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3. ~10. 19. 수연목서 갤러리

나는 물레 앞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흙을 빚는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꽃’이라는 매개체가 있다. 피고 지는 찰나의 생명력을 지닌 꽃은 나에게 고요함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일깨우는 존재이다. 이러한 감각은 차를 우리는 시간과도 닮아 있다. 잠시 머물며 향을 음미하고, 마음을 비우는 그 순간처럼.
이번 전시 《고요의 공간》은 꽃과 차도구를 매개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머무름의 미학을 담아냈다. 기물들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내가 느낀 고요와 빛의 찰나를 담는 그릇이 되었다. 흙의 결, 유약의 흐름, 손끝의 온기 속에서 피어난 형태들은 마치 한 송이 꽃처럼 공간 안에 조용히 스며든다.
글∙사진.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