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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월호 | 작가 리뷰 ]

'기억하는 자'의 세련된 엔트로피 조율 감각, 이명아
  • 홍지수 공예평론, 미술학박사, 크래프트믹스 대표
  • 등록 2024-08-01 1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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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아 <나의 그리드My Grid>
  • 6. 5. ~6. 10. 마루아트센터

편집된 기억

누구나 인생을 뒤돌아보면 사건이 있다. 그 사건이 누구나 겪고, 매일 반복해 일어나는 지극히 평범하고 미미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시간이 흐른 뒤 현재의 시점에서 회상하는 과거는 대부분 자의적으로 편집한 텍스트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했던 것들은 퇴색되고 가물가물해진다. 오염되고 파편화되어 순서가 뒤죽박죽 되기 일쑤다. 급기야 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은 자기가 희구하고 편한 방식으로 편집한 것에 불과하므로,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를 두고 미국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데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2012)에서 우리 안에 있는 ‘두 자아’를 언급한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이다. ‘경험하는 자아’는 현재를 감각과 감정으로 느끼는 자아이다. ‘기억하는 자아’는 경험하는 현재를 자신에게 해석해서 들려주는 자아이다. 경험하는 자아가 ‘사실’에 가깝다면, 기억하는 자아는 ‘해석’에 가깝다. 나아가 카너먼은 “우리의 뇌는 우리가 경험했던 사건 중 고통이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그것이 끝날 때의 느낌을 사실보다 오래 기억하고 사실이라고 믿도록 진화해 왔다”라고 말한다. 왜 인간은 그토록 바라는 쾌락보다 고통을, 그리고 가진 것보다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더욱 강렬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걸까? 그리고 왜 예술가들은 그것을 평면으로, 입체로 불러내 더 선명하게 하고 타자들에게까지 보여주려는 걸까?


‘기억’을 불러내는 콜라주 드로잉

이명아는 ‘자신의 경험을 기억하는 자’이다. 자기 삶, 사건, 인물 그리고 일상을 회상하며, 그것을 콜라주 드로잉과 도예를 통해 기하의 세계로 표현한다. 그의 기억은 ‘사실’보다는 ‘해석’에 방점이 있다. 이명아의 작업은 작가의 생의 어느 날의 기억, 경험, 감각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다채로운 아카이브 수집이 출발이다. 모눈종이, 반투명한 트레이싱 페이퍼, 투명 필름, 라벨 스티커 그리고 오랫동안 모아두었던 아트포럼ARTFORUM1), 미술 관련 단행본과 도록 등에서 오린 텍스트를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여행이나 일상 중 기하로 보였거나 흥미로 느낀 사물들을 수집하면서 소재로 사용한다. 종種은 다르지만, 모두 ‘발견된 오브제’ 차원의 것이다. 그의 작업은 자기 자아에 관한 확인이자 궁구이지만, 순수미술과 공예, 디자인을 관통하는 조형 예술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기도 하다. 작업의 시작은 드로잉이다. 작가의 드로잉은 종이 위에 연필이나 펜을 사용해 대상의 윤곽을 닮게 재현하는 일 혹은 본 작업을 구체화하기 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밑그림 차원의 습작이 아니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일기 쓰기처럼 일상적이고 손쉽게 언제나 펼칠 수 있는, 그러나 매일을 눈으로 기록하고 퇴색과 사라짐, 왜곡을 확인하는 자의적인 기록이다. 


열림과 닫힘을 증식한 엔트로피의 장

바탕을 비롯해, 그 위의 올라가는 이미지 조각, 기하, 선은 각자 자기만의 힘, 어조, 온도, 방향성이 있다.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라벨 스티커, CD 같은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흔히 문구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이나, 제조처마다 색, 크기, 질감, 광택이 미묘하게 달라 원하는 것을 찾으면 대량으로 구매하여 확보한다. 드로잉을 위해서 지속적인 탐색과 수집이 필요하다면, 도예 작업에서는 실험과 경험이 필요하다. 도예 작업에서 기하와 층위는 유약, 백토 슬립과 색의 조합, 전사지 등 재료와 방법으로 차이를 만든다. 같은 노란색이어도 유약을 바른 것과 색슬립 위에 투명유를 덧시유한 것/ 불투명유를 덧시유한 것의 느낌은 각자 다르다. 이명아의 작업에서 두께와 질감으로 차별화되는 층위는 시각성과 촉각성의 중요한 변수다. 드로잉에서는 투명 필름과 트레이싱지, 모눈 종이를 사용해 층위를 차별화한다면, 도예 작업에서는 투명유/불투명유, 색 안료/유약/전사지, 번조 온도 및 순서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해 종이 드로잉과는 다른 층위를 만든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7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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