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어 제품생산방식과 도예공방 운영방법에 대한 숙고(熟考)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공방운영에 있어 시장생리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시장조사는 필연이며 공방의 특성화를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특히 작가가 만든 그릇에서 비롯된 제작자 위주의 안일한 사고 등은 버려야 한다. 이러한 이해와 분석이 있어야 만 어떤 공방제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답 찾기를 시작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한 기존도예가의 푸념 중 변하지 않는 그릇 값에 대한 것은 이렇게 이해하자. 공방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일반 제조업체의 제품과 다르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소비자들의 성향이 업체의 다양한 노력(제조가의 하락, 유통비용 절감 등)에 의한 저렴하고 양질의 제품을 기대하므로 제품경쟁력을 위해선 낮은 가격으로 생산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유사제품을 쉽게 볼 수 있거나 비슷하더라도 경쟁제품과 비교해 특이한 점이 없다면 저렴한 제품만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릇 등의 생필품으로 대량생산방식을 취하거나 유행에 민감한 일반적인 공방제품은 필연적으로 가격경쟁을 하게 되므로 그릇 값은 오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들은 대체로 생명주기가 짧아 지속적으로 디자인과 품질개선을 위한 업그레이드(upgrade)를 해야 하며, 단기간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라인과 유통망 등을 필요로 한다. 또한 공장체재의 생산방식이 적합하나 대부분의 도예공방이 영세하여 대량생산방식을 갖췄다 하더라도 대단위의 생산라인과 기획, 디자인팀을 갖춘 공장과 경쟁하려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물량에 의한 대량생산 방식은 개인 공방제품에 불리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대량생산 방식의 장점은 단기간에 많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고 자금의 회전이 빠르다.

 하지만 생산과 경영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야하고 운영자의 사업적인 수완을 요구하므로 이에 취약한 도예가들은 하청업체로서나 숍(Shop)의 물량주문에 끌려 제품을 만들게 되고, 무리한 양의 제품생산으로 몸은 고단하지만 팔리더라도 이윤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더하게 된다. 그러므로 대량생산방식 공방으로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기존업체에서 생산하는 품목 보단, 이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대규모 생산라인의 구조상 제작하기 힘든 제품, 즉 틈새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생명주기가 짧아 반짝 상품이 될 수밖에 없어 지속적인 제품개발을 해야 하는 부담은 있다. 결국, ‘어떤 공방제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적은 인원과 기업에 비해 여러 면에서 열악한 도예공방구조의 특성에 적합한 생산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소량생산에 의해 도예공방에서만 만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제품이 어떤 것인가를 찾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소량생산은 소비자의 기호에 따른 구매욕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다품종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제품의 생명주기도 길어져 공방에 적합한 생산방식이다. 단 물량이 적으므로 부가가치가 비교적 높으면서도 소비자가 많이 찾을 수 있는 품목을 선택해야하며, 이는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이더라도 공정이 복잡하거나 제작자의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한 제품이거나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제품 그리고 대량으로 제작할 수 없는 수공제품을 선택해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시작하는 이에겐 공방경험이 부족해 이러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운영자는 근시안적이기 보단 멀리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간혹 빠른 자금회수를 위해 저렴한 품목과 물량에 의한 생산방식으로 공방을 시작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 공방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이르렀을 때, 생산방식을 바꾸려 해도 거래처와의 가격마찰과 새로운 생산설비와 거래선을 찾아야하는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존방식을 유지해 나가다 결국은 과도한 노동으로 폐업하게 되기 일쑤다. 이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시작이 힘들더라도 충분한 검증기간을 거쳐 도예가의 손맛과 숨결을, 소비자에게 정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하며 경륜을 쌓아야 한다.

 그리해 공방이 안정기에 이르렀을 때, 비교적 적은 양을 만들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여유시간에 소비자와 도예를 통해 교감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람직한 도예인의 상이 아닐까? 이는 미래를 준비하고 노력하는 도예가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 물레작업에 의한 수공제품으로 도예가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성형시 자연스레 생기는 나선의 모양을 그릇의 안과 밖에 보이도록 했으며, 되도록 가볍게 제작하여 사용자가 공방그릇에서 갖는 무게의 부담을 덜게 했다. 그릇의 손잡이 등도 일일이 수공으로 성형하여 사용이 편리하게 함은 물론, 소비자에게 일품으로서의 가치와 도예가의 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또한 다양한 식사문화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현대인의 식생활이 퓨전(Fusion)화를 지향하는 특성을 반영했다. 이와 같은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전시회와 숍에서의 방문객과 소비자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생산방식과 대략적인 품목이 결정되었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장의 세분화를 통한, 목표 소비자층을 선정하고 이에 적합한 제품을 제작해야 한다. 공방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생활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 이에 대한 요구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생활이나 정신 속으로 들어간다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며, 다만 그들의 생활유형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함으로써 유추해 볼 수 있다. 간혹 ‘이 정도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본인 스스로 만족해하고 ‘내가 보기엔 참 좋은데 왜 않쓰지?’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제작자 위주의 사고이다. 요행히 소비자 의도와 일치한다면 선택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원하는 소비자층이 어떠한 경향의 가구와 인테리어를 즐긴다면 이에 적합한 도예제품만을 선택하지 제작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제품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 필자는 이점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는 적이 가끔 있는데, 그때마다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자질을 키워라”라고 답한다. 이는 많이 보고, 느껴야 이뤄지는 것이다.

 매년 3월경이면 곳곳에서 페어(서울 리빙디자인 페어, 경향 하우징 페어, 전원주택, 도자기축제(5, 9월경) 등)들이 열린다. 이곳에는 다양한 업체들이 그해에 유행할 수 있거나 주력상품들을 내놓게 되어 전체적인 디자인의 흐름이나 새로운 제품과 재료, 소비자의 성향과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생산자는 목표로 하는 소비자층의 가정을 직접 방문할 수 없으므로 그들이 즐겨찾는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제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한 후 즐겨찾는 이유를 느껴봐야 한다. 그리고 관련도서를 읽음으로 정보와 간접경험들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이상과 같은 방법은 소비자의 성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다면 이를 토대로 시제품을 제작하고 사용상의 문제점을 보완한 후, 비교적 완전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수공이고 그들의 기호에 근접할지라도 생활에서 사용되지 못한다면 제품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그릇을 예로 들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작자가 직접 사용해봐야 한다.

 음식 담기가 편한지, 담은 음식이 모양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음식과 반응하여 그릇이 탈색되거나 배어있는지는 않은지, 음식을 담고 그릇의 이동이 편리한지, 설거지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그릇장에 수납할 때 잘 포개지는지 등의 실용적인 면과 상차림에서 음식을 돋보이게 하고 사용자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가구를 비롯한 다른 상차림 도구들과 잘 어울리는 지, 단미로 놓았을 때 돋보일 수 있는지 등의 미적인 면을 실사용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보완하여 다양해진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에 사용할 수 있는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디자이너는 현재를 퓨전(Fusion)의 시대이며, 가까운 미래엔 포스트 퓨전(Post-Fusion)의 시대가 올 것이라 한다. 이는 우리가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앞으론 이러한 문화에서 자라난 세대들이 소비의 주체로 등장하는 미래가 될 것이라 한다. 또한 많은 미래학자들이 앞으로의 시대는 문화산업의 시대라 한다. 문화는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며,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맞춰 상품화된 문화를 그들에게 공급하고 그러한 경험들을 팔고 사는 시대가 될 것이라 한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도예공방 운영은 시대에 맞는 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운영자는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으로 제품을 계획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약력

·휘문고 졸, ·경희대 도예과, 대학원 석사과정 졸 ·한성대 전자상거래 창업전문가과정 수료 ·KDC공모전 금상 비롯 다수 공모전 수상 ·개인전 2회 ·단체전 10여회 ·경희도예가회, 전업도예가회원 ·상명대학교, 여주대학 강사 ·발자국 소리가 큰아이들(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강사 ·현, 이구도예공방 대표(www.igoo.co.kr) 노미도예공방의 접시세트 iGoo 도예공방의 도자 상차림 전시 iGoo 도예공방의 도자 상차림 전시 토담도요공방의 제주토산품을 응용한 커피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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