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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월호 | 작가 리뷰 ]

김미경 자연의 색, 빛, 바 람 소리를 담다
  • 이민희 기자
  • 등록 2024-12-06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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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염려하지 않는 삶》

10. 15. ~10. 20. 옥천군 전통문화체험관



맑은 서화천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에 단아한 기와집이 자리해 있다. 보물로 지정된 이지당二止堂(보물 제2107호)이다. 김미경 작가는 이지당 바로 옆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자연과 바람을 담아 작품을 만들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신록과 어우러지는 이지당과 작가의 작품은 어딘가 닮아 있다. 산과 들, 꽃과 풀이 주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이 오롯이 담긴 작가의 작품은 만드는 이, 보는 이 모두에게 휴식을 가져다준다. 



염려하지 않는 삶

김미경 작가는 지난달 열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2021년부터 이어져 온《옥천유희》의 네 번째 전시이자 ‘염려하지 않는 삶’이라는 주제를 더해, 작가의 삶의 터전인 옥천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했다. 맑은 소리, 맑은 바람, 맑은 빛에 의해 달라지는 이지당을 도판을 이용한 도자기로 표현하고, 산 주위로 흐르는 금강 줄기가 만들어 낸 한반도 지형의 둔주봉을 도자기판 위에 그려 넣었다. 옥천의 명소 중 하나인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인 부소담악이 보여 주는 세월의 아름다움도 도자기에 새겨 넣었다. 벽에 거는 작품을 위해 도판의 흙은 새롭게 만들었다. 흙을 잘라 두드리고 늘려서 만든 기존의 도판이 아닌 종이를 흙에 섞어서 몰드를 만들고 석고 판을 제작해 만든 종이 흙으로 몸체를 가볍게 했다. 바로 전 개인전에서는 선각 분청의 장식으로 작가 특유의 소박함이 느껴지는 달항아리 전을 기획했다. 달항아리에 옥천의 풍요로움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민화의 오방색으로 분청에 채색을 해 옥천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김미경 작가의 작품이면 빠지지 않는 모란과 물고기는 화려하게 보이기보다는 거친 듯 부드러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마음의 풍경3_이지당」 2024


우연히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 전시를 보러 왔다 공간에 마음을 뺏긴 작가는 3년째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옥 목구조인 전시관의 공간을 알고 이해하니 그곳에서도 작품의 영감을 얻고, 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 비하면서 ‘염려하지 않는 삶’에 대한 물음을 꾸준히 던졌다. 처음 주제를 정할 때는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작품을 준비하면 염려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업은 언제나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삶은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분청 채색 기법과 백자의 하회 작업에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장고의 끝은 보이지 않는 것에 염려 하기보다 매 순간을 충실하게 작업하는 것으로 해답을 냈다. 


「목단디자인 달항아리2」 38×38×38cm | 2023


엄마의 모란에 색을 입히다

『고화도 안료를 사용한 도자기 하회용 물감의 발색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안료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 작가는 산화든 환원이든 원하는 색을 내고 소성에 따라 달라지는 색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작가의 색에 대한 연구는 청화백자로 시작됐다. 예전에는 청화백자에만 마음을 뒀다는 작가는 청화백자 색을 제대로 내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색을 쓰다 보니 쓸수록 색이 좋아졌다. 그런 그에게 교수님은 안료에 대한 연구를 추천했고, 지금까지도 독자적인 채색 기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작가와 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임은 분명하다. 대학원 시절 연구했던 안료는 도예가들과 나누고 발색 노하우도 모두 공개했다. 흙에 따라 색을 잘 써야 하는데 안료에 대해 잘 모르면 의도와는 다른, 흙과 동떨어진 색이 나온다. 흙은 너무나 잘 다루지만 색은 낯설었던 도예가들의 작품은 작가의 색을 만나 한층 더 아름다워졌다. 작가는 채색 작업을 주로 하다 옥천에 온 후로 흙 작업도 많이 하게 됐는데, 채색 작업은 꾸준히 안 하면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늘 애를 쓰게 된다. 둘 다 잘하자는 마음 보다는 흙이든 채색이든 예전만큼의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작가의 욕심 없는 마음은 자연스럽고 소탈한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가 색을 입힌 작품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꽃과 자연이다. 특히 모란은 개인전을 시작 하기 훨씬 전인 2006년부터 그려 넣었다. 도자기에 붉고 푸른 모란을 채색해 넣은 것은 작가의 작품 전에는 드문 일이었다. 보통 모란은 선각을 하지 않고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작가는 화장토에 조화문 기법으로 음각을 긁고 그 안에 채색을 해 훨씬 더 선명한 색감을 표현해 낸다. 작가에게 모란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상징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모란이 크게 수놓아진 이불이 있었는데, 마냥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활짝 핀 모란이 어느 순간 작가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초기 작품의 작은 모란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처럼 점차 커지고 활짝 피어나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꽃과 자연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표현될 예정이다. 전체적인 작품은 섬세하게 완성되지만 채색의 경우는 명확한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허술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는 정도의 표현에 만족하고, 적당히 멈추기도 한다. 평소 명확하거나 틀이 있는 삶보다는 스스로 만족 하는 삶을 추구하는 작가의 성향이 작업을 할 때에도 반영되어 마음이 편안한 정도에 작품을 끝내는 편이다. 


「엄마의 재봉틀」 2011


옥천에서 자유를 꿈꾼다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의 반 이상을 옥천에 터를 잡고 지내 왔고, <옥천유희>를 제목으로 한 개인전도 네 번이나 연 만큼 작가의 작품에는 어느새 옥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도시 생활을 하다 옥천에 왔을 때는 외롭기도 하고 적응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옥천에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내려놓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평화로운 옥천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치열했던 도시와는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모든 것이 서서히 천천히 시작된다. 작가는 옥천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었던 작업을 다 해보고 있다. 화장토를 던져 보기도 하고 나뭇잎을 흙에 찍어 표현을 해보기도 했다. 내면의 생각을 전부 작품으로 표현하기가 힘든데 작가는 옥천에 와서 표현의 자유로움을 맘껏 느끼고 있다. 도시에서는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는데 옥천 공방이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저절로 갖춰지고 작업에도 더 솔직해졌다.



사진. 작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11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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