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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월호 | 포커스 ]

미술계의 양대 비엔날레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2:11:02
  • 수정 2024-07-02 1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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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광주에서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열렸던 비엔날레가 두 달여 기간을 거쳐 지난 달 폐막했다. 진부하게 어느 것이 더 좋았고 나쁘고 우위를 가리기 보다는 각각의 특징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는 거대 규모의 미술 축제로 국내에서는 양대산맥을 이루는 행사다. 하나만 보기에도 벅찬데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열려 우리를 선택의 기로에 놓기도 했다.

2008광주비엔날레 Gwangju Biennale2008
2008년 9월 5일~11월 9일
장소 : 비엔날레관, 광주시립미술관, 의재미술관, 대인시장, 광주시장

<연례보고:일년동안의전시>라는 제목으로 2008광주비엔날레가 66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아쉬움 속에 폐막했다. 36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해 모두 549점의 작품을 출품한 광주비엔날레는 《길 위에서On the road》, 《제안Position papers》, 《끼워넣기Insertions》 3개 섹션으로 각각의 전시관 내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돼 소주제나 단위별 구분없이 선보였다.
지난해 신정아 사건으로 전 국민의 관심과 우려 속에 올해 비엔날레의 향방이 어두웠던 반면,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14년 역사 광주비엔날레의 힘을 증명한 해이기도 했다.
2008광주비엔날레는 첫외국인 감독인 오쿠이 엔위저의 기획으로 비평적 담론 형성, 과거 전시 관행의 탈피를 위해 예년과 다른 특정한 주제가 없는 전시행사로 치러졌다. 오쿠이 총감독은 이 전시들을 특정한 주제로 묶지 않고 선보였으며 첫 번째 섹션 《길 위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열린 주요 전시 36개를 선별, 다른 작품들과 더불어 재구성했다. 대인시장의 《복덕방 프로젝트》, 거리행진 퍼포먼스 ‘봄’ 등으로 구성된 두 번째 섹션 《제안》에는 국내외 미술현장의 젊은 큐레이터들의 관점과 제안 형식의 전시 또는 프로젝트로 선보였다.
특히 도심공동화현상과 대형할인점의 번창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대인시장)을 전시 공간으로 편입, 새로운 공공미술 영역으로 재탄생시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 번째 섹션 《끼워넣기》는 독창적이고 이슈가 뚜렷한 개별 작가의 작품 또는 이벤트적인 요소를 갖는 프로그램들을 초대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
이번 주제없는 전시에 대해 다소 난해함을 표하는 관람객들도 있었지만 ‘관객이 느끼는 것이 주제’라는 기획자의 의도대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열린 전시문화를 이끈 점이 두드러져 보였다.
2008광주비엔날레는 총 36만여 명(대인시장 복덕방 프로젝트 3만여 명 포함)의 유료관람객이 방문했다. 지난 회보다도 5만여 명이 감소한 수치이지만 개인 및 가족 관람객이 늘고 단체 관람객이 줄어 전시관람의 형태별 문화향유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 행사에 비해 축제형식의 부대행사를 대폭 감소시키고, 관람객이 전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간결화하고 동선과 작품배치 연출에 노력을 기울였던 점도 눈에 띄었다. 반면에 관람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아쉬운 점을 남기기도 했다. 다섯 개의 전시관을 둘러보는데 평균 한시간 이상 소요되는 점을 볼 때 휴게편의시설 확충이 앞으로 전시공간 구성시 필수적으로 들어갈 요소이겠다.
한편 관람객과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2008광주비엔날레 기념작품에는 독일 한스 하케의 작품 「넓고 하얀 흐름」과 조동환·조해준 부자의 공동 드로잉 작품인 「미군과 아버지」, 「생각하면서 일합시다」가 경합을 벌인 끝에 국내 작가인 조동환·조해준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2008부산비엔날레 BusanBiennale2008
2008년 9월 6일~11월 15일
장소 : 부산광역시립미술관, 광안리 해수욕장, APEC나루공원

2008부산비엔날레는 지난 9월 6일부터 11월 15일까지 71일간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현대미술전,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 등 3개의 전시로 선보였던 부산비엔날레는 40개국 190여명의 작가들이 출품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부산비엔날레 행사 전체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는 <낭비Expenditure>라는 개념은 무절제한 과소비를 의미하는 표현이 아닌 하나의 철학적 개념이다. 낭비는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생산되고 축적된 에너지를 주기적으로 방출하여 인간유기체 그리고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고 그러므로써 모두에게 원만한 생존을 가능케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낭비의 개념을 3개 전시에서 작품을 통해 확대하고 세밀하게 나타냈다. 먼저 현대미술전은 부산시립미술관 전관과 수영요트경기장 계측실 2개 등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현대미술전의 공간적 팽창이나 이색적인 아이디어보다는 현대비엔날레에서 놓치고 있는 전시개념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이를 통일되게 보여줄 수 있는 구조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현대미술전의 전시세부주제는 《낭비-이미 항상 지나치기 때문에Expenditure-as it is always and already excessive》로 주 전시장 역할을 하는 부산시립미술관에는 총 79명의 작가의 작품이, 수영요트경기장 계측실에서는 14명 작가의 작품이 보여졌다. 특히 이번 현대미술전은 지난 비엔날레에 비해 영상, 비디오, 설치 작품이 줄어든 반면, 현대적 감각의 회화, 조각 등의 전통적 장르를 많이 선보여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바다미술제는 총 27개국 77명이 출품했는데 공간의 범위와 다양성으로 좀 더 버라이어티했다. 전시주제 《비시간성의 항해Voyage without Boundaries》는 계산된 이성이기보다는 ‘과잉과 잉여’속에 측정불가능한 영역에 관한 것으로 결국 그것이 공간이든 무엇이든 행동하고 경험하는 것에 의해 만들어져 간다는 것이었다. 우선 광안리 해수욕장 백사장과 도로 등의 조각, 설치작품을 기본으로 민락동 미월드 놀이공원 내 실내전시, 금련산 지하철 역사의 지하철 미술관, 부산의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콘테이너 박스와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상가를 전시공간으로 삼았다. 각 전시공간의 거리 때문에 작품을 관람하려면 많은 발품을 팔아야했지만 작품관람을 하면서 느끼는 광안리 해변의 멋과 향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부산조각프로젝트는 APEC나루공원에 2006년도에 설치되었던 작품20여점과 함께 총 40점의 작품이 설치됐다. 부산조각프로젝트의 전시주제는 《전위정원Avant Garden》. 사유공간인 정원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개념을 개입시키는 의미로 도심의 공공 공원이 거주민의 생활공간이고 넓은 의미의 정원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세계적인 조각가 로버트 모리스Robert Moffis를 비롯해 데니스 오펜하임Denmis Oppenheim 등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출품작품의 면면이 지난 프로젝트와 많이 달랐다. 작가의 명성과 작품의 규모가 한수 위라는 평가다. 부산프로젝트는 전 출품작품이 나루공원에 영구히 전시돼 지속적인 작품관리와 보존도 필요한 부분이다.
2008부산비엔날레에는 관람객 16만 7천여(실내 전시장 기준)명이 방문해 지난 2006부산비엔날레 최종 유료관람객 12만 6천여 명에 비해 60%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섯번째로 개최된 이번 전시는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겼다. 작품하나하나는 훌륭했지만 주제와 전시내용이 어우러지지 않아 전반적인 맥락은 약했다는 것. 지역 미단에서는 부산의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실내 위주의 전시가 된 바다미술제에 대해 특색 없는 전시가 된 점과 부산지역 미술과 작가들을 소개하고 아우를 수 있는 자리가 적었다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수많은 작품들의 다양함이 주는 시각적 욕구는 충족이 되었을지도 몰라도 과도한 자극은 그 감흥을 반으로 떨어뜨리기 쉽상이다. 혹자가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한다고 하는 의견에 조용히 귀기울이게 되는 것도 보여주기식의 비엔날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관람객중심의 소통과 공감이 우선시되어야하는 비엔날레의 본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함께 호흡하고 교감하는 미술행사개최가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미술자체를 조용한 관조로 음미하고 탐색하기엔 아직 먼 이야기일까. 보다 많은 사람들과 다양하게 교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밝은 미래의 비엔날레를 기대해본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본 사이트에는 일부 사진과 표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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