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존재하는 힘에 귀 기울이다
Y o o n S o l :: 윤 솔
글 장윤희 본지기자
세상에는 창조된 수많은 자연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레 이들을 눈에 담으며 살아간다.
많은 작가들이 그 아름다운 형상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기도 한다.
어떤 것이든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영역이 있다.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며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어오며 수많은 생명체들이 끊임없이 자라나고 있다.
여기에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생명의 근원이 존재한다. 도예가 윤솔(32)은 이것에 귀 기울인다.
입시준비를 하며 화실의 연필 냄새가 좋았다는 작가 윤솔. 고등학교 국어교사이자 오랜기간 동양화를 그려 오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가족과 어디를 갈 때면 스케치북을 챙기곤 했다. 부친의 미적 감각을 닮아서인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1995년, 서울대학교 공예과에 진학한다. 흙의 유연한 물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도자전공을 선택하고 2002년 졸업한 그는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에서 2년간 일하며 200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작업의 열정에 대한 고민을 수없이 반복하다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흙과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고 있는 그는 지난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올해 8월 1일부터 10일까지 <꿈꾸는 껍질>이라는 타이틀로 첫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윤솔은 생명의 상징인 씨앗을 모티브로 삼아 세포의 프랙탈Fractal적 이미지를 담은 껍질까지 파헤치는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다. 생명을 지닌 씨앗은 무수한 세포들의 분열과 증식을 통해 떡잎을 펴고 잎을 피우며 꽃을 피워낸다.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에 있어 세포의 증식, 즉 생성과 복제, 분열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움직임으로 생명체는 자라나는데 이런 움직임은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것이 껍질이다. 따라서 껍질이 갖는 두 가지 성격은 생명의 본질, 보호막, 생명의 집이자 생명의 원형인 것이다. 윤솔은 이 모든 과정을 그의 작품에 표현해 내고자 했다. 작품의 내부와 외부 패턴 작업을 시작으로 유닛Unit의 결합을 통한 견고한 작업에까지 변화 발전시켜 왔다.
작업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형과 번조시 발생할 수 있는 균열의 문제가 있었다. 이것은 성형시 내화성이 높은 소지와 결합시 정확한 재단을 필요로 했다. 다양한 소지를 시도해 본 결과 실크 화이트에 내화도가 높은 알루미나를 첨가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윤솔은 앞으로의 작업에 있어 새로운 컬러와 설치작품만큼의 큰 사이즈를 꿈꾼다. 유닛 결합물로써의 흙이 어떤 구조까지 가능한지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 하지만 하중문제로 인한 흙의 한계를 놓고 고민할 때면 자연스레 흙을 떠나보고 싶은 생각도 한다. 그는 가끔 흙이 흙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유연성이 있어 다루기 좋은 재료이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방 말라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작가는 성격이 나빠지기도 하고 차분해 지기도 한다. 윤솔에게 흙이란 자신을 단련시키는 도구인 셈이다.
지난 달 가진 <꿈꾸는 껍질>전은 그동안 참여해 왔던 단체전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같은 분야의 관련인 뿐만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쪼개서 전시장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는 일반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힘이 되었다. 9월부터는 모교에서 조교로 일하게 된다. 새로운 포지션에서 올해 말 경 있을 단체전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단체전에서는 개인작품의 색깔을 확실하게 하되 소재를 자유롭게 할 예정이며 작업의 전반적인 진행에 있어서 단계와 방향을 잡아 나가는 기회의 역할이 될 것이다. 작가 윤솔 안에 잠재된 보이지지 않는 조용한 힘.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끊임없는 그 무한한 힘이 앞으로의 전시마다 작품으로 드러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