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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0월호 | 작가 리뷰 ]

도예가 박동엽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2:54:46
  • 수정 2018-02-20 16: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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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박동엽

푸레도기 기법에 소금가마 소성작가

유약없이 보다 더 흙으로 자연으로 가까워지기에

“프로는 자신의 일이 일상이 되고 자기작업에 묻혀 살아야한다”고

 도예가 박동엽(40)은 푸레도기 기법을 이용해 성형하고, 소금가마 번조를 하는 작가이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작업실 앞마당에는 지난번 작업실에서 옮겨온 내화벽돌이 쌓여 있다. 창고건물에 꾸며놓은 60평의 작업실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제자리에 놓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천장이 높은 창고건물을 2층으로 개조해 전시실로 꾸몄다. 지난 4월 통인화랑에서 열렸던 6회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과 소품들이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유약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가마를 이용해 소성한 작품들 뿐이라 화려하지 않지만 흙과 소금만으로 만들어져 그대로 자연스럽다.

박동엽 작가의 작업실은 다른 도예가들의 작업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시유를 하기위한 유약통이 보이지 않고 도예장비가 아닌 전기톱이며 각종 해머, 스패너 등의 공구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유약통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가 소금가마 작업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각종 공구는 그가 손수 자신의 작업공간을 꾸미고 작업도구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2층 전시실도 직접 H빔을 용접하고 나무를 사다가 올렸다. 요즘은 가마를 짓기 위해 도면을 그리고 재료를 구비하느라 분주하다.

옹기형태 같으면서도 거친 표면에

장식 푸근히 드러나

내작품 조형으로 여기는데

보는 사람은 기(器)로 여겨

 박동엽 도예가는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물레를 배우기 위해 요장의 물레대장, 옹기대장 등을 찾아 다녔고 뿐만 아니라 용접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자신의 머리속에 작업을 실제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다.

 기술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이 그가 추구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인지 그의 작품은 옹기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전이 안으로 말려있고 분장과 박지기법이 소금으로 소성한 거친 표면아래 푸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나는 내 작품을 조형물로 여기는 데, 보는 사람들은 기(器)로 여깁니다. 입구가 열려있다고 해서 기가 된다는 생각은 형식의 하나입니다. 나는 입구가 열려있다고 해도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을 기라고 구분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학원 졸업당시 조형작품으로 석사학위청구전을 준비했었고 이후 7년 가량을 분청작업을 해왔다. 분청작업이 안정적으로 되어갈 무렵 보다 더 흙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 싶어져 소금가마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 소금소성을 하기 위해 직접 가마를 지었을 때의 벅찬 감흥을 기억한다. “처음 가마를 짓고 들뜬 마음으로 불을 지폈는데 불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 번을 시도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가마를 고쳐짓고 제대로 불을 지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얻은 경험은 내가 쏟은 비용, 시간, 노력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초벌 유약 없이 성형한 건조기물 바로 본불

1250℃서 소금투척 기물 표면에 신기한 유리질형성

 박동엽도예가의 소금가마작업은 초벌을 하지 않고 유약도 사용하지 않고 성형해 건조한 기물을 가마안에 재임하고 바로 본불에 들어간다. 가마온도가 1250℃에서 1300℃사이에 가마안에 소금을 투척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소금(염화나트륨)이 가마안에서 염소가스로 바뀌어 기물 표면에 유리질을 만들게 된다. 주로 사용하는 흙은 청자소지와 분청소지로 소금소성은 고온에서만 유리질이 형성되기 때문에 기물이 가마안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화력을 높은 사질 점토를 혼합해 사용한다. 타래를 말아 타렴질과 수레질을 해 성형하는 옹기기법을 사용하며 전의 마무리가 독특하다. 의도하고 계획해 전을 마무리하기보다는 몸의 형태를 의도해 만들다가 몸통의 느낌에 어울리는 전을 즉흥적으로 찾는다. 성형 후 화장토로 분장하고 박지, 상감 등의 기법으로 문양을 넣기도 한다. 문양도 정형화 되지 않고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백자토는 규석이 많아 소금을 흡수하지 못하고 철분이 많은 청자토, 분청토가 소금을 잘먹는다. 소금을 잘 먹은 기물의 표면은 귤껍데기처럼 잔 점이 생기고 사용한 소지에 따라 검고 붉고, 노랗다. 소금에 코발트를 섞어 사용했을 때의 작품들은 기물의 아랫부분에 푸른빛이 감돌아 색다른 느낌이다.

작업장 이사 전에 사용하던 가마는 1.7루베 규모로 한번 소성하는데 40㎏의 소금이 사용된다. 가마에 소금을 투척할 때는 가마의 굴뚝과 입구 양쪽에 투입구에 일시에 소금을 넣고 투입구를 막는다.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편입니다. 화학염으로 된 맛소금이 염전소금보다 염화나트륨 순도가 높아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사용해본 적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화학염은 염전소금처럼 염소가스가 되지 않고 플라스틱처럼 녹아버린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마 하나를 망쳤습니다.”

98년 호주 P·C·L갤러리 60평 전시실 꽉채워 관객 경악

생활이 작업이고 작업이 일상될때 무심의 작품 나와

 1998년은 호주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박동엽씨는 그곳에서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제 5회 개인전을 꼽는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호주의 갤러리들을 찾아다니며 개인전을 열어주기를 청하던 중에 맬번에 위치한 P.C.L 갤러리에서 전시하게 됐다. P.C.L갤러리는 전시장이 60여평 규모로 박동엽 도예가는 3∼4개월 동안 작업해 개인의 작품으로 전시장 전체를 채워 현지 관계자들이 놀라워하기도 했다. “작업은 즐거워야 합니다. 내가 하는 작업을 내가 즐기지 못할 때 다른 사람에게 즐기기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도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바라보며 느끼고 즐기려 노력한다. “프로는 자신의 일이 일상이 되어 자기가 하는 작업에 묻혀 살아야 합니다.” 작품을 만들어 돈을 벌고 명성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기 힘든 게 현실이지만 생활이 곧 작업이 되고 작업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만들어지는 무심한 작품들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크기가 큰 작품을 좋아해 주로 큰 기물들을 많이 작업하는 편입니다. 아직까지 내 작품에 다른 사람의 손이 가는 것을 싫어하고 성형은 물론 재임까지 나 혼자 할 수 있습니다.”혼자서 2m정도의 작품은 충분히 작업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 더 많이 작업하고 싶은 욕심이다. 현재 건국대학교 공예학과에 출강중인 박동엽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선생으로서 학생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일인 동시에 자신을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물레를 못 차는 학생이라고 해서 그 학생이 능력이 없는 학생은 아닙니다. 제각기 갖고 있는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동엽씨는 “자신이 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지정된 디자인의 제품을 주문받고 주문받은 대로 제작하는 것이 당장은 공방 운영에 도움은 될 수 있으나 작가에게는 작업이 괴로워지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작업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자기노선을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충고한다. 서희영기자 rikkii77@hotmail.com 전시실의 주전자들 엇비슷한 높이의 사각병이 제각기 다른 색을 띤다 (31×31×40)“내작품은 조형물 입니다” (61×61×92) 화장토를 바른 표면이 소금소성으로 묘한 색을 띤다 (40×40×115) 망간으로 그림을 넣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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