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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월호 | 뉴스단신 ]

all that coffee with SOUL
  • 편집부
  • 등록 2018-02-04 22: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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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TV, 잡지 등과 같은 각종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서울 종로 네거리, 경복궁 동쪽 북촌, 남산골 한옥마을, 종가宗家와 뗄 수 없는 종부宗婦 등이다. 그 중에서도 종부의 전통 내림 음식으로 비춰지는 그들의 한옥韓屋생활이 으뜸이다. 그들은 경쟁적으로 한옥과 한옥살이의 로망을 실어 보낸다. 딱 이 시기만 지나면 편리함 찾아제 갈길 가는 우리들에게 일 년 동안 한옥에 대한 미련이 떠나지 않게연초부터 마음을 흔들어 대기 시작하는 것이다.그나마 눈요기라도 실컷 해두면 한국 사람은 한옥에서 살아야지 하는 스멀스멀해지는 공명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얻어 가자는 심보(?)도 있고 해서 경상북도 대구로 향했다.대구하면 잘나가던 옛 시절이 있었던 섬유산업의 메카 그리고 찜통 더위로 익숙한 곳이다. 그런 그곳에 조선후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있는 전통 한옥이 있다.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묘리 800번지 달성삼가헌達城三可軒묘리마을은 낙동강 부근 아늑한 계곡 안에 들어앉아 있어 쉽게 눈에 띄는 곳은 아니다.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충정공 박팽년(朴彭年, 1417∼1456)의 후손들이 정착하여 대를 이어 살아온 순천박씨 집성촌으로 마을의 가장 높은 곳, 반가 영역에 삼가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대구의 대표적 고택을 지키고 있는 안방마님을 찾아 지난 길에 마셨던 그 때 그 커피를 한잔 더 내려 달랄 참이다.카모메 식당에 시나몬 롤이라면 삼가헌에는 노릇노릇 가래떡이번이 두 번째 길이기는 하지만 ‘삼가헌’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과 오버랩된다.잔잔하고 편안한 감동,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묻어가는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은 풍경 속에 안기고 풍경 속에 자리한 사람에게는 휴식이 찾아온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 스타일로 충만한 식당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식이야기다. 특히 시나몬 롤, 오니기리, 고기감자조림,돈가스 등 작고 아담한 식당 밖으로 시나몬향이 빠져 나갈 때쯤이면 저도 모르게 식당 앞을 지나가다 유리창에 코를 박게 되는 그런 음식이야기. 그리고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커피 이야기다.‘삼가헌’ 안채에서 처마 밑으로 흐르는 듯 커피향이 퍼지면 지나던 객이대문을 삐걱거리며 이끌리듯 들어서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카모메 식당 주인 사치에는 한 달 만에 온 첫 손님인 일본만화 ‘덕후’청년에게 평생 공짜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하고는 편안하고 느릿하게 주야장천晝夜長天 청년을 위해 커피를 내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식당 자리 이전 주인인 한 남자가 맛있게 커피 내리는 법을 알려주는데 원두가루가 가득한 드립퍼 중심에 손가락을 대고 ‘코·피·루·왁’ 하면서 주문을 넣어 커피를 내리면 되는 초간단 레시피다. 이렇게 내린 커피는 원두를 바꿨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맛이 훌륭해진다. 마음과 정성을 넣어 만든 커피는 시나몬 롤을 낳고
그것들은 발 디딜 틈 없는 손님을 낳게 된다. 그렇게 영화 속 사치에는 채도 낮은 따뜻한 컬러의 주방에서 도자기 드립퍼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린다.

 

오늘 삼가헌에는 사치에의 시나몬 롤 대신 달궈진 팬에 노릇노릇 구워진 소울 푸드Soul Food 가래떡이 있고 안방마님의 사브작사브작 한복 저고리 끝에 주문이 들어간 핸드드립 커피가 있다. 생활에 그대로 녹아있는 듯 커피를 내리는 모양새가 능숙하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안방마님의 능숙한 드립 솜씨에 적잖게 놀랐다. 수백 년 된 이런 고택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는 몸에 좋은 생강차나 대추차 같은 것들이 나올법한데 예상외로 너무도 진한 커피향이 기와집 대청마루 건넌방 한지문 틈새로 흘렀던 것이다. 온도계까지 달린 전문가용 주전자로 바리스타 포스 작렬하니 내로라하는 커피전문카페 부럽지 않더라.

 

뇌리에 강한 인상이 박혔던지라 2015년 새해에도 삼가헌의 커피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안채 대청마루에 한 상 벌려놓고 커피 한잔에 가래떡 구이로 아침을 한다. 가래떡 구이는 기름을 두르지않은 달군 팬에 굴려가며 노릇하게 구워낸 뒤 참기름 몇 방울 조선간장에 찍어먹으면 더없이 좋은 아침이 된다고 귀뜸하는 안방마님. 진간장이 아니라 조선간장이라고 다시 한 번 콕 찍어 확인한다.

 

햇빛과 친하고 바람과 친한 것이 한옥이라던데 오늘은 때마침 맑은 하늘 사이로 내린 햇빛이 마루 깊숙히 내려앉았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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