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에 도자 작업을 하며 상반된 느낌의 결과물을 만드는 두 작가는 흙을 대하는 태도는 비슷하지만, 흙을 통해 표현하는 법은 다르다. 김무열 작가는 표면적인 이미지 표현에 충실한 편이라면 김자영 작가는 감정과 내면을 표출하는 데 집중한다. 김자영 작가는 형체가 없이 실존하지 않는 것들을 형상화하는 데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해 왔다. 본인의 감정과 기억들이 형상화된 모습으로 과거의 기억과 감정들이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 편집되고 그 흔적들을 코일링 기법으로 차곡차곡 쌓아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한다. 작가는 이러한 여러 개의 덩어리를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며 불안정한 형태의 모습을 연출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또한 비정형 덩어리의 뾰족한 부분을 지면으로부터 떨어져 보이도록 설치해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김자영의 「Balance009」는 3미터가 넘는 천장에 맞추어 제작되었다. 총 5개의 세라믹 덩어리의 각각은 묵직해 보이지만 서로에게 밀착되며 아슬아슬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비스듬하게 또는 어긋나게 설치하여 균형과 불균형을 오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위태로운 감정과 고요한 균형미를 조형 언어로 전달한다. 김자영 작가는 다양한 크기의 기둥 작업을 하며 작가 스스로 공예가 장식품 또는 조각만으로 머무르지 않고 건축과 함께할 수 있는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며 공예와 건축과의 협업 작업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아슬아슬한 형태의 모습을 즐기며 비정형 모양의 형태를 추구하는 김자영 작가와는 달리 김무열 작가는 정비례와 안정된 형태의 모습을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표면적인 이미지 표현에 충실한 김무열 작가는 여행과 산책을 하며 일상생활 중에 직접 눈으로 본 이미지들을 수집한다. 기억을 통해 수집된 이미지들을 재구성하고 여러 이미지가 콜라주 되어 작품에 녹아든다. 어디서 본 듯한 그렇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형상화하여 가구로 만든다. 미니어처 크기로 모형화하며 작가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할 때 큰 크기로 작품을 옮겨 나간다. 작가는 치밀하게 계획하고 작업을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형과 유약의 색감 차이를 가마 소성 과정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때때로 이러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교감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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