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현 도예전
2024. 12. 20. ~1. 5. 비담은
53×22×5cm | 흑토, 테라시질레타, 1250°C 산화소성
1979년에 시작되어 가장 오래된 도재상으로 불리는 여주의 대원도재가 2019년 이천 예스파크에 두 번째 도재상인 비담은을 오픈했다. 늘 음악이 흐르는 넓고 쾌적한 매장의 비담은은 도자 재료를 판매하는 일반적인 도재상의 개념에 아트 갤러리를 더해 변화를 모색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비담은과도 연을 맺고 있는 작가 심재현이다.
충북 음성의 무극도예에서 권신 작가와 오랜 시간 함께 작업을 하며 도자 벽화 등 작품에만 몰두했던 심재현 작가는 도자기 재료상인 비담은에서 5년의 새로운 여정을 지나오며 십 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의 작품은 그가 몸담고 있는 비담은 대표의 제안으로 도자의 ‘현장’으로 나와 전시됐다. 도재상 한 켠에 마련된 공간을 비롯해 곳곳에 설치된 작품들은 수많은 도자 재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관람객과 도재상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가의 작품은 연륜과 경험이 쌓이며 계속 변화했다. 동굴 점적석의 이미지 조형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작가는 초기에는 볼륨감 있는 작업을 추구했다. 청년 심재현이 볼륨을 동반한 과감한 선의 변화를 모색했다면, 중년 심재현은 볼륨 해체의 작업을 시작한다. 공간 파괴를 통해 내부 공간을 노출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30년 가까이 작업을 공유하 던 권신 작가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권신 작가에게 작업을 배우면서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도자기를 만들 때는 보이지 않는 안쪽도 깨끗하게 다듬어야 바깥의 선도 아름답다는 것. 그러한 가르침 속에서 작가는 외형만 보는 도자기의 내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어느 날 도자기를 자르고 공간 파괴를 하면서 내부를 노출시키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작품의 앞뒤 또는 네 면에 각각 세로로 잘린 도자기가 보인다. 한 작품에 4개의 다른 도자기들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잘라낸 표면에는 흙이 나타낼 수 있는 질감을 살리고, 도자기의 색은 모두 다르게 하는 등 재미있는 표현들을 많이 넣었다. 내부 공간을 보여주는 작업과 함께 구조적인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전형적인 현대적 형태에 나무와 새 등 자연적인 것을 결 합한 구조로 도시와 자연이 함께하는 의미를 담았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아슬아슬해 보이는 작품도 새롭게 시도했다.
12.5×14x31cm | 백조형토, 테라시질레타, 1250°C 산화소성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컬러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무게감 있는 컬러를 주로 사용하던 작가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색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도재상에 작품을 전시하는 신선한 시도에 호응하며 비담은에서 판매하는 안료와 소지들도 충분히 활용했다. 어두운 갈색 계열의 지난 작품들에 비해 새로운 작품들은 파스텔톤의 화사하고 경쾌한 느낌을 자아낸다. 파스텔톤의 색감을 더 잘 살릴 수 있게 무광 위주로 작업했다. 재벌 소성한 유약 위에 다시 한번 더 색상감을 발라 삼벌하는 테라시질레타 방식이 이번 작업의 특징이다. 공정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하는 수고를 감수할 만큼 효과적인 컬러가 나와 작품의 미감을 완성해 준다.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예순의 나이에 이렇게 컬러풀한 작품을 하는 것이 괜찮은 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새로운 작품들은 작가의 나이가 무색하게 젊은 감각이 돋보이며, 환갑을 맞아 다시 태어난다는 이번 전시의 취지에도 잘 들어맞았다.
48×21×48.5cm | 혼합토, 테라시질레타(고화도 안료), 1250°C 산화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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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심재현은 국립한밭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민대학교에서 공예미술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관동대, 안동과학대, 청강문화산업대, 한국도예고등학교 등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도예 작품 연구 기관인 무극도예에서 30년 간 도예 연구와 작품 활동을 진행했다. 현재 비담은에서 근무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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