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20.05월호 | 특집 ]

특집1) 당신은 정말 청자를 좋아하세요?
  • 편집부
  • 등록 2020-05-29 12:20:36
  • 수정 2020-06-03 09:32:43
기사수정

 

SPECIAL FEATURE I

청자에 대한 단상
당신은 정말 청자를 좋아하세요?
글.박성윤 아뜰리에 숍 ´폴 아브릴´장색

흔히들 고려청자에 대해서는 칭송일색인데, 막상 필자는 물론이고 일반적으로도 청자에 특별히 호감이 간다는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 건 영 이상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청자가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 멀어진, 박물관의 박제된 빛바랜 유물에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약 3천 년 전 중국 고대 상商나라 때 자연 유약인 회유灰釉를 사용한 원시 청자가 출현한 이래, 오대五代의 저장성浙江省 월주요越州窯 에서 ‘자화磁化’로 완벽한 경지에 이른 청자 그릇이 완성되고, 그로부터 송宋과 고려를 거쳐 최고 절정의 기술을 자랑하며 동양의 대표적 하이테크 명품 반열에 올랐던 청자靑磁. 그러나 지금은 그때 그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는 시들해져 버렸다. 시대의 미적 기준이 변하고 유행주기가 놀랍도록 짧아지고 있으니 지금의 스마트폰 같은 인기를 구가하던 천년 전 히트 상품이 오늘날 왜 인기가 없는지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에게는 청자에 대한 씻을 수 없는 깊은 반감이 오랫동안 내재해 있었음을 실토해야 한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문화재로 손꼽히는 고려청자의 매력을 제대로 마주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우리네 안방 문갑에는 매병과 주병 세트의 천박한 모조품이 버젓이 장식되어 있었고(하물며 매병에는 이따금 효자손이나 부채가 꽂혀 있기 일쑤였고), 시골집 할머니 방 한편에는 은은하게 청잣빛을 발하던 요강이 자리하기도 했다. 90년대 인테리어 유행을 휩쓸었던 예의 그 옥색 방문과 몰딩, 욕실 타일이며 세면대, 욕조, 그리고 하이그로시 책상, 옷장, 부엌장은 물론이고, 관공서의 내부나 공중전화 부스, 급기야 학창 시절의 교복, 체육복마저 우리 주변은 청자색을 연상케 하는 옥색 일색 으로 ‘도배 당하곤’ 했으니 그럴 수밖에. 이 심란해지는 키치적 분위기 의 옥색에 대한 트라우마가 청자에 대한 국보급 존엄한 예우와는 걸 맞지 않아, 사뭇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드러내놓지 못할 죄의식을 느껴온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러니 형용할 수 없는 비색이다, 독자적인 우리만의 기술인 상감기법이다, 하며 국보급의 아름다운 최고 문화재로 치켜세우던 청자에 대한 매력이 그리 피부에 와닿지 않았던 것도 지금에 와서는 비로소 이해된다.

하지만 최근 주목해야할 사건이 하나 생겼다. 팬톤사와 함께 영국 유수의 권위 있는 글로벌 트렌드 조사기관 중 하나인 더블유에스지엔WGSNWorth Global Style Network은 올해 트렌트 컬러 중 하나를 ‘네오-민트Neo-Mint’로 선정했다. 바로 이 뉴스가 필자에게 청자에 대한 꽤 강한 의식의 환기를 불러일으켰다. 2020년을, 꿈꾸던 미래가 기술을 통해 현실로 실현될 시작의 해로 보고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컬러인 동시에 자연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컬러로 ‘네오-민트’를 점찍었다는 것이 이들의 선정 이유인데, 그렇게 촌스럽고 익숙해 보이던 ‘옥색’이 어느 순간, 새삼 낯설고 세련되게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점이 꽤 인상적이다.

.

.

.

.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작가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