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미케 발(Mieke Bal, 1946~)은 큐레이터의 활동이 ‘봐라! 이것이 어떠한가!’와 같은 지시적인 행위를 대표한다고 말했다.1 그의 말은 큐레이터의 활동은 작가들의 예술 행위와 마찬가지로 큐레이터인 ‘나’의 시점에서 시작해 지시를 넘어 사유를 지속하는 해체적이고 관대적인 노력으로 도달한 또 하나의 지시 행위라는 의미다. 그러나 전시는 담당 큐레이터의 개인적인 관심, 정치적이고 사회적 문제에 관한 주장을 표명하는 장이 아니다. 공립미술관의 경우에는 이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큐레이팅은 언제든 ‘봐라! 이것이 어떠한가!’를 말하기 전에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동기를 가져야 하고 한 개인·집단의 단순한 관심이 아닌 전시, 그리고 작품에 관한 관심과 연구 수행이 먼저 이뤄질 때 공적 영역에서 가치가 발생된다.
큐레이팅은 기획자가 아카이브 속에서 깊고 예리하게 파고든 사유의 지속 그리고 해체적이면서 관대한 안목에서 비로소 시작한다. 지금 한국 공예 큐레이팅의 현실은 어떠한가? 공예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대학에 서 관련학과를 졸업 후 학위를 받았거나,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큐레이팅 프로그램을 이수했으면 큐레이터가 되는가? 업계의 유사한 경험 혹은 공예를 애호하는 취향이 있으면 가능한가?
전시는 큐레이터의 기획과 의욕, 취향과 아이디어 여기에 전시 연출가 및 그래픽 디자이너의 멋진 조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큐레이팅은 상당한 현장 경험 없이는 불가능한 응용 활동이다. 이 현상을 스웨덴 출신 큐레이터 마리아 린드(Maria Lind, 1966~)는 일찍이 “전시가 예술을 선보이기 위한 형식으로서 완전히 탐색 되지 않고 전시 제작을 보여주기 위한 기술로 보일 때 미술계에서 일어나는 흔한 현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2 예술과 큐레이팅이 점차 인기를 얻을수록 역으로 전시 인력의 자질은 엄청난 품질 저하에 시달리는 원인이다. 한국 공예계에도 역시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술계보다 이것이 한국 공예계에 더 우려되는 이유는 현 공예 전시의 품질과 가치를 평가할 평단과 연구 집단, 매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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