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도자직설11 성석진 개인전 《UNIVERSE》
2024. 11. 15. ~2. 23. 여주도자나날센터 쇼룸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유, 무형문화재의 오래된 장인을 일컬어 우리는 ‘기능보유자’라 부른다. 디지털 사회와 첨단 AI 산업을 지향하는 지금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옛것을 새롭게 이어가는 ‘기능’의 장인들, 이들의 중요성은 더더욱 역설적으로 확장되고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의 환경과 관련해 석유와 ‘플라스틱’이라는 대체代替 재료材料로서의 운명이 사라지거나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인류가 와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친환경의 재료들이 각광을 받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隨順이다. 나무, 흙, 돌, 금속 등과 같은 친환경의 재료들이 ‘기능’과 함께한 인류의 오랜 전통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역사)이며 지금도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재료들이 ‘전통’과 관련된 ‘기능’으로 더욱 부각되는 이 시대의 현상 역시 상대적이며, 역설적이다. 누가 ‘플라스틱’ 그릇을 ‘전통적’이라 부르겠는가?
「JUPITER (장작가마무유요변재날림)」 44.5×44.5×49cm | 하동백토, 장작가마무유소성(100시간)
일반적으로 ‘공예’라 불리는 미술의 한 장르 중에서도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깝고 친밀한 것이 ‘도자陶瓷’일 것이다. 전통의 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의 ‘기능’과 그 맥이 잠시 단절되었던 일제 강점기, 그 이후 서구 모더니즘의 미학이 가미된, 현재의 지금 우리는 ‘기능’과 ‘예술’ 사이를 왔다 갔다, 혹은 갈팡질팡하며 이 형식의 ‘일’과 ‘물건’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흔히 통용되는 용어로써 ‘도자기’, ‘도자공예’ 혹은 줄여서 ‘도예’ 등의 언어로 표기하면서도 그 내부의 내용정리가 모호한 시점인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따지고 보면 ‘기능’과 ‘예술’을 철저하게 분리/배척했던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이 지나간 포스트모더니즘의 오늘날, 굳이 그 둘의 관계에 대하여 그렇게 신경 쓸 일도 없다. 어떻게 보면 ‘도자’야말로 ‘기능’과 ‘예술’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태생적으로 갖춘 ‘Art is Life’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어언 듯 중진 ‘도예가’로 성장한 성석진의 ‘도자기陶瓷器’는 미학을 품은 ‘예술작품’이 거나 일상에서 평범하게 사용할 그릇 형태로서의 ‘기능’을 겸비한, 그 둘 사이의 간극間隙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내포하고 있다. 성석진은 ‘도예’에 따른 전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에 대한 ‘재해석’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진취적인 태도 또한 갖추었다.
「DEEP SPACE (platinum dot)」 35×35×35cm | 하동백토, 흑유, 백금 3벌소성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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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성석진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도예전공으로 졸업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20년 넘게 여주에서 도예공방 석진을 운영하며 서울예원학교 미술과 강사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출강,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 공예과 강사로 출강하며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매년 수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단체전에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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