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4. ~1. 25. 다음
사물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여백
같은 학교에서 도예를 공부하고, 같은 스승 밑에서 도자기를 대하는 삶을 배우고, 학업을 마치고 내려간 강원도 양구의 백자연구소에서 함께 작업을 하는 김수연, 천욱환 작가가 둘만의 첫 전시를 열었다. 오랜 인연 끝에 작년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작가는 ‘여백’ 속 같은 듯 다른 작품을 선보이며 그동안의 또 앞으로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여백 사물》은 두 작가가 함께 공부했던 서울대학교의 도예전공 판매전에서 출발했다. 판매전에서 김수연 작가의 도자기를 구입해 사용하던 김예진 티푸드 디렉터는 두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작년 여름, 티하우스 ‘다음’에서 전시를 제안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첫 개인전인 동시에 차와 음악이 있던 자리에 공예를 더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에서 기획된 첫 전시이기도 하다. ‘여백’이라는 단어 아래 함께 작업하는 두 작가는 쓰임이 있는 사물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그릇 속에서도 여백이 있어서 담음새가 더 아름답고, 오브제에도 여백이 있어야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다는 생각에 빈 공간의 중요성을 작품에 담고 있다.
두 작가는 전시 공간의 성격에 맞게 차 도구와 다식을 위한 식기를 만들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청백자류의 다도구가 놓여져 있는데, 두 작가가 그동안 추구했던 깨끗한 백자의 이미지가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차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다도’는 단순히 차를 내려 마시는 것을 넘어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행위이다. 다도를 경험하는 시간에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 한 작가는 아름다운 시간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도자기의 크기는 한 손 에 쥘 수 있게 작게 만들었다. 차 도구 는 미감 못지않게 쓰임도 명확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편의성도 빼놓을 수 없었다. 끓인 물을 담아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숙우는 옆으로 잡았을 때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하고 형태를 잡았다.
김수연 (h)15~35cm | 물레성형, 백자점토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양구에서부터 이어진 현재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놓여져 있어 두 작가가 탐구하고 있는 분야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김수연 작가는 유약의 성분 변화에 따른 현상들을 연구하며, 유약의 매력적인 표면 질감과 깊은 색감을 찾아 적합한 형태에 적용한다. 그중 발색에 도움을 주고 반짝이는 결정이 피는 효과를 내는 스트론튬을 활용한 유약에 집중하고 있다. 김 작가의 연구 분야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다양한 색감들의 화병이 풍경처럼 펼쳐진다. 두 개를 붙인 형태의 화병은 편안하면서도 재미있는 비례감을 주며 깊은 연결 부위에 레이어를 만든다. 화병 시리즈는 유약의 중첩 정도와 유동성에 따라 피어나는 무수한 결정들을 보여준다. 천욱환 작가는 부피감과 형태가 강조되는 백자호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천욱환 38×38cm | 물레성형, 백자점토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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