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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도자의 역사를 한 곳에 모았다
독일 도자박물관 베스터발트
글. 이윤경 독일 통신원 사진제공. 베스터발트도자박물관
독일 중서부에 있는 ‘베스터발트Westerwald(서쪽숲)’지방은 지명이 말해주듯 숲이 울창하다. 유럽에서 도자에 필요한 흙이 가장 많이 매장된 곳으로 알려져있고, 다른 어느 곳보다 흙의 질이 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 크고 작은 도자공방은 물론, 산업도자 회사가 많기로 유명한 이 지역은 ‘ 그릇굽는지방Kannenb ä ckerland ’ 이라고도 불린다. 이 지방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코발트 블루색의 문양과 소금유가 입혀진 생활용 도자는 유럽과 전세계에 알려져 있고, 지금도 전통도자를 재현하는 공방들이 여러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도예가들이 모여사는 곳이며 도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훼르-그렌츠하우젠H ö hr-Grenzhausen은 베스터발트의 대표 도시로, 도자박물관 베스터발트는 이곳에 위치한다. 박물관은 주변의 소도시에 각각 자리잡고 있던 향토 박물관의 도자 소장품을 모으기 위해 1976년에 설립됐고, 개인 수집가들의 기증으로 박물관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현재 박물관은 1982년에 새로 건립한 건축물로, 암모나이트 형상이다. 네 개의 전시실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한눈에 볼 수 있는 오픈된 구조이다.
박물관은 현대도자 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성된다. 중앙계단을 중심으로 사무실은 위층에, 전시실은 1층에 자리한다. 넬레 반 비링엔Nele van Wieringen관장의 도움으로 박물관과 전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비링엔 관장은 네델란드의 덴 학에 있는 왕립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이태리의 플로렌스와 몬테루포 피 오렌티노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도자를 공부했다. 오스트리아의 린쯔 예술 대학에서 『Color cosmos in ceramics. A Study about the role and the possibilities of color in ceramics』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난 2018 년 부터 도자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첫번째 전시실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도기를 다양한 측면에서 소개한다. 전통가마의 옛모습을 작게 재현하거 나, 나무 수레에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도자를 설치해 과거 도자를 운반하던 모습과 규모를 현실에 옮겨 놓았다. 또한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에 등장하는 도자를 실물도자와 함께 전시해 흥미를 끌었다. 인상파 화가인 반 고흐와 모네 등의 그림에서 보이는 베스터 발트의 도자를 실물구성해 비교감상하도록 마련됐다. 두번째 전시실에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18~19세기를 거쳐 베스터발트에서 생산된 지역도자들이 시대별로 전개 된다. 특히, 17세기에 유행한 코발트 블루 안료를 이용한 문양과 소금유가 특징적인 생활자기들이 주를 이룬다. 맥주, 와인 등 주류를 보관하는 용기를 비롯한 식기류와 화려한 문양의 장식도자 등 수준높은 제작기술과 다양성이 눈에 띈다. 이 시대는 주로 물레성형을 이용했지만 석고틀을 이용한 정교한 장식이 부착된 도자도 볼 수 있다. 문양에서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도장으로 시문한 패턴이 자주 등장한다.
세번째 전시실에서는 유겐트 슈틸Jugend Stil 풍의 도자와 색유도자를 만나 볼 수 있다. 이 때부터 감상용 도 자가 많이 만들어진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동안 집중적으로 유약연구가 진행되고, 작가들은 새로운 형태와 다양한 유약을 활발히 실험한다. 물레를 사용하거나 조소로 제작된 도자는 회화나 조각 구성과 성향 또는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현대도예라는 새로운 장이 펼쳐진다. 이밖에도 소금유를 이용해 인물 상을 주로 제작한 엘프리데 발자르-콥Elfride Balzar- Kopp(1904~1963)의 「Madonna」를 비롯해 선명한 색 과 유광이 특징인 자신만의 색유를 개발한 벤델린 슈 탈Wendelin Stahl(1922~2000)의 작품, 독일 현대도 예의 거장으로 불리는 게르트라우드 뫼발트Gertraud M ö hwald(1929~2002)의 「Kopf L.M.IV」, 가스 가마
를 위한 소금유와 색유를 개발한 하이너 발자르Heiner Balzar(1937~)의 작품 등 독일의 현대도예를 이끈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네번째 전시실에는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훼어 그렌츠하우젠에 거주하는 독일의 중 견작가들의 작품, 코블렌츠Koblenz 대학에 소속된Institute of Ceramic and Glass Arts(ICG) in H ö hr-
Grenzhausen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의 작품과 지난 공모전 수상 작품을 선보인다. 형태의 단순함, 성형방 법의 다양성, 유약의 색과 광택의 유무, 문양의 다양성 등을 통해 현대도예라는 이름 아래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예를 실감하며, 생활자기로 시작한 도자는 도자예술로 거듭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진행중인 기획전은 박물관에서 소장중인 루씨 리에 Lucie Rie의 1960~80년도 작품과 한스 코퍼Hans Coper 의 1965~75년도의 시대적 작품, 독일 현대를 대표하는 도예가 베아테 쿤Beate Kuhn(1927~2015)의 대표작품 들을 선보인다.
도자의 고장인 베스터발트 지방을 상징하는 서쪽 숲 도자박물관은 독일 도예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도자의 변천사를 단계적으로 보고 느끼며, 흙의 가능성이 새롭게 변화하고 지속적으로 변용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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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