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공예 관련 부서가 문화체육관광부 내 ‘시각예술과’에서 ‘전통문화과’로 이관되었다. 단순한 조직 이동처럼 보이지만, 이 변화는 정책 방향, 지원 구조, 문화 인식의 축까지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전환이다. 나는 이 사안을 결코 행정적 편의나 절차적 변화로만 보지 않는다. 이 논의는 '국가는 문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더 큰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관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지 ‘전통문화과’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공예는 이미 전통과 현대를 함께 아우르는 영역이며, 현재의 공예 진흥 정책은 현대 공예를 중심으로 산업적 생태계를 구축해온 과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공예가 ‘전통문화’라는 틀 속으로 이동한다는 건 정책적 정체성의 혼동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현대 공예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미 우리는 공예문화산업진흥법(2014)과 전통문화산업진흥법(2024)이라는 두 개의 법률 체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두 법이 개념적으로 겹치고, 때로는 상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적 중복이 행정 체계와 정책 집행에 혼선을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예정책의 방향이 더욱 불분명해지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오해다. 나는 국가가 문화를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지원이다. 문화는 창작자와 시민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국가가 문화의 기획자가 되어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은 따라와야 하는 구조가 된 듯하다.
나는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BTS라는 대표 사례를 자주 언급한다. BTS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다. 첫째, 디지털 환경을 적극 활용해 유튜브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소통을 시도했다. 둘째, 그들의 음악은 전통 국악이 아닌 팝Pop음악이다. 셋째, 가사의 주제는 한국적 정체성보다 보편성과 공감을 중심으로 한다. BTS는 민간에서 스스로 성장했고, 국가의 주도적 지원 없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이 BTS를 K컬처 대표 사례로 드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 성공은 국가의 간섭 없는 자율성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21세기의 문화 환경은 더 이상 20세기의 관치官治 구조로는 대응할 수 없다. 지금은 시민사회와 시장이 중요한 문화의 축이 되었으며, 국가의 역할은 이 둘 사이의 공정한 생태계를 보장하는 데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정부가 임의로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재벌 기업을 키웠고, 보호무역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적 자율성과 시민 주도의 생태계 없이는 창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6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모든 과월호 PDF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