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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월호 | 특집 ]

대학도자공예 졸업전시회에 임하는 학생에게의 조언
  • 편집부
  • 등록 2009-07-11 11:02:14
  • 수정 2009-07-11 11: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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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균 경성대학교 공예디자인과 도자공예전공 교수

해마다 이맘때면 각 대학에서 날아온 졸업전시회 포스터와 팜플렛이 즐비하다. 하지만 단지 연례적인 행사로 넘기기엔 여러 사람의 노력과 공이 느껴져 새삼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사실 기성작가들의 전시회와 달리, 졸업전은 학생들의 젊고 참신한 기운과 감각을 느낄 수 있고 도예계의 현실을 파악하는데도 좋은 기회이다.     
미술 실기를 전공하는 4학년생들의 졸업전시회는 졸업 자격을 검토받는 자리이면서 당사자에겐 보통 처음으로 맞는 공식적인 발표회가 된다. 이를 위한 모든 준비과정 자체가 당사자에겐 귀중한 학습일 것이다. 하지만 졸업전의 모든 과정을 잘 소화해서 마치기엔 학생들이 아직 경험미숙이기 때문에 몇몇 문제가 매년 반복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도자공예 졸업전을 앞두고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그 진행 과정에서 부닥치는 문제들에 관해 경험자의 입장에서 다소나마 다루고자 한다. 그러나 다 같은 대학 졸업전이라고는 해도 각 학과마다의 특성이나 방향이 다른 경우도 많아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글에서는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의 작품발표’라는 졸업전의 기본적 성격에 기초하여 작품제작-작품촬영 및 도록제작-전시장 행사 등의 제반 과정에서 종종 나타나는 사례를 염두에 두면서 발표 주체로서의 학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자세, 그리고 진행사항 등에 대해 조언하고자 한다.  

작품제작
졸업작품은 학생 자신이 주체적인 자세가 되어야 한다.
아직 여러모로 경험이 짧은 학생들로서는 작품의 아이디어나 제작법 등을 전적으로 혼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작품제작에 앞서 대개는 담당교수와의 대화나 권유에 의해 작품의 성격이나 형식이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만족할 만한 도자공예 작품을 제작하려면 그 경험을 통한 반복된 학습이 있어야 한다. 점토에 따라, 번조방법에 따라, 기법에 따라 너무나도 변화무쌍한 소재인 도자재료는 그렇게 경험으로 쌓인 제작과정의 이해 속에서 자신의 작품 아이디어도 불필요한 실수를 줄이면서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은 자기가 시도하려는 작품에 대해 담당교수와의 충분한 대화를 하여 작품의 의도나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작품을 만드는 학생의 취지가 지도교수에 잘 전달되어야 하므로 학생은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생각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조리있고 자신감있게 밝히기란 대개의 학생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품의 취지와 형식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수업 등에서 논의와 훈련이 있어야하겠지만, 특히 교수 앞에서 주눅 든 입장이 되어 학생의 의견이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따라서 담당교수의 너그럽고 수용적인 자세가 우선시 되어야 할 줄로 믿는다. 학생 본인의 작품발표를 위해 지도교수가 해당 학생의 마음을 수용하지 못하면 알맹이(내용)가 빠진 형식적 작품으로 귀결되기 쉽다. 또한 반대 경우도 있어서, 학생이 자기 생각이나 의욕이 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담당교수로서는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다. 만약 이때 학생과 교수가 서로 대화의 소통이 원활치 않아서 결국 한 쪽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제작방향이 결정 난다면 이 경우가 최악일 것이다. 시작부터 교수의 ‘지도’와 학생의 ‘작품’이 온전한 자리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졸업전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결국은 조금 화려해진 과제전 수준으로 전락될 수도 있다. 시도하는 작품에 관한 서로 간의 ‘이해’가 공유되어야 즐겁게 작품에 임할 수 있으며 결과 역시 좋아질 수 있다. 제작될 작품이 억지로 정해져 즐거움 없이 만들거나 그저 졸업만 하고보자는 식의 작품이라면 힘들여 도록과 포스터를 만들고 공연히 바쁜 사람들에게 보러 오라고 홍보할 필요가 있겠는가. 졸업전의 주체는 학생들 각자이다. 담당교수의 리딩 역할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인 학생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이 따라야 하겠다. 심약한 마음으로 교수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서 진행된 졸업작품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교수와 학생 간의 설명과 이해를 통해 작품이 정해지면 자연히 적절한 제작방법이나 크기 등의 형식적인 고려가 뒤따른다. 또 전시 여건과 학생의 제작능력 등을 감안한 교수의 지도가 있게 된다.
그러나 작품제작 방향에 관해 교수와 학생 사이에 원만한 결정이 났더라도 실제 작품을 제작해가는 과정에서 학생은 기술적인 문제점을 비롯한 시행착오가 종종 발생한다. 보통 4학년 초기부터 졸업전을 염두에 두고 반 년 이상의 기간 동안 준비해가는 것도 이러한 사정과 밀접하다. 좋은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는 꾸준하고 반복적인 성형과 번조를 통해 조형적 문제점을 극복해야한다. 졸업전에 임박해 시간에 쫓기어 제작한 작품에서 질높은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과제전이 제시된 조건에 따른 것이라면 ‘졸업전은 자신이 세상을 향해 발신’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작품, 자기가 해 낸 작품,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보다는 자기가 만족하는 작품이 되어야 참다운 졸업전시회의 의미가 있다. 전시가 끝난 후에 본인에게조차 그 작품이 애물단지로 전락되고 마는 경우는 그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졸업전은 졸업 당사자의 모든 역량과 의지를 결집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공식적인 자리이다. 자기의 의지와 노력으로 공들인 졸업작품은 자신에게는 젊은 날의 분신처럼 의미 있는 것으로 보존될 것이며 관객에게는 감동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졸업 당사자인 학생 스스로가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작품을 해나가는 주체임을 자각하여 작품의 취지에서부터 완성될 때까지 전 과정의 주인으로서 지도교수와 상담하고 개진해 가기를 바란다.  
 
전시도록 제작
전시가 임박해오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이 도록 제작일 것이다. 보통 각 전공이나 학과별로 졸업전시회 준비위원을 선정하여 도록제작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록 제작은 작품촬영과 편집디자인, 그리고 인쇄 순으로 이어지게 된다. 도자공예 졸업작품의 촬영은 전문사진사가 학교로 와서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작품도 있고 운반 중의 파손이 염려되기도 하므로 스튜디오로 가서 촬영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서일 것이다.
학교에서 촬영할 때는 스튜디오만큼의 호조건이 아니므로 가급적 실내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사전에 실내를 넓고 깨끗한 상태로 마련해야 한다. 촬영 시에는 작품 의도에 걸맞은 조명의 효과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배경지의 선택 역시 중요하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각도에서의 일반적인 촬영보다는 각 작품의 성격이나 형태에 따라 다양한 촬영 각도를 고려할 수 있다. 가령 기물이라면 외부와 내부를 각각 촬영하여 도록에 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막상 작품촬영이 시작되면 담당교수가 참여하여 촬영을 지휘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이 사진사와 의논하여 찍는 경우도 많다. 이때 학생들은 대개 작품촬영의 경험이 없어 사진사에게 의탁적인 자세로 임하기도 한다. 또 시종일관 한 두 장의 배경지 만을 사용해 작품만 달리 올려놓고 찍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명의 작품을 촬영한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작품에 최적의 조건으로 촬영하는 것이 사진사의 기본적인 자세이므로 학생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의 작품의 의도를 전하고 필요한 경우엔 적절한 배경지로 교체하여 찍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간혹 배경지를 충분히 구비하지 않고 오는 사진사들도 있으므로 사전에 이를 알리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경험자인 담당교수나 조교가 촬영 현장에서 적절한 조언을 하는 것이 좋으므로 학생들은 미리 양해를 구하고 섭외를 할 필요도 있다. 
최근의 대학졸업전 도록은 편집디자인과 인쇄를 한 곳에서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도록디자인과 인쇄가 한 곳에서 진행되면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편리할 수 있다. 일을 맡길 곳은 경험자인 담당교수나 선배들의 추천과 그 회사에서 만든 팜플렛을 참고해 선택하면 좋겠다. 그러나 도록의 디자인이나 편집의 방향 등을 무턱대도 그곳에 맡기기보다는 학과사무실 등에 비치된 졸업전 도록의 사례 등도 참고하면서 학생이나 학과의 의견을 조율하여 도록의 디자인 방향이나 크기, 색 등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그러면 도록 제작업체에서는 궁리된 몇 가지 시안을 제시할 것이며 담당교수 등과 함께 선택, 조정하면 좋다. 또한 작품제작에 여유가 있다면 컴퓨터를 이용해 학생들 스스로 디자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 인쇄를 하기 전에 반드시 테스트 인쇄상태를 확인하도록 하자. 
최근의 공예계 졸업전 도록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지나친 영문의 사용이다. 외국인들도 알 수 있게 영문이 병기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도록의 표지에서부터 작품명과 재료, 심지어 이름까지 영문으로만 처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과연 그럴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작품제목도 애써 영문사전을 뒤적이며 찾아 넣는 웃지 못 할 일이 유독 한국에서 그것도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혹시 한글보다 영문으로 해야 더 세련되고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해야 소위 국제화·세계화된 작품처럼 보여지리라 믿는 것인지. 어떤 문제의식과 성찰 없이 마치 유행처럼 가는 그런 도록이라면 졸업작품전의 내용적 힘보다는 오히려 표면적인 가벼움이 부각될 수도 있다.            

도록 발송
전시오픈에 임박해 작품을 서두르다보면 촬영할 작품이 늦어지면서 도록의 완성도 늦어지는 수가 많다. 심지어 전시 오픈 당일에 도록이 배달되는 경우도 있다. 도록용 작품촬영은 적어도 전시 한달 이전에는 마쳐야 하며, 발송은 늦어도 전시 10일 전~1주일 전에는 주소지에 도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매년 도록을 발송하는 타 대학이나 관계기관, 그리고 동문이나 관계자의 주소 등은 학과 사무실 있을 것이며, 개인적인 지인들에게도 초대의 의미로 보내도록 하자.  

작품 디스플레이와 오픈행사 진행
도자 작품의 상당수는 전시대 위에 올려지는 경우이다. 각 학과나 전시장에 구비된 전시대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작품에 맞는 전시대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일이다. 전시대 역시 작품을 이루는 한 요소이며 어울리지 않는 전시대는 작품을 살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합판을 잘라 결합하고 흰색의 수성페인트 칠을 한 육면체의 전시대가 보통인데, 제작에 앞서 담당교수 등과 논의하여 이뤄진다면 한결 업그레이드된 전시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당일의 오픈행사의 준비는 대개 학생 대표들이 사회를 보고 진행하게 된다. 참석 내빈들과 함께 테이프커팅이 있기도 하고, 축사와 4학년생의 답사, 건배 제창 등이 이어지기도 한다. 오픈행사의 순서와 준비는 경험자인 교수나 조교 등과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 처음으로 하는 일이다보니 종종 실수가 나오기 쉽다. 소개할 내빈의 성함도 챙겨야 할 일이며,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이므로 자신있는 자세와 꼼꼼한 준비가 있어야 하겠다. 또한 이날은 학과 후배들이 도우미로 지원하는 것이 다음을 위한 경험도 되므로 미리 그 역할을 나누어 준비함이 좋겠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졸업전 전시장에서 흔히 접하는 광경 중의 하나로서 가족이나 지인들이 가져온 화환이나 화분이 전시장 실내를 장식하는 점이다. 심지어 친구들의 선물이나 쪽지 등이 전시대나 벽면에 어지럽게 붙여진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작품전시회장 내에는 원칙적으로 작품 진열 이외의 불필요한 것을 놓지 않아야 한다. 작품보다 꽃이 더 살면 어찌되겠는가. 필자가 경험한 외국의 졸업전에서는 꽃다발 하나 보기 어렵다. 요란하고 들뜬 분위기보다는 차분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그간의 수고를 확인하는 한편, 가능성 있는 신진 예비작가를 신중히 찾는 갤러리나 미술관 관계자들의 시선이 의식되기도 한다. 화환 등은 전시실 밖의 복도 등에 놓아두도록 하자. 그래야 작품 감상의 여건이 이뤄지고 작품이 주목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전시장을 찾는 손님들 역시 전시 후엔 버려지는 소모적이고 값비싼 화환으로 응원하기보다는 작품을 구입하거나 차라리 축의금을 전달하는 것이 양쪽 모두 최선의 응원과 기쁨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 정희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와 동 대학원에서 도자공예전공하고 일본 국립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도예전공 박사과정을 마쳤다. 국내외 개인전 7회와 국내외 공모전 및 그룹전 50여회를 가졌으며 현재 경성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 도자공예전공 교수와 서울대 대학원 강사로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일부자료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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