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Gray-생명의 길
글_심규한 시인 사진_정호진 제공
정호진 작가는 스스로 한강 마포에서 바다를 따라 강진만에 왔다고 한다. 청자빛을 찾아!
꿈같지 않은가? 그러나 사실이다. 당신이 그의 청자를 만난다면, 그의 말이 예사말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청자빛은 애증을 쓸어내리는 승화의 빛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회청Blue Gray이듯. 그는 철저히 현실인 gray에 살며 고투하며 이상인 blue를 추구하는 예술가다. 예술가로서 그의 힘은 현실의 gray에 뿌려진 씨앗이 발아해 이상인 blue를 찾아가는 오디세이의 모험 여정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유목민이기도 하다. 그의 말처럼 먼 옛날 아침볕을 찾아 초원을 가로질렀던 조선인의 원형무의식이 그의 핏줄기 안엔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든 그의 빛을 찾는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청자는 그에게 운명이다.
도자의 완성은 정지지만, 작업은 순간순간 변화의 지속이다. 변화의 원인은 변수들의 등장으로 일어난다. 무의식, 감정, 우연, 그리고 이들을 종합하는 이성에 따라서.
변화는 곡선이다. 그의 작품에서 직선은 없다. 직선이 있다면 곡선의 이어짐일 것이다. 그래서 조형적으로 유연한 곡선은 기물의 전체 형태에서 손의 강약에 따라 물결처럼 일어나지만,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선 전까지도 있는 듯 없는 부드럽고 자유로운 곡선으로 마무리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렇게 변화의 과정이 작품에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