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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월호 | 작가 리뷰 ]

생활 속의 소통을 위한 도자공예
  • 편집부
  • 등록 2009-07-11 1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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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흥석 KANG HEUNG-SEOK

- 김광명 숭실대학교 교수, 예술철학

도자공예 작가인 강흥석이 추구하는 것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 인간을 위한 공예품’ 이다. 디자인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공예만를 위한 공예가 아닌, 그 중심에 인간이 놓여 있는 선언으로써 이는 매우 타당한 설정이다. 필자도 예술을 통한 인간이해, 곧 인간 삶의 이해야말로 예술이 가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흥석은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한국적인 이미지에서 찾고, 이것을 삶 속에서 소통의 계기가 되도록 한다. 단절의 시대에 인간 간의 상호소통에 초점을 두는 일은 아주 탁월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요즈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가치규범인 전통의 상실로 인해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근대화 이후, 그리고 최근엔 이른바 세계화의 흐름 아래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다움’, ‘우리를 진정한 의미의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 또는 본성’ 일 것이다.1) 무엇이 우리다움이고 본성인가? 개방화의 시대에 문화접변을 통한 교류가 활발하며, 온갖 이질성이 공존하고 있다.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며 시공간을 공유하는 일은 정체성에 이르는 좋은 해법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쳐 단절된 정체성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한국적인 것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창신創新하는 일은 전통과 현대라는 두 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을 디자인하는데 있어 강흥석은 현대미술을 비롯하여 공예전반에 관한 이론적인 이해를 깊이하고, 나아가 건축이나 음악분야 등에서도 작품의 모티브나 소재를 찾고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역사적 흔적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을 작품의 디자인에 응용하되, 전통적인 문양을 디자인의 표면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끊임없이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고, 또한 그 속에서 작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여러 형태들과 구조들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정체성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이 되어야 한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그가 착안한 문양은 우리의 미의식이 녹아 있는 전통적인 것에서 출발하되, 이를 작가 자신의 미의식으로 환원하여 재창조된 것이다.
강흥석에 있어 전통의 재창조와 재해석 작업은 운문사 대웅보전의 소슬 금장 꽃문이나 소슬 민 꽃문이 대표적이다. 그의 탐색은 꽃무늬 창살을 다양하게 응용한 도자조명으로 이어져, 삶 속에 전통과 예술 그리고 실용성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도자공예에 조명을 부여하는 작업은 빛을 이용한 강흥석의 독특한 공간해석이다. 안개 자욱한 숲의 나뭇가지를 뚫고 내리비친 아침 햇살은 우리에게 창조와 신비의 세계로 이끈다.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는 빛을 비추인다는 조명설照明說, doctrine of illumination을 통해 우리의 필연적이고 보편타당한 인식은 신의 조명으로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2) 인식의 영역 뿐 아니라 물리적 공간은 빛이 있음으로 인해 그 존재가 가능하다. 강흥석은 자연의 빛에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빛을 이용한 소통의 방식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강흥석의 도자 조명은 2000년의 ASEM 특별초대전에 출품한 작품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어 2001년 무렵의 도자조명 작품들은 은은하면서도 평온한 정취를 자아내서 우리의 자연스런 미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2002년엔 약간의 변화를 보이며, 입방체를 엇비슷하게 눕혀 동적動的인 의미를 담고 있는 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한 그의 도자조명 작품은 아주 시의적절한 시도라 하겠다. 또한 2004년의 타원형적 접근, 2005년의 다면체 시도, 그리고 2006년 다이아몬드 형태의 출현 그리고 2007년에 이은 2008년의 작품들은 생활 속에서 우리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도자조명의 공예디자인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자연물의 해석을 통해 자연의 빛에 더 가까이 가려는 시도는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그는 사물이 지니고 있는 기본기능을 비롯하여 모든 요소를 파악함과 동시에 현재 쓰임새에 맞는 사물의 사물성을 탐구하여 이를 디자인의 과정에 활용한다. 사물성의 토대 위에서 작품성의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란 오늘날 제품 그 자체와 생활환경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행동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 물론 디자인은 시대와 지역 및 사회 환경의 산물이기에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삶의 질을 모색한다. 그리고 공예는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예술 활동으로써, 생산적인 활동과 그 결과물을 모두 포함한다. 오늘날 예술과 일상적 삶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터에, 현대공예는 예술성의 영역과 효용성의 두 영역을 모두 아우른다. 시각, 산업 혹은 제품, 환경 디자인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 되면서 유용한 목적을 지닌 미적인 예술 행위가 정당성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강흥석의 실험정신과 예술정신, 그리고 실용정신은 삶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탁월한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가 강흥석은 1991년 단국대 도예과, 1995년 일본 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 대학원을 일본 문무성의 지원을 받아 졸업한 후 (주)오쯔카 오미 도업회사에서 2년간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다, 제37회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단국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추천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본 기사는 일부자료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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