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리히 외틴게르와 라인홀드 니버가 쓴 『평온을 위한 기도』의한 구절이다. 이창용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 이 구절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만졌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절제’라 했다. 일상 이곳저곳에 쉽게 쓰이는 것이라 인식되는 옹기를 통해 절제를 표현한다는 것.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의 실타래는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가지런히 진열된 옹기병들로부터 풀어지기 시작했다. 무엇 하나 자랑하거나 뽐내지 않으려는, 그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묵묵히 서있는 작품들을 통해 그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전시장 전체를 감쌌다.
각 작품에는 어떠한 이름도 설명도 없었다. 마치 관객에게 이름표를 붙일 권한을 드리겠다고 하는 뜻 같았다. 각자 살아온 삶에 따라 참으로 다르게 와닿는 옹기의 무궁무진한 친밀감을 느껴보라고 권했다. 어찌보면 우리 일상에서의 옹기는 아주 어여쁘거나 귀여운 느낌의 오브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특히 작가처럼 유약까지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만든 옹기는 오히려 서민적인 친숙함과 무심함을 특징으로 한다. 마치 새로 산 휴대전화를 애지중지 모시며 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에 휙휙 던지며 쓰듯, 하지만 그만큼 내 손에 익어서 눈 감고 잡아도 내 휴대전화인 줄 알듯. 작가의 옹기가 그렇다. 낯설었던 기운은 금세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흙의 기운이 어느새 사람과 작품 사이의 경계를 허물게 한다. 그리고 그 굴곡과 유약이 흐른 자국을 그대로 따라가며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고 각자의 마음을 스스로 만지게 한다. 그의 작품은, 가장 서민적이기에 가장 예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