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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월호 | 작가 리뷰 ]

김명례
  • 편집부
  • 등록 2010-04-01 16: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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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나의 조형, Blossom

김명례Kim Myung Rye
찰나의 조형, Blossom
| 이연주 본지기자

“나는 어느 큰 나무아래에서 발길이 멈추었다. 그 나무는 목련이었는데 어찌나 크던지 고개를 거의 뒤로 젖혀야지만 그 나무의 끝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 바닥에 시선이 갔고 까맣게 탄 것 같은 꽃 수술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목련의 꽃 수술이었는데 완전히 개화하고 난 뒤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시든 목련의 꽃 수술을 보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 느낌은 자기가 해야 할 모든 것을 다 끝낸 후의 모습이 얼마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어쩜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뱉어낸 헌신적으로 바친 어머니의 모습같이, 아님 자의가 아닌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 꿈을 다 이루지 못한 여자의 모습처럼. 이것은 모든 것을 버린 후의 모습이 까맣게 타버린, 색상의 다채로움도 없고 휘광마저도 떨어지고 변화무쌍함도 없는, 그저 한낱 꽃 수술이 아닌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시간 이후 바로 작업실에서 목련의 여정은 시작되었다.”(모놀로그Ⅰ)

김명례의 <Blossom>시리즈를 보고 여정의 과정이나 객정客程을 떠올린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맥락이 다르고 전개방식이 다르고 표현방식이 다르지만 중요한 의미와 방식은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김명례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2007년 미국에서 가진 두 번째 개인전 <Flower of the Edge>는  천 여 개가 넘은 자기점토 꽃을 유니타리안 교회 실내The First Unitarian Church of  Providence에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여름휴가가 두 세달 가량인 현지 사정을 감안했을 때 바캉스를 떠나고 돌아온 후 개화의 미를 피워내는 점토 꽃은 새로운 도약과 만물의 축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한 달 간 설치되었다. 2008년에는 미국 볼티모어 클레이웍스Baltimore Clayworks에서의 레지던스 작가에게 주어지는 개인전에 초대받아 <목련의 여정The Journey of the Magnolia>이란 타이틀로 전시를 가졌다. 미국식 주택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는 복도를 포함해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고 그녀는 전시장 벽면을 비롯해 천장과 계단을 활용해 주제의 흐름에 맞게 연출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세밀하고 풍부한 오브제들을 캔버스라는 공간에 나열해 안락하고 내밀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듯 연출했다. 작가는 “흙이라는 매개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실내공간에서 친숙하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한때 디스플레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일했던 경험에서 점토의 개념적 한계를 확대해 생활공간에 융화시킬 수 있는 생각을 늘 해왔던 터라 이러한 기회는 실천을 위한 절호의 시도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10여년 만에 선보인 이번 개인전에서도 공간에 대한 갈망을 엿볼 수 있는 설치작업과 함께 <The Blossom>전2009.5.27~6.2 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을 열었다. 그녀의 첫 번째 개인전이자 세라믹 퍼니쳐ceramic furniture를 새롭게 시도한 <휴休>도 지금의 공간과 같은 곳에서 선보였는데 창문너머로 스며드는 채광과 비정형의 공간이 무척 마음에 들어 이곳을 다시 섭외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9년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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