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순의 찻그릇전 2002. 6. 26 ∼7. 9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 본관갤러리 2층
운치와 청아함이 느껴지는 찻그릇 글/조현주 (재)공예문화진흥원 전시유통부장
차의 그윽한 향과 맛은 우리에게 바쁜 생활 속에서 여유와 평안한 마음을 선사해준다. 특히 건강에 부쩍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차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호품이다. 또한 차를 사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그와 더불어 다기(茶器)들이 사랑을 받고있다. 다기(茶器)의 종류의 다양함은 기능과 용도에 따라 분류가 되며 작가의 조형의지에 따라 수많은 형태들로 탄생한다. 중국이나 일본의 엄격하고 인위적인 다도(茶道)와는 달리 우리 나라의 다도(茶道)는 자유로운 형식과 편안함이 원칙이다. 또한 일본의 다도(茶道)는 수많은 격식과 형식들로써 하나의 전통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듯하다. 이렇듯 동양의 3국은 각국마다 다른 생활 습성과 지역적 특성처럼 다도(茶道) 또한 형식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물론 다기(茶器)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다기는 기능에 따라 제작되어지며 잔이 무척이나 조그마한 것이 특성이다. 또한 일본은 다도의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써 다기의 종류 또한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다.
계절별로 마시는 찻잔이 다르며 지방의 특성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에 반하여 우리나라의 다기는 편안한 형태감과 크기를 가지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차를 마시며 마음의 순화를 가능케 하며 생활 속의 또 하나의 기품을 선사한다. 김갑순의 찻 그릇 또한 이러한 우리의 정서를 벗어나지 않고 매우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보여준다. 그는 흙으로 찻 그릇을 제작하면서 자신이 몸소 사용함으로써 정형화된 크기와 형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에 가장 적합한 이상형의 다기들을 제작해냈다. 그래서인지 그의 차 그릇을 모으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다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 콜렉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비단 국내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써, 여행 올 때마다 그의 작품을 찾는 매니아 층이 생성된다. 우리는 그가 흙으로 빚어내어 제작한 차 그릇을 보노라면 운치와 청아함을 느끼게 한다. 흙을 만들어 꼬박을 만들고 그것을 물레에 얹어 하나하나 빚어낼 때마다 항상 새로움을 보며 감성을 느끼게 된다. 특히 작가는 차 그릇들을 만들면서 차 그릇을 대하고 만져볼 그 사람을 위해 배려하게 된다.
입이 기물의 전에 닫을 때의 느낌은 어떠한지? 차의 온도는 얼마나 지속이 될는지? 또 다관(茶館)과 찻잔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편안한지, 불편한지? 이 외에도 많은 요인들이 작가로 하여금 차 그릇을 제작할 때 쉼 없이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하며, 편안치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의 인고와 배려로써 태어난 차 그릇들은 사용하는 이에게 더없이 훌륭한 명품으로써 아낌을 받는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분주함과 끊임없는 욕망을 떨쳐버리고 모든 것을 떠나보낸 마음으로 차 한잔을 기울인다며 우리의 삶은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으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이에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이 편안한 다기(茶器)이며 김갑순의 다기는 거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언제나 흙을 처음 대했던 그때를 생각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위하여 정진하는 작가의 삶에서 우리는 차의 그윽한 향내와 맑음을 느낄 수 있으며 앞으로 작품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