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작품이 환경에 영향력을 주고, 공간에 대한 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흙, 돌, 브론즈, 나무를 소재로 평면 작품, 아크릴이나 수채 등 폭넓게 활용하여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작의 원점인 도자와 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처음 도자기 소재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나는 미술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면 소재는 무엇이든 좋았다. 유화 전공 학과 입시엔 실패했고 마침 동 시에 지원한 공예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도예는 이래야만 한다’라는 선입견이 전혀 없는 무구한 접근으로 흙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도예에 대해 두 가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나는 ‘신체성’이고, 또 하나는 ‘국제적인 사회성’이다. ‘신체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흙의 가소성이 신체의 액션에 직접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작품 제작은 3차원의 프리드로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예로부터 가장 일반적인 기법의 하나인 코일링으로 제작하고 있다. 작품 제작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스케일감으로, 물레나 주입, 형기에서 느끼는 제약, 억지로 집어넣은 듯한 감각이 나의 자유로운 조형을 방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 ‘자유롭고 무한히 계속 뻗어나가는 감각’을 사용하는 핸드빌딩으로 중력이나 건조 등의 환경적 요인과 맞물려 상상치 못했던 형태를 발견하는 순간을 즐긴다. 먼저 프리드로잉이라고 말한 대로, 대부분의 제작에 있어서 스케치나 플랜 없이 제작에 착수한다. 코일링을 어느 정도 계속하면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고, 거기에 작위가 더해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국제적 사회성’이다. 일본 대학에서 도예를 배울 때 도예의 역사나 일본 문화 속에서 도예의 정착 등을 포함한 제작을 배웠다. 다만,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제한이나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을 깨달았고, 한층 더 넓고 큰 스케일을 찾아 미국의 대학에 진학했다. 미국에서는 흥미롭게도 도예는 공예과가 아니라 미술과의 한 전공으로 독립되어 있었다. 일본의 공예교육 중에서 도예는 기법이나 소재 등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축으로 삼았다면, 미국 교육에서는 ‘왜 만들까’, ‘무엇을 만들까’라는 것을 전제로 제작이 진행됐다. 이러한 차이는 나와 도자기의 관계를 생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국제적 사회성’에 주목해 지금 이어가고 있는 「Neo Jomon」 시리즈를 시작했다. ‘내가 도자기로 작품을 만든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 타지에서 비주류인 나, 다른 문화권 안에서 자각되는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고고학적인 도자기라는 키워드로 작업을 시작했다. 하니와와 조몬토기를 레퍼런스로 현대적인 팝 문화의 요소를 도입한 ‘현대의 아티팩트’로서의 조각 작품이 바로 「Neo Jomon」이다. 하니와의 조형에서 볼 수 있는 의상이나 장식, 그리고 추상화된 얼굴 표현, 무표정한 아이콘의 공동空洞의 눈과 입, 고분의 매장물이라는 저승과 이 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섬뜩함과, 언뜻 보면 친숙해지기 쉬운 귀여운 외모에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Old and New’의 대비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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