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2. ~10. 24. 산목&휘갤러리
장다연 작품의 본질
작가의 2019년 석사학위 논문에 제출된 여러 점의 작품 가운데 「새벽의 잔상 殘像」 은 크고 작은 원판이어서 어떤 기물의 받침 정도의 기능을 가진 일상용기로 해석 된다. 그러나 정방형의 나무 판넬Panal 위에 구성적으로 펼쳐진 이 원판들은 구성을 위해 오브제작품으로 제작된 것임을 작품 명제를 통하여 감지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떤 날 새벽녘 한순간의 느낌이나 그 느낌에 묻어나는 어떤 정서를 담을 의도로 제작한 공간적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환기換氣·喚起」는 얼핏 보면 움직이는 돌조각의 작은 도자 파편들이 모빌을 연상시키지만 300×200cm의 비교적 큰 공간에 실에 꿰어 매달려진 도편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일단 새롭고 신선하다. 새롭게 창조된 공간에 연출된 시공을 감상하는 감상자들의 느낌과는 관계없이 작가는 공기를 바꾸는 환기換氣 또는 환기喚起라는 명제를 제시함으로 구태를 버리고 무엇인가를 새로이 시작해야겠다는 결의를 보여 주고 있다.
이와 같은 대학원 졸업 작품전에 발표된 작품과 작업 노트에 보이는 단편적 문장들을 종합 해 보면 “변화무쌍한 일상의 삶 속에서 때때로 마주한 바다의 잔잔함,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초록 물결과 같은 자연의 장면들에서 내적 평화와 환기의 감정을 느끼며, 이는 고요한 여운으로 남아서 나를 사색하게 한다.” 또 “조형적 언어로 사용된 도자 파편의 두께, 색상, 배열에 따라 자연에서 느낀 감정을 담아내고자 한다.” 이러한 문장을 통하여 작가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 그가 지향하는 작업의 본질은 “도자기 파편의 두께와 색상을 가진 도자 조각의 배열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때때로 자연에서 느끼는 감정을 담아보고 싶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리고 “완전함을 추구하나 불완전한 모호함에서 오는 평화와 불안은 그 어떤 것 보다 강열한 색상으로 수많은 심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그의 내적 세계에서의 표현, 이를 테면 시를 쓰거나 혹은 그림이나 조각이란 표현방법으로 추구하고 있는 미지의 작품 표현방법을 채택하여 심상에 담겨 있는 형상들을 조형화를 모색하는 심정의 토로로 받아들여진다.
「F #1」 22.5×22.5cm | 백자토 | 2024
작가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심상, 즉 그 내면의 은막을 비쳐 있는 형상들을 현실 공간으로 끌어내어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어떤 방법 혹은 어떤 기법이 있는가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 같다. 작업일기에 기록된 작가의 술회 “조형적 언어로 사용 된 점토의 두께, 색상, 배열에 따라 자연을 감상하여 느낀 감정을 어떻게 담아낼까?” 하는 마음의 갈등은 제일 큰 문제로 작가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림은 붓으로 대상을 형상화하지만 도예분야에서의 성형은 선택의 여지없이 점토가 된다. 즉 점토와의 즉물-적인 대결의 장고한 사색에서 대부분의 현대도예가들이 이 치열한 상태를 일탈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종래의 성형방법의 범주에 머물고 만다. 작가 역시 이런 만넬리즘Mannerism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20년 핀란드 라푸아Lapua시에서 공모한 VANHA PAUKKU ARTIST 레지던시에 참가하였다. 핀란드에서 지낸 3개월 동안 이 특별한 연구과정을 위해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기간 중 작가는 드디어 데미안에 의해 구출되어 자신을 되찾는 싱크렐이 되어 버린 것 같이 판단된다. 그는 이 변화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생활하고 있던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수많은 명장면 가운데 회색 하늘과 자작나무, 그리고 눈 덮인 지평의 모습이 어우러진 장면을 서슴지 않고 골라낼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나의 영혼은 고요하면서도 평온해지며 이 느낌은 나에게 여운으로 남는다.” 또 “자작나무 표피는 하얗고 키가 매우 크며 여러 그루가 모여 자란다. 자작나무는 흑백의 이미지로 보여지며 그 풍경은 눈이 내리고 있는 라푸아의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창백하고 삭막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올곧게 서 있는 모습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곧게 자라나는 자작나무의 모습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집중하자는 나의 가치관과도 유사한 모습이라 하겠다. 그래서 핀란드에서 본 많은 명장면들 중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작나무가 나에게 깊게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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