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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월호 | 특집 ]

[특집 II] 주제전시 리뷰_ 투게더, 함께 나아가는 우리
  • 이승미 큐레이터
  • 등록 2024-11-11 11:25:42
  • 수정 2024-11-11 11: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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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경기도자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는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고양이가 나오는 전시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협력’에 대한 전시이다. 

이는 16세기 프랑스 철학가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1533~1592)가 언급했던 “내가 고양이와 놀고 있으면서, 사실은 그 고양이가 나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내가 어찌 알겠는가?”와 같은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상대에 대한 사려 깊은 이해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게 한다. 이는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나아가 지구와의 관계로까지 확장된다. 

본 전시에서는 세상을 이루는 4원소인 공기, 물, 불 그리고 흙이 모두 결합된 도자예술을 통해서 ‘협력’에 대해 탐구하는 장을 열고자 한다. 국내외 14개국 26명 작가의 작품 75점을 선보인다.


1부 세계와 함께\순환하는 대지의 질서


킴 시몬손 「모스 피플」 자기토, 나일론 섬유, 에폭시 레진 | 가변설치 | 2024


1부에서는 우리를 지탱하는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마주한다. 작품은 스스로 환경 운동가가 되기도 하며, 공동체를 잃어버린 미래 세대의 모습을 동화적으로 그려 내기도 한다. 대지, 바다, 미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의 균형 있는 상생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비가시적인 사회시스템의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취해야 할 우리의 자세를 탐구한다. 전염병과 전쟁, 난민 문제, 권력 투쟁의 혼돈은 오랫동안 인류의 삶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흙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물성과 언어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인간의 욕망을 직시하게 한다. 또한 홀로는 살아갈 수 없는 연약한 생태계에서 인류의 본질과 배려에 대한 이해로 협력의 강한 끈을 연결한다.

1부의 대표작으로는 킴 시몬손의 「모스 피플」이 있다. 겉보기에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숲 속을 수호하는 요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다가가면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눈은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아이들은 현대사회의 분쟁과 갈등으로 지구에 종말이 찾아온 시점, 울창한 숲에서 비밀스럽게 자신들의 몸을 보호한 채 생활하고 있다. 작가는 나일론 섬유 등 도예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재료를 활용하여 신비로운 녹색 빛깔의 인물상을 완성한다. 이들은 견고한 공동체도, 이끌어주는 어른도 존재하지 않는 해체된 세상에서 순수함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디스토피아가 낳은 유토피아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은 태초의 상태인 숲 속에서 이끼로 스스로를 위장하고 자연과 동화되어 자신만의 규범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나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다소 버거운 일들이다. 이 작품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건강한 공동체를 지속해 나가야 할지 질문하게 한다.


2부 타자와 함께\우정에 대하여

2부에서는 이념적, 민족적, 신체적 차이로 비주류로 여겨지거나 경계선에 놓인 존재들을 전시장에 초대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다르게 보여도 모두 흙이라는 공통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전시장의 주인공이다. 젠더 이슈를 비롯해 퀴어, 유색인종, 이주민 등 사회적 타자로 여겨지는 이들을 환대하여 자유롭게 공존하고 세심한 관계를 맺는다. 작품들은 편견과 차별로 받은 상처를 과감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희극적으로 풀어내 관람객에게 재치 있게 다가가기도 한다. 다문화적 경험으로 생긴 정체성의 혼란, 소외와 소속감에 관한 내용이 다채로운 색감의 작품에 녹아 있기도 하다. 사회적 이방인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스스로 움츠러든 존재들은 나일 수도, 나의 친구일 수도 있다. 본 전시에서는 이분법이 만연한 세상의 경계를 흐리고자 한다.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현시점에서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색안경을 벗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를 한다. 작품과의 대화를 통해 편견 없이 서로의 차이를 가볍게 하고 배려의 가치를 나누는 방법을 일깨운다.


팁 톨랜드 「탄자니아의 백색증 아이들에 대한 박해」 점토, 페인트, 파스텔, 인조가발 | 

가변설치 | 2024


2부 공간에 들어서면 거대한 흑인 어머니의 모습에 압도 될 것이다. 미국작가 팁 톨랜드의 작품이다. 정교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도자 인물상이다. 백색증을 앓고 있는 하얀 피부의 흑인 아이들은 고통과 불안에 가득 차 있고, 자식들의 울음소리에 깨어난 까만 피부의 어머니 모습이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을 비극적인 현실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은 현재에도 탄자니아의 알비노(백색증)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사회, 정치적인 내용을 다룬다. 아프리카에서 알비노 아이들의 신체는 부와 권력,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그릇된 미신이 남아있어 종종 그들의 신체 일부가 절단 되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특히 욕심이 많은 정치인들에게 거래되기도 한다. 팁 톨랜드는 언제 공격을 당할지 모르는 알비노 아이들의 모습을 작가만의 섬세한 방식으로 제작하여 사람들이 잘 모르는 탄자니아의 비인격적인 이야기를 고발한다. 실제사람 크기의 두 배 정도로 크게 제작된 이 작품들은 인간의 무지, 편견, 욕심이 낳은 흑인가족의 비참함을 극대화한다. 


사진. 한국도자재단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10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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