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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월호 | 작가 리뷰 ]

석천의 회고전에 부쳐...윤태운Yoon Tae Woon
  • 편집부
  • 등록 2007-11-07 16:48:22
  • 수정 2008-12-24 17: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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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천의 회고전에 부쳐...
윤태운Yoon Tae Woon
글 조이현 도예가

80년대 초, 많은 도예인들이 이른바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의 법고法古에 매달려 있었을 때에도 석천은 오히려 창신創新에 주력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야말로 전통을 창조적으로 넓혀가는 것이며 결코 옛것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가 그때 열정적으로 집중하였던 분야는 유약과 번조였는데, 그것들을 통하여 전통에 변화를 주고자하였던 것이다.
그가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지문이 다 닳아 없어졌을 정도로 유약을 거르고 수십 가마를 버리며 실험을 수없이 반복했으나 수고는 많고 얻은 것은 없었던, 때로는 허망함을 느끼기도 하던 시절이었다.”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에게는 한 가지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 존재했는데, 그 때문에 가끔은 괴로워했다. 회화적 재질에서 그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내가 귀중한 인생의 한때를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로, 도공으로서의 작업적 공황에 빠져 방황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때론 그가 “나는 반쪽자리 도공이다”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는 한때 Ceramic Lamp Stand 전문디자이너로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경제적으로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LPGA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와 PGA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대회 우승트로피를 전통도자기로 만들어 세계 언론으로부터 각광을 받기도 했는데, 이것은 아마 그가 최초로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외도에서 얻어진 순간적 성공일 뿐 그가 진정 가고자 하는 길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무슨 마지막 열정의 불꽃을 사르려는 양 작업에 몰두하기에 궁금했는데 회고전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는 겸손한 사람이다. 예술가적 도예인연하는 것에도 서툰 사람이다. 그보다 도자기를 더 잘 만드는 이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나본 이들 중에 그보다 도자기를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는 보지 못했다. 한국도자기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하여 그보다 더 크게 관심을 쏟거나 마음쓰는 이를 만나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도자기란 무릇 기技와 혼과 열정의 산물이다. 몰입, 긴장, 인내 그리고 수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혼과 열정의 산물이며 몰입, 인내 그리고 수고의 결과물임을 확언한다. 그의 작품들에서 그의 인격이 보인다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손기정선수가 아테네에서 마라톤우승으로 받은 투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동유 한 점이 눈에 띈다. 그 녹슨 푸르름에 반해, 수 없는 실패 끝에 얻은 작가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는데 내게도 깊은 감동을 주어 오랫동안 바라보며 감상한 적이 있다. 태고의 신비가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 같은 것이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목물레를 사용해 성형했다고 한다.
무위적 자연스러움은 거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일 것이다. 과일은 다 익은 듯 만 듯 한 상태에서 그 맛을 낸다. 「박지연어문병」에서는 대지의 빛깔이 보인다. 「연어문편병」에서는 바야흐로 물고기가 연못에서 일약 솟아올랐다. 모두 그윽하고 수더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장작가마 번조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혜적 선물이다. 도자기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의 작품들에서 석천이라는 한 도예인의 사람됨과 그가 제작에 기울인 열정과 그 한 점 한 점의 내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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