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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월호 | 전시리뷰 ]

《김유정, 하남에 머물다》_2025.7.18.~8.1.
  • 차윤하 기자
  • 등록 2025-09-02 15:33:10
  • 수정 2025-09-02 15: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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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8. ~8. 1.(연장) 하남문화재단 전시장



읽는 대신 머무는 감정


2025년 7월, 하남문화재단 전시실은 하나의 작은 문학 마을이 되었다. 『봄봄』, 『동백꽃』, 『산골 나그네』 등 서정성과 해학을 오가던 김유정의 소설 세계가, 도자기와 설치, 서예와 연극, 시민의 목소리로 다시 피어났다. 《김유정, 하남에 머물다》 는 김유정을 기리는 데서 출발했지만, 정情이라는 감정을 매개로 문학과 도자의 접면을 새롭게 연출한 복합예술 실험이었다. 그 중심에는 도예가이자 기획자인 유승현이 있었다.


전시 기획자 유승현 작가


유승현은 김유정의 후손이다. 문학촌을 조성하거나 기념비를 세우기 보단 감각의 방식으로 김유정을 다시 읽었다. “왜 내가 이 전시를 하게 되었을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어요. 단지 후손이어서가 아니라, 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에게 반응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번 전시는 협업과 질문의 과정이었다. 작가들을 직접 만나고, 작품의 방향성을 조율하며, 문학이라는 주제를 향해 정서를 모아갔다. “작가들은 자기만의 것을 내려놓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실험했어요. 그런 흔적이 남은 전시라면, 그걸로 충분해요.” 유승현은 그렇게 말했다.


우광제, 최승애 作


전시는 <유정되기>, <유정찾기>, <유정보기>라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각각 김유정 문학이 지닌 감정, 시대성, 동시대성과 연결되는 키워드로 설계됐다. 조명 아래 고립된 작품들의 나열보단 감정에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낭독과 필사, 시선과 행위가 개입되는 참여형 구성을 택했다. 동백꽃을 들고 포즈를 취한 아이들의 사진이 전시장에 남고, 시민들이 손으로 쓴 김유정의 문장들이 텍스트의 장면으로 전시 되었다. 문학은 전시의 재료이자, 감각의 매개가 되었다. 유승현은 “이번에는 층을 낮추고, 문학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며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낭독하는 자리와 같은 감정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공간 연출을 특히 신경썼다.

유승현은 이번 전시에서 종의 형상을 빌려온 「사유하종」을 선보였다. 실질적인 소리를 내지 않는 종. 그러나 그 내부에는 1년간 수집한 전기 가마의 열선 잔해가 수십 가닥 얽혀 있다. 고열에 구부러지고 끊어진 열선은, 작가에게 ‘울림 이전의 정적’을 형상화하는 매개였다. 이 설치물은 김유정의 문학 처럼 여운을 남긴다. 글이 시간이 쌓인 흔적이라면, 도자 역시 불의 시간을 견디며 형태를 갖춘다. 유승현은 “문학이 시간을 담는 방식이 도자와 닮아 있다”고 말한다. 이 전시는 그 유사성의 물리적 구현이었다.


김유정예술연구회 作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8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모든 과월호 PDF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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