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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9월호 | 작가 리뷰 ]

도예가 김인선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12:39
  • 수정 2018-02-19 1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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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인선

‘도시이미지’ 13년간 줄곧 작가의 작업화두

도시 삶속에 내재한 인간의 진솔한 모습 찾아내

도예가 김인선(43세)은 대학에서 처음 흙과 인연을 맺고, 1989년 개인전에서 처음 작품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13년간 줄곧 작업의 화두를 ‘도시이미지’로 가져온 작가다. 한 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관해 “김인선의 ‘도시’에는 도자문명을 통해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고뇌와 정신적 방황, 문명에 대한 비판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도시이미지’ 역시 결코 외면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 도시의 삶 속에서 내재된 인간의 진솔한 모습을 찾아내고 그 카타르시스를 대중들에게 호소하고자 하는 작가적 해석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한다.

김인선씨의 작업공간은 ‘도시’라는 작품의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은 경기도 양수리 근처의 전원(田園)에 마련되어 있다. “도시라는 작품 주제와는 상반된 주변환경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 의외군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작가는 “도시밖에 있으니 도시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겨 작품 구상하기엔 더없이 좋다”고 한다.

 작가의 작업실이 자리한 이곳은 2년 전 그가 처음 들어와 둥지를 튼 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작업장을 방문했다가 주변경관에 반해 한 채씩 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후 이곳은 108평 대지에 들어선 5채의 전원주택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김인선씨의 작업실을 들어서니 올 7월 가졌던 5회 개인전에 선보였던 작품 몇 점이 과거 작품들과 함께 바닥에 줄지어 놓여 있고, 작업대 위에는 초벌 작품 10여 점이 가마로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작품들은 마치 마추비추(잉카문명의 성지로 표고 2,280m 고지에 건설된 공중도시)와 같은 황폐한 도시의 잔해와 같은 느낌이다. 눈에 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다른 시기에 제작된 것이지만 ‘도시’라는 동일한 주제를 지니고 기하학적인 형태와 기법 등의 일관성이 있다.

유럽의 보존된 고성과 상반된 한국전쟁,

산업화로 파괴된 도시 작품에 응용,

유럽여행경험에서 주제 이끌어내

 김인선씨는 학창시절 다녀온 유럽여행에서 경험하고 깨달은 ‘도시’의 이미지를 기억해 내거나 한국전쟁의 이미지를 자료수집, 연구해 그 결과를 자신의 작품에 응용한다. 오랜 문화가 축적된 유럽의 아름다운 고성과 그에 상반되는 한국의 전쟁과 산업화의 발달로 전통문화가 파괴된 도시의 건물이 작품의 기본 주제이다. 10여 년간 같은 주제를 지니고 있는 작품의 일관성에 관해 작가는 “제 성격이 단순한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한가지에만 몰두 할 수 있는 열정과 욕심이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그 이유는 흙과 처음 인연을 맺은 작가의 학창시절에서 확인된다. 김인선씨는 대학입학을 위해 조소과를 두 번이나 지망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서울산업대학교 금속공예과 82학번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금속공예과 진학 이후 흙에 대한 미련으로 복수전공제도를 이용해 동대학 도예과에서 수강하다 4학년에는 전과(轉科)했다. 그는 “두 차례의 대학진학 실패와 전공을 바꾸게 돼 동기들에 비해 도예입문 시기가 늦어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작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작가는 학부졸업 후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해 도자조형에 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의 대학원 졸업논문 주제는 ‘도판의 회화성과 실용성에 관하여’였다. 당시(1988년) 는 국내는 올림픽행사를 치르면서 경기가 활성화돼 아파트 건축붐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작가는 연구작품의 초점을 새로운 주택양식에 어울리는 미술품에 맞췄다.

87년 1회 개인전 ‘도시이미지’응용한 기하학적 도판 평면작품

91년, 95년 2, 3회전

규모와 표현방법에서 많은 변화시도,

‘도시’작품통해 관람객 도예계에서 새 관심 불러 일으켜

작가는 1987년 서울 후화랑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이 전시에는 ‘도시’ 이미지를 응용한 기하학적인 도판형식의 평면작품을 선보였다. 첫 전시의 작품에 관해 김인선 씨는 “당시만 해도 주택의 실내에 걸려있는 미술품 대부분은 서양화, 동양화, 서예 등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용성과 회화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자 예술품인 벽에 걸 수 있는 도판에 대해 연구,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91년 서울 관훈동의 한선갤러리와 95년 서울 상계동의 미도파갤러리에서 가진 2, 3회 개인전에서는 규모와 표현 방법에 있어 많은 변화를 시도한 작품을 선보였다.

둥근원을 기본 틀로 하고 그 안에 도시 이미지를 구성한 작품과 1m가 넘는 반입체적인 크기의 ‘도시’를 사실적으로 또는 추상적으로 표현해 전시장 바닥에 설치한 작품은 새로운 영역의 작품세계를 경험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3회 개인전에 선보인 작품에 관해 서울산업대 한길홍 교수는 “작가는 흙의 속성을 이용한 수작업으로 압인, 선각 등의 기법을 통해 표출된 거친 질감을 의도적으로 강조해, 회화적 표현에 의한 작의의 흔적으로 자유롭게 전개했다. 또한 건축물의 이미지에 대한 표현이 거칠고 확대된 감은 얼핏 남성적인 작업으로도 연상될 수 있으나 여성의 섬세함과 정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사진1>

영국 웨일스대 대학원 유학으로 새재료 새기법 시도

2000년 4회 개인전 영국 모델하우스 갤러리서 가져

 작가는 3회 개인전 이후 자신의 작품에 관한 주변의 적지 않은 격려에 용기를 얻었다. 그 격려들은 그에게 38세의 늦은 나이에 영국 유학길을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98년 영국 웨일스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2년간 자신이 추구해온 작업방향에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시도했다. 2000년 영국의 모델하우스 갤러리 초대전으로 가진 4회 개인전에서는 그간 원이나 세로로 세워둔 작품틀의 형태가 가로로 길어진 형태로 변형된 작품을 선보였다.

직사각형의 틀 안에 담긴 도시 이미지는 마치 황량한 느낌의 도시 풍경화 같다. 특히 볼 클레이(Ball Clay)와 차이나 클레이(China Clay)를 섞어 성형된 작품의 표면에 스프레이 한 표현은 소성 후 나타나는 갈라짐 효과로 황량한 도시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사진2> 이 전시는 한 영국인 관람객이 비디오로 그의 작품과 전시장 분위기를 촬영해가 가족과 상의 후 다시 찾아와 그의 작품을 구입해 가는 등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02년, 5회 개인전

‘도시 이미지’작품 20여점 선보여

인간 스스로 파괴하고 남은 잔흔과도 같은

모습에서 영혼이 부재한 삶 도시이미지로 보여줘

 5회 개인전은 올해 7월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가졌다. 이 전시에는 지금까지 작가가 경험하고 연구해온 다양한 도시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 20여 점이 선보였다. 작품들은 ‘도시의 변형 시리즈’를 비롯해 ‘잊혀진 도시 시리즈’, ‘그리이스의 꿈’, ‘중세 도시의 이미지’, ‘웨일즈 성의 이미지’, ‘지중해에서’ 등의 제목에서 보여지듯 세계 곳곳의 다양한 ‘도시’가 담긴 것으로 전시장의 바닥과 벽면에 설치되었다. 큐레이터 장계현씨는 김인선의 작품에 관해 “작가의 도시이미지는 인공적인 환경을 파괴해 버린 인간의 삶은 어찌 보면 SF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인류의 파멸이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이 만든 창조물로써의 인간이 도리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결정체라고 할 도시를 전쟁 등으로 인해 파괴해 버리고 남은 잔흔과도 같은 모습에서 영혼이 부재한 삶을 도시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김인선씨는 현재 중앙대와 용인송담대에서 시간강의를 맡고 있다. 강의를 위해 학교를 가는 날이면 ‘도시’에 관한 자료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서적에서 찾은 도시의 그림이나 사진 그리고 자신이 직접 본 기억을 이용해 스케치하며 작품을 구상한다. 그의 작업은 대부분이 판상 성형이다. 일일이 방망이로 두드려 작업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지난 7월 가진 개인전 직후, 그는 오른팔과 손을 많이 사용해서 인지 요즘 들어 작업을 좀 많이 한 날은 손에서 쥐가 나고 오른팔에 마비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도예는 나에게 노동이라는 고된 시간을 요구하면서 또한 노동에 대한 기쁨을 주고 더 열심히 살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다. 몇 개월간 흙을 외면한 후 흙을 대하면 손이 낮설게 느껴지는 것이 싫다. 흙은 나의 필연적인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hitel.net 1995년 공산 미술제 입상작, 설치작품 <사진1>환상의 도시를 표현하기위해 라쿠소성한 작품, 3회 개인전 <사진2> 갈라지는 땅의 표면의 질감을 표현한 작품, 4회 개인전 거실에 놓인 최근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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