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쓸모와 아름다움을 알리는 축제, <2024 공예트렌드페어>가 지난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되었다. 19번째를 맞이한 이번 페어의 주제는 ‘일상 명품, EXTRAORDINARY OBJECTS that shine in my life’으로,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가치를 더하는 공예품의 특징을 담아내었다. 사람들은 공예품을 감상의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일상 속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각별히 여긴다.
2023년 개최되었던 공예트렌드페어와 크게 달라진 점은 다시 돌아온 주제관이다. 2023년에는 18년간 이어온 공예트렌드페어의 아카이브 형태로 페어를 구성했다면, 이번 페어에서는 “자연의 선線, 마음의 선禪”이라는 제목으로 주제관을 구성했다. 주제관 전시총괄을 강재영 디렉터가 맡았는데, 강재영 디렉터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밀라노 한국공예전 감독을 맡은 바 있다. 이번 페어에서는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핵심요소로 선線을 꼽았다. 빗살무늬의 선, 한옥의 추녀와 배흘림기둥이 만드는 자연적 형태의 선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주제관에는 이은범 작가의 도자 작품, 이창화 작가의 주전자, 천우선 작가의 옻칠을 한 굵은 철사로 곡선을 만들어 쌓아 올린 기Vase까지 선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제관은 한국공예의 미감이 어떻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지 그 선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2024년에 눈에 띄는 또다른 섹션은 신진공예가관Emerging Craftsmen이었다. 새롭게 떠오르 고 있는 동시대 공예가들을 한 장소에서 만 나볼 수 있었다. 특히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아트페어의 역할 중 하나라고 한다면 2024 공예트렌페어의 신진공예가관이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특히 세밀한 작업을 하는 공예가의 작품을 가까이서 살펴 볼 수 있고 전위적인 설치 공예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신진공예가들이 작가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이번 페어의 중요한 변화였다.
국제 공예페어로서의 발돋움
이번에는 특히 아시아 국가와의 국제적 공예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가 도드라졌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에 기반한 공예기관, 갤러리의 참가가 주를 이루었다면 2024년에는 대만, 일본,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의 공예기관이 참가하면서 다양한 국가와 국제 네트워킹을 구축하려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2017년부터 공예트렌드페어와 함께 한국의 젊은 공예가를 발굴하고 있는 마루누마 예술의 숲Marunuma Art Park과의 협력 관계 역시 공고해 보였다. 다카시 무라카미도 거쳐간 레지던시인 마루누마 예술의 숲에서는 이번 페어에서 유재웅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대만에서는 두 곳이 참가했는데, 국립 대만공예연구발전센터National Taiwan Craft Research and Development Institute와 어싱 웨이Earthing Way 갤러리가 대만의 공예진흥 사례와 독창적인 공예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먼 미얀마의 띤THIN, 띵THINK은 한국 공예전문가와 협력한 결과물인 코이 카-미얀마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연결성이 강한 아시아 지역의 다채로운 공예 문화를 한 자리에서 살 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러한 국제적 네트워킹 강화는 해외 기관의 한국 진출을 돕는 한편, 한국 공예가의 해외 진출이나 수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KCDF는 수출입 등 행정 업무 전문가들과의 상담 부스를 마련해 공예가, 공방의 해외 진출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 데이였던 12월 12일에는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공예트렌드페어가 국제적인 공예 페어로 성장하고 있었다.
사진. KCDF 제공
‘전통을 모던하게’
2024 공예트렌드페어 하이라이트
고리 스튜디오 Gori Studio
백자가 오브제로 소비되지 않고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잘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램프를 만들었다. 달항아리의 형태에서 모티프를 따와, 테이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문 자Moon Jar 램프를 처음 만들었다. 전구를 구연부에서 위로 띄운 구조로 만들었는데 오래 켜두어도 도자기에 열이 전도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부분이다. 백자를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영리한 변화였다.
@gori_ceramic
이영주 세라믹 스튜디오
도자기로 한국 전통 양식의 주심포 기둥을 만들었다. 특히 공포를 구성하는 부재를 모두 따로 만들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이러한 방식의 도자기 기둥은 실제로 기와 지붕을 받치고 있던 주심포 기둥의 역할처럼 무게를 잘 분산시킬 수 있다. 집의 뼈대이기도 한 기둥들을 보면서 이영주 작가는 기둥 하나하나가 사회를 받치고 있는 개인의 모습으로 보였다. 이영주 작가에게 기둥들은 익숙해서 가치를 쉽게 깨닫기 어려운 디자인인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들인 셈이다.
@l_wye_j
우기원
1인 가구를 위한 일상 차도구를 만든다. 특히 다기의 형태는 전통적인 외양을 따르되 도자기에 그린 장식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호작도 모티프에서 호랑이를 고양이로 바꾸는 식이다. 또한 소백산의 여우 복원 프로젝트를 다기에 그려 넣었다.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영주 소백산의 현재를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다기가 일반적인 다구에 비해 작은 편인데 1인 가구가 혼자 찻자리를 가질 때 사용 하기 좋은 크기로 만들었다. 전통적인 형태와 현대적인 감성, 현대인의 라이프스 타일을 교차시키는 작업이었다.
@cosmos_porcelain
백자일상
이정현 작가는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무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특히 끝없는 정진을 의미하는 파초문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차도구와 식기에 그려 넣었다. 회화적으로 배치된 파초문은 한국화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모던하다. 또한 전통적으로 코발트 안료로 그렸던 대나무 무늬를 상감기법으로 새겨, 다기와 그릇에 질감을 더했다. 무늬를 시각적 장식의 영역에서 촉감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시도였다.
@dl_jeong_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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