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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월호 | 특집 ]

[특집I] 모두를 위한 박물관: 감각적 접근성과 문화유산의 새로운 경험
  • 강경남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 학예연구관
  • 등록 2025-03-04 16:38:02
  • 수정 2025-03-04 16: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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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박물관의 장소성이 확장되면서 박물관 활동 전반에서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경험이 확대되고 있다. 박물관 주요 활동인 전시는 관람객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면서 전시 관람 속 내재화된 학습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는 박물관 경험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시, 조사, 연구, 교육 등으로 구분되던 박물관 활동의 분야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교육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기존 교육 활동이 박물관 전체 활동 안에서 차별화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어떻게 역할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이 단순히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넘어서서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서 다양한 실천과제가 모색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감각 전시학습 <공간 오감>을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포용적, 감각 중심의 박물관 활동이 가까운 미래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며, 간단하게나마 도자예술 분야에 적용할 가능성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기는 

공감각 전시학습 <공간 오감>과 문화유산의 새로운 경험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의 공감각 전시학습 <공간 오감 Sensory Learning Space>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다양한 감각으로 박물관의 문화유산을 경험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공감하는 전시학습 공간이다. 2022년부터 기획 단계를 거쳐 시설 공사, 내부 콘텐츠를 완비하고 2023년 9월 14일 문을 열었다.1)

당시 박물관에서는 단순 체험 이상의 다층위 ‘체험’을 설계하고 심화된 내면화를 통해 깊이 있게 사유하고 해석할 수 있는 교육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소장품이 가장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박물관의 모든 활동에서, 교육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해석’이다. 이는 과거 유산인 소장품과 거의 대응한 가치로 존재하는 동시대인, 즉 관람객이 박물관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지와 연관된 부분이 크다.

박물관은 최근 세련된 전시 기법과 공간 연출로 감성 경험을 확대하면서 미디어를 활용한 상호작용으로 관람객과 전시품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 나가고 있었다. 즉 밀도가 높고 다채로운 감상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전시 방식을 시도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기반으로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인 두 국보 반가사유상을 위한 ‘사유의 방’이 2021년 가을에 문을 열었다. 두 조각상을 오롯이 대면하고 감상하는 새로운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진열장 없이 반가사유상을 직접 대면하고, 해설과 설명을 배제한 채 공간 경험을 확장하여 개인적 사유와 감상의 깊이를 더한 연출이었다. 그러나 날로 진화를 거듭하는 전시 연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경험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지는 않을까? 이들에게도 깊이 있고 몰입감 있는 문화 향유의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이 쌓이면서 이번에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의 서사’를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박물관 내외부 여러 사람들의 노력의 결실로 2023년 가을 《여기, 우리, 반가사유상》이 문을 열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 위치한 <공간 오감>


시작은 모든 이가 장벽과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박물관의 접근성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것만큼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 활동도 함께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은 기획 초부터 염두에 두었다. 이 과정에서 ‘모두를 위한 박물관 공간 조성과 교육’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여러 의견과 경험을 담론화하였다. 발표자로 참석한 한 맹학교 교사가, 소속 학생이 박물관, 미술관, 수족관을 현장학습 장소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를 “그곳 에서 우리는 유리벽 밖에 느낄 수 있는 게 없어요”라고 얘기한 내용을 전했는 데, 이 말은 박물관 본연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 박 물관은 늘 ‘눈으로만 보아 주세요’가 기본인 곳이었다. 최근 전시실 내 촉각 체 험물, 점자 안내판, 음성 안내기 등을 비치하고 교구재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었지만 깊이 있는 이해와 감상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공간 오감>은 시각장애인의 감각 경험과 행동 특성을 고려해 구성한 여덟 단계의 감각 활동에 인지적 학습과 감상이 조화를 이루고 자기표현 활동이 포함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먼저, 기획 단계에서 장애인 이용 편의성을 고려한 구조와 시설 개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베리어프리에 기반한 유니버설디자인이 도입될 수 있었고 디지털 인프라와 경험도 일상에서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 정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고안한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이 시각 경험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개인화된 체험을 도울 수 있다. 질문으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유도하여, 촉각에 집중한 감상의 깊이와 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여자의 체험 단계와 이동 속도에 따라 구간별로 직접 재생하는 반자동 방식으로 제작했다. 지정 표식 접촉과 연동하여 시각 정보 확인 없이 터치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어 직관적이다. 또한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얻어 특별히 제작한 향기와 저시력자를 고려해 제작한 영상과 음악은 반가사유상의 이해를 돕는다. 실제와 거의 같은 크기와 재질로 만들어진 두 반가사유상을 대면하는 단계는 앞서 모든 감상 활동이 통합적으로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어, 각자 느끼고 이해한 반가사유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단계에서는 최신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실시간 상호작용과 자기표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공간과 콘텐츠를 만들고 이들을 연결한 경험 시나리오를 설계한 후 여러 가정 하에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듭하며 무수히 수정해 나갔다. 먼저, 다양한 광학 보조기기와 디지털 매체를 도입해 스마트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점·묵자 혼용 텍스트와 음성 해설을 비롯한 청각 요소 활용, 저시력인을 고려한 시각 연출도 중요했다. 구간별 바닥 마감재의 재질을 달리하여 주제와 교육 단 계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썼다. 또한 별도의 오리엔 테이션 공간인 ‘오감 플러스’를 마련하여 사전, 사후 활동을 진행했다.

반가사유상을 주제로 한 학습 공간 구상은 여러모로 어려운 도전이었으나 다행히 의미 있는 작업에 동참하고 싶다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범 운영, 그 이후까지도 큰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지금 <공간 오감>에서는 세대와 국적, 장애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통합적 감상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초 시각장애인에게도 즐거운 박물관 경험을 제공하자는 목표를 두고 이들의 경험 방식을 이해하려는 데에서 출발했으나,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경험 공간이 된 것이다. 더불어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이를 담당하고 참여했던 우리 자신들의 변화와 성장은 무엇보다 값진 성과로 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의 몰입형 감상공간 《고려비색》 전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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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간 오감>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의 장은정 과장(현재 유물관리부장), 배진희 학예연구사(현재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관), 장연심 연구원, 구민우 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완성하였다(사업 종료 시점 기준). 오랜 기간 준비한 프로젝트였기에 현재의 정체성을 갖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쳤으며, 위 언급한 분들 외에도 여러분이 힘을 보태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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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장은정, 「박물관 교육의 역할 확장과 심화: 박물관의 전문성과 장소성 내재화 관점에서」, 『제52회 박물관학 학술대회 및 제8회 박물관학 학술논문 자료집』, 2024

•조준동, 「시각장애인의 박물관 전시품 다중감각 체험을 위한 사례 연구」, 『박물관 교육』제6집, 2022

•황지영, 「국립현대미술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미술관교육 방향 연구」, 『박물관 교육』제2집, 2018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2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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