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소멸과 생명성 담아낸 조각 「Realm of Living Things 19」
2025년 로에베 공예상Loewe Craft Prize의 영예는 일본 조각가 쿠니마사 아오키Kunimasa Aoki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티센-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에서 열렸으며, 아오키는 상금 5만 유로(약 7,850만 원)와 함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수상작 「Realm of Living Things 19」는 아오키 특유의 테라코타 조형 기법이 집약된 작품으로, 왜곡된 시점과 비정형의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아나모픽anamorphic 조각이다. 전통적인 코일링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 조각의 문법을 흙이라는 원초적 재료를 통해 끌어낸 시도에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흙이 시간, 중력, 열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하면서도, 그 안에 생명력의 흔적과 파괴의 순간을 동시에 담아낸다. 표면의 갈라짐과 균열, 왜곡된 형상은 단순한 형태의 파괴가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기능한다. 심사위원단은 “재료가 지닌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놀라운 기술력과 감각적 절제를 통해 깊은 사유를 끌어내는 작품”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쿠니마사 아오키의 이번 수상은 전통 기법에 기반을 두면서도 실험적 조형 언어를 끌어낸 공예 작가의 태도에 주목하는 동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동양의 조형미가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