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
미국리포터
필자는 지난 해 여름 캐나다의 알베르타Alberta주, 메디슨 햇Medicine Hat시의 머델타 국제 도예 레지던시 프로그램Medalta International Artists in Residence www.medalta. org에 참여했다. 이 레지던시는 미국과 캐나다의 작가 12명이 모여 한달동안 집중적인 작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조용한 도시, 메디슨 햇에서 체류하는 동안 주변 지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공원과 교회정원 등에서 공원의 역사나 기독교의 교리들을 입체적으로 조각해 세워놓은 도벽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일반 건축 벽돌에 조각된 기념비 같은 도벽들은 원근법을 사용해 치밀하게 조각이 되었는데, 벽돌건물에서 느낄 수 있는 단단한 물질성 때문인지 마치 벽돌에 조각된 이야기들이 ‘깨뜨릴 수 없는 근원적 진실’이라는 것을 설파하고 있는 듯했다.
필자는 큰 규모의 도벽 작업을 하는 작가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에 미국으로 돌아오기 몇 일 전 작가 제임스 먀살과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그가 설계해 지은 작업실에서 그와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디슨 햇시에서 자란 마샬은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흥미가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10여년 간 아버지의 판화 가게에서 일을 하며 석판인쇄를 배우고 드로잉과 수채화 등을 즐겨 그렸다. 아버지의 상점을 그만두고 벽돌 공장에 취직했다. 벽돌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점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30대 중반에는 퇴근한 후 도예반에 등록해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고 곧 그의 집 지하실에 작은 공간을 만들고 도자기를 만들었다. 1969년부터 알베르타의 도자 작가 연합The Alberta Potter’s Association의 창립멤버로 지역의 도예 작가들과 교류하며 틈나는 데로 실용기들을 만들어 왔다.
마샬은 벽돌 공장 판매부에서 일을 시작하며 판매 촉진을 위해 캐나다의 여러 곳을 여행하고 많은 건축가들을 만나곤 했다. 1970년대 후반, 건축 자재 박람회에 참가하며 건축가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벽돌에 조각을 해서 전시를 하는 기획을 했다. 한 박람회에서 어떤 건축가로부터 벽돌과 함께 벽돌조각을 의뢰 받았다. 마샬은 겨울 내내 벽돌에 조각을 하고 작업을 완성해 의뢰받은 곳에 설치했다. 이를 계기로 또 다른 곳에서 벽돌 조각 주문을 받게 되었고, 마샬은 몇 년 후 공장을 그만 두고 자신의 도예 작업실, 그래스룻 스튜디오Grassroots Studio를 열고 본격적으로 벽돌 조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983년 매디슨 햇 시의 시청에 조각 벽돌제작을 포함해 현재까지 250여개의 패널과 150여개의 벽돌기념비 프로젝트를 하며 건축 벽돌을 이용한 도벽설치 작업에 자신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왔다.
마샬은 작업 의뢰를 받은 후 의뢰자와 여러 차례의 만남을 가지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듣는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과 주문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과의 균형을 찾는 것이 미로를 찾아가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처음의 디자인을 여러 차례 수정해 완성 후 큰 스케일의 디자인을 만든다. 디자인이 완성되면 전체 벽돌 조각이 들어갈 곳의 크기를 측정하고 그의 작업실에 한 벽에 점토 도벽이 들어갈 똑같은 면적으로 벽돌들을 쌓는다. 그가 만든 이젤 같은 형태의 튼튼한 나무 받침에 벽돌을 비스듬히 쌓는 이 작업은 보통 이삼일이 걸리는데 벽돌에 조각을 하기전 중요한 과정이다. 벽돌이 들어갈 장소의 면적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 단단한 점토를 정확한 크기로 자른다. 그는 그의 도구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그가 제작한 공기압을 이용한 벽돌커터로 그의 작업에 아주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그가 사용하는 벽돌은 가로, 세로 20cm의 속이 꽉 찬 점토 덩어리이다.벽돌 공장에서 일하면서 벽돌에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점토에 대해 전문가가 된 그는 그의 벽돌 조각을 위해 그가 일해왔던 공장에 특별한 벽돌들을 주문해 사용한다. 한번에 주문하는 약 5천개의 벽돌들을 보관하기 위해 벽돌 공장에 공간을 임대해 사용한다. 그는 공장에 벽돌들을 주문할 때 마다 조금씩 다른 색상의 벽돌을 받기 때문에 규모가 큰 작품을 할 때는 같은 색상의 벽돌을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그에게 어려운 과제라고 말한다.
벽돌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 끝나면 벽돌에 스케치를 시작하고 밑그림이 완성되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조각을 한다. 조각하는 순간은 마샬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지만 벽돌 점토의 특성 때문에 매우 긴장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가 사용하는 건축 벽돌점토는 일반 도자점토와는 달리 조직이 매우 치밀하며 수분 함유량이 매우 적고, 매우 낮은 수축률을 가지고 있다. 거의 말라있는 점토 덩어리에 조각을 하는데 이것 때문에 실수로 깍아낸 부분은 점토를 다시 붙일 수 없다. 조각하는 과정에 실수를 하는 경우 그 벽돌 점토를 조심스럽게 들어내고 그 위치에 새 점토를 넣고 다시 조각을 한다. 조각을 완성한 후에는 완성한 전체 벽에 비닐을 덮고 한 달에 걸쳐 서서히 건조시킨다.
건조된 벽돌에 낮은 채도의 색상을 입히고 한 번의 번조로 완성한다. 가마재임에서는 가마선반을 이용하지 않고 약 2미터 정도로 벽돌들을 쌓아올려 재임하는데, 재임하는 동안은 가마 속 벽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색상들을 예상하며 정신을 집중한다. 보통 그의 작업실 가스가마를 사용해 4일 동안 번조하는데 작업의 스케일에 따라 그가 일했던 벽돌 공장에서 많은 벽돌들을 한꺼번에 번조하기도 한다. 작품을 완성한 후 그가 특별히 제작한 박스에 벽돌들이 설치되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고 포장한다. 번조한 후 완성된 조각 벽돌들을 설치하는 작업은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만약 완성한 벽돌이 파손되는 경우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와 20여년 간 같이 일해 온 작업파트너와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는 그의 작업실에 머물며 그가 그린 많은 드로잉과 수채화들 그리고 벽돌 작업 스케치들을 보았다. 많은 시간속에서 차곡차곡 쌓여진 오래된 얇은 종이들을 하나하나 들추어보는 동안 마치 박물관 지하의 작품 소장실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의 벽돌 조각은 기본 설계에서 벽돌에 조각을 완성하고, 가마에서 굽기까지 오랜 시간 걸리는 작업이다. 그는 그가 만들어 온 작품들을 보면서 작품 하나하나가 그의 예술적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여러 지역에 그의 흔적을 남기게 되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생각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5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