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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8월호 | 작가 리뷰 ]

도예가 남태윤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43:14
  • 수정 2018-02-19 11: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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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남태윤

한국적 미감 표현하는 방법으로 물레성형 선택

물레기량 좋고, 장인의 덕목 갖췄다는 평 받아

 도예가 남태윤(44)씨는 전남 담양에 ‘시나위’라는 이름의 작업장을 운영하며 전남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광주에서 작업하던 그가 자신의 터를 갖고 작업하고자 산중의 작업장을 마련한 것은 12년 전의 일이다. ‘시나위’라는 말은 원래 ‘사물놀이의 즉흥연주’를 의미하는 말로 그 자신이 징, 꽹과리, 장구, 북의 소리를 즐기고 연주하기도 한다. 유구한 도자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의 후예로서 우리 전통 도자의 미감을 기반으로 작업하고자 하는 것은 도예가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가는 한국적 미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물레성형을 선택했고, 20여년을 물레성형에 몰두했다. 2001년 담양의 가사문학관 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2회 개인전 도록 서문에 단국대학교 박종훈 교수는 “남태윤은 물레기량이 좋다. 장인의 제일 큰 덕목을 갖춘 셈이다.” 라며 작가의 물레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작가는 “물레를 잘 차는 것만 해도 너무 어려운 일이지요. 도예의 원론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성형능력이 탄탄해지면, 물레로 성형한 기물들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선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라며 자신의 작업방향을 설명한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발 200여 개를 차도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이 한, 두개밖에 없을 때도 많다고 말한다.

금상 수상작 ‘흔적’은 지름 110㎝ 높이 50㎝ 의 대형발

톱밥섞어 생겨난 균열은 자가 독특의 미적 표현기법

작업실과 전시장을 별채로 지어 터가 높은 작업장에서 전시장으로 옮기려면 돌로 쌓은 계단을 밟아야한다. 대나무 홈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고, 작가의 전시실 안에는 시원스런 자태를 뽐내는 대형 발들이 눈길을 끈다. 지름 110cm, 높이 50cm에 ‘흔적’이라는 제목을 단 대형발은 전라남도 미술대전에 출품해 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표면이 거칠게 표현됐다. 이외에도 철화분청사기, 소금을 이용해 요변을 유도한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생활자기는 쓰임새와 기능에서 미감찾아

동식물 문양 역동적 표현, 이차점토로 색채변이

도예가 남태윤씨의 대형 발들은 그 크기에 비해 무게가 가벼운 편이다. 얇게 빚어도 일정한 두께만 유지해 주면 가마안에서 일그러지지 않는다. 분청항아리들과 발에서 보이는 거친 표면이 흔한 모습은 아니다. 기물을 성형하고 분장할 때 화장토에 톱밥을 섞어서 사용하는 기법으로 가마 안에서 톱밥이 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균열이다. 이 방법은 톱밥의 굵기나 섞는 양에 따라 균열된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의도적인 균열을 만들 때 기물의 표면을 가스토치 등으로 겉면만 빠르게 건조한 후 아직 축축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면서 기물을 늘리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토치를 이용하면 균열이 기물 내부까지 타고 들어갈 수도 있는 데, 톱밥을 이용하는 방법은 기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화장토를 바른 표면에만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이다.

톱밥을 이용해 균열을 만든 그의 작품은 균열 정도에 따라 화산석 같기도 하고 비, 바람에 깎여진 화강암 같기도 하다. 지난 5월에 전라도 광주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남태윤씨의 제3회 전시에는 그가 그동안 주력했던 (지름 80∼120cm, 높이 40∼60cm) 대형발들을 선보였다. 톱밥을 이용한 균열자기와 분청철화자기, 소금유자기들과 함께 죽순형 다기와 백자 주전자에 잔잔한 연리문을 붙여만든 작품들도 선보였다. 대형기물 외에 다기, 찻잔, 반상기 등의 생활자기 작업도 빠지지 않는다.

작가는 “생활자기는 무엇보다도 쓰임의 분명해야 해야합니다. 사용하기 편리한 적절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그 미감도 살아납니다.”고 말한다. 그의 생활자기들은 자신의 물레기량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색채와 문양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문양들은 물고기, 메기, 새우, 꽃, 죽순 등 자연물 모티브로 한 것들로 전통문양을 변형시킨 것들이다. 힘차게 내지른 듯 역동적인 필치의 문양들은 물레로 빚어낸 선들과 잘 맞아떨어진다. 태토는 판매하는 흙에 철 함유가 많아 색이 짙은 이차점토를 섞어서 사용한다. 이차 점토의 함유율에 따라 기물에 표현되는 색의 차이가 확연해 다양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반면 이차점토를 많이 섞으면 성형에는 용이하지만 소성 후 빛이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다. 유약은 재유를 기본으로 하고 시유 후 소성하기전에 소금을 뿌려 요변을 의도한다. 소금은 남태윤씨가 작업초기부터 사용해 온 것으로 화도와 환원 정도에 따라 바다색에서 초록색, 노란색, 오렌지색 등으로 변화해 화려한 색을 낸다. 생활자기에는 산화철과 코발트로 문양을 넣고 분청유와 활석백유를 주로 사용한다.

미술학과 다니며 박종훈 교수만나

도예작업시작 20년

물레 제대로 차 만든 대형발대작 전시 열터

남태윤씨는 고등학교다니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시골학교에서 미술교육을 받기가 어려웠다. 졸업 후 동신대학(현 용강대학) 미술학과에 진학해 그곳에서 도예 전임교수로 부임해 온 박종훈교수를 만나고 박종훈교수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도자작업을 하게 됐다. 이후 광주대학에 편입하고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아직 힘이 남아있을 때 대형 발들을 위주로 대작전을 한번 열고 싶습니다. 우리 옛 도자기들의 감흥을 찾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에 충실하고 있으나 전통의 답습에 그치려는 게 아니라 선조들의 것을 알아야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모범이 되는 도자기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며 앞으로의 작업방향을 밝힌다. 기왕에 물레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물레를 제대로 차고 싶다는 그의 포부가 20년을 넘게 물레성형에 전념한 사람답지 않은 겸손으로 비쳐지는 다른 한편 ‘물레를 잘 찬다’는 일이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끝이 없음을 실감케 한다. 서희영기자 rikkii77@hotmail.com 소성시 소금을 이용한 발 연리문을 붙인 발 전시장에 진열된 균열 항아리들 연리문 주전자와 잔 분청어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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