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24. ~10. 10. 통인화랑
빛을 탐구해 아름다움을 사유하다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지닌 통인화랑은 깊은 시간 동안 시대적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통인화랑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도예 작가들이 참가했던 세라믹디자인전공 동문전에서 마음을 끌었던 다섯 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나이도, 환경도, 작품 스타일도 각기 다르지만 그들의 작품들이 한 데 모여 빛을 담는 공간을 만들었다. 현대 도예의 새로운 미감을 선보이는 도예 작가 5인의 기획 전시가 열렸다.
‘빛’은 다섯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영감이 되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업 하는 작가들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게 한다. 빛이 없으면 어떠한 조형도 바라 볼 수 없다. 도자에서 빛은 물질적인 매개체 역할을 통해 비물질적 가치로 환원시키고, 작가들은 빛을 매개로 한 도자의 조형성, 유약의 색감, 질감 표현 등 물질 탐구를 통해 비물질적 가치를 사유한다.
안성만 작가는 3D 프린팅 기술을 도구로 활용해 디지털화된 코드를 흙으로 표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을 통해 작품의 면과 색, 패턴이 왜곡되는 점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은 기능적으로 합盒이라는 가둬진 공간에 자신만의 기억의 단편들을 담아 간직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한다. 무 광 유약 마감을 한 작품에 빛이 닿으면 돌출되는 면에 빛이 먼저 도달되고, 작품의 위치에 따라 새로운 색과 형태가 연출되기도 한다. 빛의 반사를 통해 시각적으로 왜곡되는 형태를 위해 표면 처리에 신경을 쓰고 엠보싱 이미지도 살려냈다. 표면에서 느껴지는 대기의 운무 이미지는 무한한 자연과 그 속에 한없이 작은 자아를 상징한다.
안성만 「항아리-세라믹」 35×35×50cm I 3D프린팅, 옹기토, 1250°C
도자 작품에 관한 지속적인 사용 가능성을 고려하여 디자인을 발상하는 이범주 작가는 조용한 빛, 타오르는 빛, 살아있는 빛을 작품에 표현했다. 예로부터 사람 곁에 있으면서 들어주고 보여주고 지켜주는 존재인 등불을 밝히는 등잔은 작가가 꾸준히 작업하는 오브제다. 현대에는 사유의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상징적이고 서정적인 등잔을 디자인한다. 자신만의 추억이나 정서가 담긴 시간의 서정적인 의미는 시계 작품에 더했다.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투박한 조합토를 사용했는데, 강도가 다른 유리에 잔균열이 가면서 반짝임이 한층 강조된다.
이범주 「무제」 20×20cm | mixed media
윤효정 작가는 국내에서 대학원을 마친 후 독일의 순수예술대학에서 다시 공부하며 도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경험했다. 전통적인 도자 기법에서 나아가 시간과 공을 들여 독자적인 유약의 기법을 발현해 작업을 한다. 유학 생활 중 온전한 시간을 작업에만 투자하면서 실험을 하고 재료 연구를 하면서 마치 유리처럼 보이는 반 투명한 표면을 만들어냈다. 각 요소는 물레 성형으로 하나씩 빚어지고 초벌 소성된 후 작가가 직접 고안한 특수 접합 기법을 통해 두 번째 소성 과정에서 조립된다. 작가의 작업은 한국과 독일의 서로 다른 환경과 배움이 화합하며 각각의 성향을 발전시켜 여러 개별 요소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하나의 전체로 조형적 조화를 이룬다.

윤효정 「Symphony in C major.」 백자, 물레 성형, 독자적인 유약 기법, 환원소성
사진. 통인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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