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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7월호 | 특집 ]

첨단세라믹산업 특별법과 도자예술
  • 편집부
  • 등록 2011-09-06 15:52:39
  • 수정 2011-09-07 09: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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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

세라믹코리아 취재부장

 

필자는 본고에서 만큼은 세라믹코리아 기자가 아닌 동시대를 함께 하는 세라믹계 일원으로서 ‘세라믹특별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또한 본고에서 소개한 내용은 지난 2009년 결성된 ‘세라믹특별법 추진위원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하며 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고를 집필하고자 하는 이유는 전통과 첨단, 산업과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제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조선도공의 후예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400여 년 전 총칼에 빼앗긴 ‘불과 흙을 다스리는 힘’을 언제까지 현해탄 너머에 남겨둘 셈이냐고 말이다.

 

‘첨단세라믹산업 육성법(안)’
2009년 1월 20일 오후 4시, 한국세라믹기술원 3층 회의실. 필자는 이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세라믹특별법 제정을 처음 추진할 당시만 해도 가장 먼저 접했던 소리가 바로 ‘사기꾼’이었다. 현실성 없는 허황된 소리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괜한 바람을 불어넣지 말라는 경계어린 눈총도 감내해야 했었다. 그러기를 1년 남짓... 그리고 필자의 손에 들린 12쪽짜리 배포물에는 ‘첨단세라믹산업 육성법(안)’이라는 문구가 찬연히 빛나고 있었다. 그저 인쇄물에 불과한, 말 그대로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했건만 그 때만큼은 법 제정도 시간문제에 불과한 듯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초안을 완성한 이가 바로 산업 육성법으로 정평이 난 법률전문가였기 때문이다. 

 

발의조차 되지 못한 ‘세라믹특별법’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이 법안은 필자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의 서랍속에 잠들어 있을 뿐 국회에는 제출조차 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특별법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했기 때문. 특별법 추진위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자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정부.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는 특별법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면서도 세라믹산업만을 위한 수천억대 R&D 예산사업을 추진하는 강온전략을 구사했다. 이후 특별법 추진위는 강경일변도 대신 산학연관이 머리를 함께 맞대는 포럼의 형태로 진화. 특별법은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추게 됐다. 특별법 대신 추진됐던 수천억대 예산사업은 기획재정부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시며 세 번째 도전을 준비 중에 있지만 그 역시 통과여부는 미지수.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세라믹관련 R&D 예산은 해마다 두 배 이상 확대되며 수백억 규모의 예산사업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흙을 다스리는 힘’ 세라믹. 그리고 도자기전쟁
그렇다면 세라믹특별법은 이대로 영영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은 아니다. 이는 세라믹코리아 기자로서, 또는 특별법 추진위의 일원으로서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렇다. 무엇보다 필자의 몸속에 흐르는 피가 임진왜란 당시 현해탄을 넘은 조선도공의 한 맺힌 설움에 뜨겁게 요동치기에 더욱 그러하다.
도예인들이야 잘 아는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필자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점은 바로 400여년 전 총칼에 빼앗긴 ‘불과 흙을 다스리는 힘’에 의해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본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이를 도자기전쟁이라 칭하는 이유는 비단 이를 빼앗기 위함이 아닌, 그들의 역사에서 그만큼 도자기가 차지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얇고 단단하면서도 아름답고 청명한 소리가 나는 아시아의 도자기는 지금의 반도체, 디스플레이처럼, 동시대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이자, 유럽에서 평민의 집 한 채와 맞먹는 최고의 사치품. 임진왜란으로 황폐해진 조선과 명·청 교체시기 어수선한 중국을 대신해 일본은 한 세기에 걸쳐 무려 7,000만점을 수출, 아시아의 패권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총칼에 빼앗겼지만,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되찾아야...
그들이 어찌 알았으랴. 살기위해,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그 도자기가 결국에는 전함이 되고, 군화가 되어 조국을 다시 짓밟게 될 줄.
그들이 어찌 알았으랴. 그들이 전수한 ‘불과 흙을 다스리는 힘’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우주항공의 핵심 소재가 되어 400년이 넘도록 조국의 후손들을 목매인 가마우지로 만들게 될 줄. 
지나친 비약일까? 세라믹으로만 역사를 바라보는 편협된 시각일까? 망국치한의 원인을 비단 한 두가지 요인으로만 설명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편치 않다. 마음 한구석, 아니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요동치고 있다. “언젠가는 조국의 후손들이 되찾아 주겠지...” 총칼에 끌려 현해탄을 넘은 그들이 아무리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한들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기로 결심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 어쩌면 그들의 죄책감을 씻어주어야 할 후예들 중 필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예술과 산업, 전통과 첨단을 하나로 엮을 방안은?
그리고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왜? 이 이야기를 도예인들에게 하고 있는지 말이다. 필자는 도자예술도 세라믹특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전제조건은 있다. 독립법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법이 제정되었을 경우. 지금으로써는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만일 세라믹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도예인들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까? 필자의 생각은 아니다. 법을 제정하기는 어려워도 개정하기는 쉬운 법. 더욱이 산업육성법의 핵심은 정부가 매년 또는 5년 단위로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데 있다. 이로 인해 세라믹특별법이 첨단세라믹을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라 하더라도 전통세라믹산업의 첨단화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도자예술 분야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발의는 가능해도, 제정은 꿈같은 일
하지만 현재로써는 특별법을 발의 한 후, “특별법 대신 관련 법안 개정시 세라믹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는 전략이 현실적인 상황이다. WTO(세계무역기구)가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국가의 지원금에 의한 불공정무역으로 시장경제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 가령, 중국에서 도자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저가의 중국산 도자기가 범람해 한국의 도자기산업이 붕괴될 경우 수입금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WTO. 수출이 내수를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경우 특정산업에 대한 육성법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단, 몇 가지 예외조항이 있다. 태양광, 전기자동차 등 정부의 지원이 선행되어야 하는 신산업분야, 자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국제기준에 턱없이 부족해 수출이 아닌 내수시장 안정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또,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구축 등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2009년 법률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졌던 특별법 초안도 바로 이같은 예외조항을 근거로 마련. 하지만 수많은 산업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라믹은 수없는 난관을 극복할 만큼의 의지와 절박함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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