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수가화랑. 금강공원 입구를 지나 조금 들어가면 왼편에 감각적인 노출 콘크리트 외관의 건물이 보인다. 조금은 차가운 듯한 느낌의 화랑건물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나무 테이블과 의자너머로 시원해 보이는 넓찍한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너머로 6월 초여름비에 젖은 붉은 벽돌건물과 푸른빛 정원 일부가 눈에 언뜻 들어온다. 창 곁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시야 정면에 작품을 위한 벽 하나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전시실을 향한 복도가 1층과 2층 중간에 다리가 놓여있다. 계단, 다리, 전시실, 또다시 다리, 계단, 창가, 수가화랑의 내부는 공간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아기자기하지만 평안함이 있는 공간이다.
도자기 전용관 마련
1999년 문을 연 이곳은 대부분 회화중심의 전시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오래간 상설전시되고 있었던 윤광조 도예가의 작품과 지난 봄 열린 <사발 4인전>은 이곳 화랑이 도자기와 단절되지 않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또한 얼마전 새롭게 마련된 도자기 전용관에서 6월 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이번 <일백인 사발전>에 이어 앞으로는 도자기 전시가 활발히 이어진다고 하니 부산지역 도예가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존 본관 건물 옆 붉은 벽돌건물의 도자기 전용관은 이전에 김영숙 관장의 가족이 거주하던 공간이다. 거주공간을 옮기면서 이곳을 도자기 전용관으로 꾸미게 된 것. 70m2가량의 동양적 공간배치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이곳의 첫전시는 <일백인 사발전>. 단국대도예연구소와 한국사발학회가 매년 전국의 도예가 100명의 작품을 모아 전시·판매하는 행사로 부산에서는 처음 선을 보였다. 화랑 본관건물에서는 한국사발학회 제9회 사발공모전 수상작들이 함께 선보여 더욱 다양한 사발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김영숙 관장은 “도자기에는 오래전부터 늘 관심이 있었다, 부산지역에 도자기를 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기쁘다”라고 전했다.
수가 아카데미
수가화랑에서는 《작품 감상의 기본》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3월 22일 박종훈 교수의 《작품의 실제적 정의》에서는 조선의 그릇들, 사발의 이해를 통해 좋은 그릇을 보는 눈에 대한 강의와 6월 28일 김이석 영화평론가의 《인상주의와 자연주의》라는 주제로 장 르느와르의 영화세계에 대한 강의까지 총 여덟번 진행되었다. 앞으로도 미술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요소까지 폭넓은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강의들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간에서 느끼는 다양한 아름다움
수가화랑은 부산지역 10대 건축물로 꼽혔을 정도로 꼭 찾아가 볼만한 아름다운 공간이다. 도자기 전용관을 지나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만나는 별관에는 까페가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다. 건물과 건물사이마다 야무지지만 자연스럽게 꾸며져 있는 작은 정원들은 이곳 관장의 소녀같은 심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치자나무와 나지막하게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와 함께 어우러지는 조각품들은 전시를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공간마다 느껴지는 마음의 기쁨을 더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