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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9월호 | 특집 ]

분청사기는 현대도자상차림과 어울리는 것인가?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10:14
  • 수정 2018-02-19 16: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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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도자와 현대도자상차림의 접목 가능성 진단

분청사기는 현대도자상차림과 어울리는 것인가?

글/사진 최혜림 (재)광주요도자문화연구소 디자인 실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인류는 불과 100∼200년 전까지도 끼니걱정을 하며 살았다. 서구유럽의 경우 약200년 전만 해도 몇몇 왕족과 귀족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평민들은 야채죽과 약간의 빵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50년 전 만해도 전쟁 후 기아와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었음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일부 기아국가와 난민을 제외하고는, 생계의 문제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며, 오히려 과식과 비만에 대한 문제해결이 시급해진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자연스레 식생활과 식생활문화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식문화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매일 인쇄되는 요리관련 서적과 인쇄물, 활발하게 생겨나는 식생활 관련 단체, 연일 방송되고 있는 요리관련 방송은 이러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서양의 경우 요즈음 화려하게 테이블 세팅된 양식식탁 위의 빛나는 커트러리나 와인 잔 등도 불과 2∼3백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었으며, 우리의 상차림만 보더라도 기본이 되는 요소인 그릇의 경우에 음식을 담는다는 고유기능에 충실함만으로는 더 이상 사용자 및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게되었다. 음식을 조리하여 그릇에 담아내는 사람에게도 이 그릇은 단지 보기 좋고 먹음직스럽게 담아내는 용기로서만이 아니라 담겨지는 음식으로 표현코자하는 조리인의 미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소품 이어야하며, 더 한층 나아가서는 그릇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형태적이나 질감으로도 무한한 가능성 갖는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갖게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식생활 환경의 변화는 음식의 양과 질의 변화뿐 아니라 그것이 담기는 식기에 대 한 개념의 변화, 더 나아가 그 그릇이 놓여지는 식탁의 변화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이것이 도자식기를 생각할 때 또한 분청을 생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요점일 것이다.

 하나의 유물과 한 시대의 유물 경향을 놓고 우리는 역사적 측면, 고고학적 측면, 재료적 측면, 미적 측면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 분청 또한 이러한 경우의 수만큼 해석이 가능할 것이겠지만, 본 글은 분청이 갖는 가능성과 의의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내 일상생활과의 연관성을 찾는 관점에서, 그리고 전통에 대한 박제적 해석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시기에 분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을 던지는가?

- 분청 제품은 고유색감이 갈색 혹은 회색으로, 이는 우리 눈에 매우 친숙한 흙색에 가까운 색상으로 자연 친화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기호에 적합한 색상이라는 점이다.

- 이러한 색감을 기초로 한 분청 중에서 정성스럽게 새겨진 인화문 이나 섬세한 상감기법으로 장식된 분청은 매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는데, 유행과 상관없이 늘 한결같은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층의 기호에 잘 맞는다. 중성적인 아름다움과 품위를 갖는 이 분청 식기류는 조선초기에 관청용 식기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 박지 기법으로 장식된 분청은 화장토를 긁어낸 부분과 남아있는 부분간의 강한 색상대비를 장식 효과로 사용하는 기법으로, 한 눈에 강한 매력을 줌으로써 강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현대인에게 선호 되어왔다.

- 다음으로는 철화로 자유분방하게 그림을 그려 넣은 철화분청과 다소 거친 태토 위에 순간의 기운으로 붓 자국을 내본 귀얄 분청이 있는데, 그 활달한 이미지로 인하여 분청 중에서도 가장 자연미가 두드러진다. 이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서 자연으로 되돌아가려는 욕망이 점점 더 해 가는 현대인의 바램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기법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분청은 그 자체가 갖는 색감과 고유한 기법 안에서 매우 다양하고도 현대적인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이 그 특징이며 이것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교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하여 가장 활발하게 계승되면서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청이 갖는 잠재력 상품적 가능성 위에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감각을 적용하여 우리의 공간과 음식에 맞게 디자인되어 제작된 것이라면 당연히 현대 우리의 식탁 위에서 훌륭한 그릇으로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미 분청은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지고있다. 때로는 고상하게, 때로는 과감하고도 자유 분방하게, 그리고 때로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을 식탁으로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약력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 독일 니더라인 미술대학원 졸 광주요 “아름다운 우리 식탁전´(1, 2, 3회) 전시기획참여 현, (재) 광주요도자문화연구소 디자인실 책임연구원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과 강의 분청목부용문 반상기세트 회청인화문 다기세트 분청산딸문 사각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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