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0. ~10. 25. 부산 조이갤러리(해운대 달맞이길)
반복과 차이가 만들어 낸 중첩된 세월

부산 경성대에서 도자공예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부산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도예가 정맹룡의 개인전이 열렸다. 그간 그는 백토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색소지를 이용해 다양한 기법의 기물을 선보이며 전통과 모던의 양식이 어우러진 현대적 기물 위주의 작품을 발표해 왔으나 그로부터 더욱 진화한 내용과 형식의 작품을 이번에 선보였다.
우선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달 항아리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사이즈의 도자 설치작업이 장관이다. 그리고 그 외에 여러 점의 달항아리들과 벽면에 걸린 육면체의 도자 유닛들로 구성된 작품들이 서로 혼재되어 있다. 자칫 개인전으로 보기에는 그 양식적 폭이 넓어 보이지만 실은 같은 개념으로 작품을 시도하는 과정에서의 나타난 형식적 변화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달의 생성」 연작들
그런 점에서, 이번 발표작들은 사용 점토의 물성에 보다 근원적 관심을 두면서 그 물성을 달月이라는 대상에 투영시킨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작가는 흙이라는 재료가 지닌 물질적 성질과 그 변화의 가능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의 형태적 모티브는 다름 아닌 달항아리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은 전통적인 달항아리를 모태로 삼되 이를 단일한 덩어리가 아닌 ‘흙의 입자’ 개념으로 재해석하여 단순히 형태의 시각적 재현에 그치지 않고 그 근원적인 재료인 흙에 초점을 맞추었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작가는 “기존의 달항아리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완성된 단일체의 조형물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구조를 ‘입자’의 개념으로 재해석했다”고 한다. 다시말해 달항아리를 이루는 근본 단위가 되는 흙의 입자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를 형성하는 존재로서의 달항아리를 표현한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커다란 큐브 형틀에 작은 큐브형 도자들이 공중에 매달린 구조의 달항아리 설치작품 「큐브 속 항아리」는 기존의 달항아리 작품과는 달리, 우리에게 그 외형과 내면, 그 구조와 공간까지 입체적으로 한꺼번에 파악하게 하는 신선한 조형적· 미적 경험을 안겨준다.

「큐브 속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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