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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9월호 | 실습/재료 ]

도자회화 CERAMIC PAINTING_무필연침 기법 (1)
  • 안영경 미술학 박사
  • 등록 2025-09-30 16:14:41
  • 수정 2025-09-30 16: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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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필연 그리고 인연


무필연침無筆沿浸, the Brushless Infiltrating 기법은 안료의 흐르고 번지는 효과를 우연적인 요소로 이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분수分水 기법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붓의 영향력을 줄이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흐르고 번지는 효과를 적절하게 작가의 의도 속으로 가져오는 새로운 기법이다. 새로운 기법은 창조적이지만, 이것이 기존의 기법 보다 더욱 발전적인 창작의 수단이 되는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독일의 미술사가인 빈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 1717∼1768)은 양식에 따라 작품을 분류하여 현대 미술사를 정립한 인물이다. 그는 미술이란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미술을 만들어내는 문화가 바뀜에 따라 함께 변화한다고 보았다.1) 무필연침 기법은 빈켈만이 말한 것처럼 문화가 바뀌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기존의 분수 기법처럼 지나치게 크고 굵은 붓으로 채색을 하면 안료의 흐름을 제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무필연침 기법은 위의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안료 디스펜서와 가는 붓 등의 도구를 활용 하여, 안료의 흐름과 번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림1)


그림1. 안료 디스펜서의 예


‘무필연침’의 ‘연 ’은 ‘흐르다’의 의미이고 ‘침 ’은 ‘번지다’는 의미이다. 삶을 살다 보면 여러 이유로 때와 장소에 따라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번지는 순간들을 만난다. 안료가 흐르고 번지면서 작품을 만들 듯이, 우리 인생도 눈물이 흐르고 번지면서 우리 삶을 만들고 인연을 쌓아가는 것이다. 무필연침은 세상을 우연과 필연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의 세계를 넘어서 존재하는 ‘인연의 세계’를 꿈꾸는 기법이다. 그래서 무필연침이 만들어내는 작품 속에는 모란이 개구리와 만나고, 시들어가는 꽃이 피어나는 꽃과 조우하면서 삶과 죽음의 긴장마저도 따뜻한 인연으로 쌓여가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고,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눈물이 서로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공간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두 갈래 길 가운데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갖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의 길 너머 꿈속의 길을 꿈꾼다. 그리고 꿈은 우리의 삶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흐르고 번지게 하는 우리 인생의 정화, 즉 카타르시스의 역할을 한다. 무필연침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 모두 우연도 아니고 필연도 아닌 인연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서로를 꿈꾸게 만드는 장치이다. 꿈을 꾸다 보면 모란 속에서 나를 닮은 개구리를 만나기도 하고, 시들어가는 꽃 속에 감추인 채 새롭게 피어나는 나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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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리 슈나이더 애덤스, 『미술사 방법론』, 박은영 역, 서울하우스, 2014, 43쪽.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9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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