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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월호 | 나의 작업세계 ]

주변에서 감각하기_ 박자일
  • 박자일 작가
  • 등록 2025-03-04 12: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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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 세계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서 나와 관계 맺는 주변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야가 확장되어왔다. 정체성에서 출발해 공간과 사물을 인식하고 감각하는 일련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세계를 인식하기 이전 나에게서 출발한 작업 여정은 신체를 통해 정체성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시작한다. 정체성이라는 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항상 변화하는 중간에 놓임에 대해 작업했다. 경계를 허물고 중간에 머무는 이질적인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의 형태를 상상하며 만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의 장기에 낯선 존재를 대입해서 표현했다. 경계를 허물고 낯선 스스로의 모습과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한 달간 이루어졌던 캠프를 인연으로 인도 첸나이에 레지던시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각각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속에서 여행을 하며 작업하는 듯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 제약 없이 이동하는, 고정되어 있지 않는 상태를 느끼고  집중할 수 있었다. 액체와 고체의 중간 사이에 머무는 슬라임과 같이 흘러내리는 점액질의 물성에 빗대어 표현했다. 유동적인 형태를 하고 늘어지는 주름을 가지고 있는 고체의 도자기가 물컹하고 흐르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고 싶었다. 


「Untitled」 70×30×70cm | stoneware, glaze, acrylic pipe | 2017


그 뒤로 서울을 벗어나 원주에 작업실을 만들고 작업을 이어나가던 중 작품을 보관하던 창고가 화재가 났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결과물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화재 수습을 위해서 작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물질이 사라지고 강제로 멈춰진 상황에 아이러니하게도 해방감을 느꼈다. 변화를 꽤하고 있던 시기에 때마침 과거를 꺼내 볼 수도 없게 현재와 미래만 남은 상황이 오히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홀가분한 자유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도자 작업을 멈추고 다른 재료와 장르에 도전해 보았는데, 디지털 드로잉이나 타투를 배운 것은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호흡이 긴 도자 작업에서 벗어나 즉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드로잉 작업의 빠른 속도감에 매료되었다. 이 시기를 통해서 나에게만 머물던 시선이 점차 바깥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다. 1년간 자유로운 시도들 뒤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 장기 입주 작가로 들어갔다. 도시를 벗어나 작업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서울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작된 레지던시 생활 이었지만 의외로 조용한 곳에서 생활이 주는 새로운 감각과 느린 자극들이 또 다른 시야를 갖게 되었다. 도심과 멀어진 곳에서는 마음도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다. 화재 이후 다시 도자 작업에 집중하며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주변을 관찰하고 사물을 감각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동그라미 수집》 전시 전경 2023


사진. 작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2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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