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과 예술품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장소를 넘어, 다양한 방문객을 포용하는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변화된 박물관의 역할은 2022년 프라하에서 개최된 제26회 국제박물관협회(ICOM) 임시총회에서 승인된 박물관의 새로운 정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은 유무형 유산을 연구, 수집, 보존, 해석, 전시하여 사회에 봉사하는 비영리, 영구기관이다. 박물관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쉽고 포용적이어서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촉진한다. 박물관은 공동체의 참여로 윤리적,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소통하며, 교육, 향유, 성찰, 지식, 공유를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_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 20221)
상기 국제박물관협회에서 승인된 새로운 박물관의 정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새로운 박물관의 정의에는 ‘포용’, 다양성’, ‘지속가능성’과 같은 키워드가 추가 되었다. 새로운 박물관의 정의에서 강조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박물관’,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개념과 ‘포용’, 다양성’, ‘지속가능성’과 같은 키워드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일맥 상통한다.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인 유니버설디자인은, 특별한 개조나 특정한 디자인 없이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환경을 의미한다.2) 또한, 2006년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에서는 유니버설디자인을 모든 사람이 별도의 개조나 특별한 조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제품, 환경, 프로그램, 서비스의 설계로 정의하고 있다.3) 이와 같은 개념을 박물관에 적용시켜보면,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야 하는 박물관의 영역은 박물관 공간 및 시설물과 전시 뿐 아니라 프로그램, 정보, 서비스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고려해야 할 사용자층은 크게 장애인, 노인, 어린이, 영유아 동반인, 외국인, 임산부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장애인을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와 같은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자폐, 지적 장애, 정신 장애까지 포괄하는 정신적 장애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4)
유니버설디자인의 대표적인 원칙 중 하나인 ‘접근성’ 측면에서 논의해보자면, 국내외 박물관들은 꾸준히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전략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접근성은 단순히 물리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으며,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접근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물리적 접근성에 비해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임을 확인 할 수 있다.
박물관 접근성과 경험 측면에서 다양한 방문객들이 박물관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는 여러 해외 박물관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스미소니언 재단Smithsonian Institution은 Access Smithsonian이라는 조직을 통해 포용적인 박물관 시설,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5) 스미소니언 재단은 대활자 가이드와 접근성 지도를 제작하여, 이를 PDF 형식으로 웹사이트에서 제공함으로써 방문객들이 방문 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미소니언의 접근성 지도
또한, 이라는 신경 장애가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감각 친화적인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정된 토요일 또는 일요일 오전에 스미소니언박물관 개장 전에 운영되며, 사전 등록한 가족들은 박물관을 방문해 독립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거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6) 또한, 은 성인 치매 환자와 그의 간병 파트너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작품을 감상하며 박물관 교육자와 소규모 그룹 내에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7) 이는 감각적 경험과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며 대화 중심의 활동을 통해 박물관 컬렉션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 사례로, MoMA(뉴욕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박물관 중 하나로,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성, 다양한 방문객을 고려한 전시와 프로그램 운영 등을 실천하고 있다. MoMA의 접근성 전략은 휠체어 사용자,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 청각장애인 및 난청인,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 치매를 가진 사람, 그룹 투어 및 워크숍 등 다양한 방문객을 고려하여 운영되고 있다.8)
MoMA의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MoMA의 교육 전문가들이 특정 주제, 예술가, 전시 등을 선정하여 언어적 설명Verbal Description과 토론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은 작품의 시각적 요소를 세밀하게 설명하며, 단순한 설명을 넘어 작품의 맥락, 역사, 예술가의 의도 등을 함께 탐구하는 대화형 형식으로 진행된다. 는 시각장애인도 미술을 감상하고 예술적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포용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MoMA의 대표적인 접근성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MoMA의
MoMA는 50년 이상 터치 투어Touch Tour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시각장애인과 저시력 방문객을 위한 공공 프로그램인 도 20년 이상 이어 오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각 장애인과 저시력인을 위한 터치 투어는 루브르박물관Louvre Museum과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서도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영박물관에서는 이집트 조각 갤러리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거나 자원봉사자가 안내하는 무료 터치 투어를 제공하는데 이 투어는 이집트 조각 갤러리에서 주요한 9개의 전시물을 촉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10) 터치 투어에 대한 지원 자료로 대활자 가이드, 점자 정보가 포함된 촉각 도면 등도 제공된다.
대영박물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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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icom.museum/en/resources/standards- guidelines/museum-definition/
2) https://www.udinstitute.org/post/scientists- make-a-breakthrough-on-cloning-of- endangered-species
3) UN General Assembly,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 resolution / adopted by the General Assembly, 24 January 2007, A/RES/61/106
4) https://www.nrc.go.kr/portal/html/content.do? depth=td&menu_cd=04_01_03
5) https://access.si.edu/programs
6) https://access.si.edu/program/morning- museum
7) https://access.si.edu/program/see-me- smithsonian
8) https://www.moma.org/visit/ accessibility/
9) https://www.moma.org/calendar/ programs/33
10) https://www.britishmuseum.org/visit/ accessibility-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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