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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월호 | 작가 리뷰 ]

정신적 오브제 권영식
  • 편집부
  • 등록 2008-03-05 16:40:24
  • 수정 2008-12-24 17: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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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오브제 권영식
글 정영숙 아트플렛폼 세인 아트디렉터


예술에 있어 상징象徵설은 예술가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예술가의 감성과 주관에 의해서 지각된 대상을 기호화, 상징화 시킨 것을 말한다. 동양의 미학에서는 외부의 자연은 내부 주체의 정감에 감응해 서로 교접하여 심물합일心物合一, 물아일체物我兩忘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을 예술의 최고 경지로 말한다.
권영식 작가의 작품 표현방법은 사물과 교감하는 감응을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다. 풀잎과 골동품들에게 오감五感을 느끼는 작가는 모든 생물에는 영혼이 존재한다고 생각한 원시문화의 정령주의精靈主義, 즉 애니미즘Animism사상이 깊게 깔려 있다. 『원시문화Primitive Culture』를 저술했던 타일러는 애니미즘에서 보면 생명이 없는 대상은 아무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영과 더불어 산다고 본다.
이러한 애니미즘를 토대로 작가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자연과 사물과의 관계, 자연과 자연과의 관계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이 교류하는 상황을 조형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실에는 세계 여행을 통해 수집한 골동품, 조개껍질, 파이프들과 우리나라 전통민화와 책자 등이 빼곡히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사물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특별히 자리한 소품들로 작품에 중요한 오브제로써 자리한다.       
오브제의 양상은 예술가에 의해 발견 되어져 예술작품으로 전시되는 오브제와 공업생산품을 그 일상적인 장소에서 전시공간으로 배치하여 본래의 기능성을 배재하는 독립된 오브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주로 사용한 이미지 표상으로써의 오브제로 구분된다. 조약돌, 조개껍질, 나뭇가지 등을 오브제로 사용한 발견된 오브제의 양상이 권영식 작가의 오브제와 유사성을 띄고 있다. 또한 그가 선택한 오브제는 삶의 태도가 반영된 정신적 오브제이다.
그렇다면 그가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얻고자 했던 조형미, 입체미 등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어지는가. 초현실주의자들이 잠재의식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동기술법, 데파이즈망기법 등을 개발하여 표현방식의 확장을 이루었듯이 작가는 작품 제작 방식에서 동일한 방법을 찾아 갔다. 작품 제작 프로세스는 크게 오브제(나뭇잎, 파이프 등) 실물을 석고형으로 제작하는 방식, 오브제(잡지, 신문, 드로잉 등)을 조형적으로 구성하여 스캐닝, 레이저 조각을 한 후 석고형으로 제작하여 완성하는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다. (1)과 (2)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일반 점토에 닥지를 첨가한 Paper Clay기법이 사용된다. 그 결과로 인해 도자회화 작업에서도 사각의 외형선이 한지의 종이 외형의 선처럼 유기적인 선을 얻어낼 수 있고 두께 또한 최소한 얇게 할 수 있어 캔버스와 비슷한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제작 방식을 통하여 작가는 회화성이 돋보이는 도자회화와 식물 형상을 연상케 하는 반원형의 용기用器를 제작하였다.
먼저, 작가가 표현한 도자회화는 먹색의 농담 효과를 살린 수묵화와 담담하고 엷은 채색의 느낌을 가미한 수묵담채화와 같다. 오브제의 적절한 사용과 엷게 바른 유약의 농도가 서정적이고 시적인 감흥을 일으키게 한다. 까다롭고 긴 작업 공정을 거쳐 만들어낸 도자의 새로운 시도이자 회화성의 획득이다. 회화로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방법이며, 서양의 작가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동양 정신이 가미된 독특한 조형방식이다. 다음으로, 용기用器로 제작한 작품은 공예의 기능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산업도자와 조형조자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이기에 가능한 형태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에 발표한 5,6회 개인전과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도 큰 성과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 작품에 비해 오브제의 입체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있다. 그로 인해 평면과 오브제가 조화를 이루어 오히려 깊은 공간감을 끌어내고 있다. 다음으로는 색채의 변화이다. 기존 작품이 백색 중심의 단일색이었다면, 이번 일부작품에서는 백색 안료에 코발트를 적절하게 섞어 엷은 회색빛의 감돌게 함으로써 오브제와 전체 화면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어 오래된 골동품류의 오브제의 성질과 유사함이 엿보인다.       
자연과의 교감, 사물과의 기억은 새로운 작업의 원천이며, 작가의 삶이다. 기존의 도자제작방식을 탈피하여 독창적인 작품제작을 위해 실험정신을 놓치지 않는 작가에게서 개인의 삶의 태도가 새로운 작품을 이끌게 하는 큰 원동력임을 새삼 확인한다.

도예가 권영식은 생활에 쓰임이 있는 오브제 및 테이블웨어와 실험적인 작업을 주로 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는 Mutual Response(감응·感應)라는 일관된 주제로 자연주의적 성향의 다양한 표현형식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다. 
오는 11월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풀잎, 나뭇잎, 조개껍질과 주변의 낯익은 물건들과 일상의 기록인 신문 등을 콜라주 형식으로 구성하여 자연과 사물, 자연과 인간과의 교감을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저고부조低高浮彫와 음각陰刻의 도판陶板에 청회색조의 수묵화와 같은 회화성이 강한 작품 특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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