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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월호 | 해외 ]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선민족미술관 <조선민족미술관 설립 100주년 기념전>
  • 오순화 예술철학 박사, 단국대학교 도예과 외래교수
  • 등록 2024-10-04 17:16:00
  • 수정 2024-10-07 16: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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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조선민족미술관이 설립된지 100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민예관에서는 특별전을 열고 기념 강연회도 개최하였다. 강연회는 사전예약제로 진행된 참석자 접수가 조기 매진되는가 하면, 질의응답까지 이어진 1시간 30분 내내 열기가 뜨거웠다.

1924년 4월 9일, 경복궁 집경당에 문을 연 조선민족미술관의 모습은 현재 남아 있지 않지만 조선의 미에 매료되어 그 미를 알리고 보존하며, 평화와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던 야나기 무네요시의 뜻을 따라, 조선민족미술관의 설립 과정과 그 의미를 생각해 본다.


조선민족미술관 설립 100주년 기념전 전시실

- 민예관 관내사진은 특별허가를 받아 촬영되었음


조선의 미에 눈을 뜨다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아사카와 노리다카浅川伯教(1884~1964)와 다쿠미浅川巧み(1891~1931) 형제 그리고 「백자청화초화문각병」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노리다카가 야나기에게 선물로 건넨 아담한 조선의 청화백자 한 점이 야나기로 하여금 조선의 미에 눈을 뜨게 했으며, 조선미의 특질을 규명하게 했고, 조선민족미술관 설립으로 그리고 민예운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이미 고등학생 때 도쿄의 골동품 상점에서 조선의 「청화백자목단문항아리」를 거금 3엔을 주고 산 적이 있을 만큼 조선 백자에 매료되어 있었지만 이 「백자청화초화문각병」을 선물로 받고는 1914년 12월 호 『시라카바』에서 이렇게까지 고백하였다. 이 도자기를 받아들고는 몇 날 며칠 밤낮을 감상에 빠져있었고, 조선의 도자기에서 “인간의 따뜻함”, “고귀함”, “장엄함”을 느꼈으며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형상미Shape에 대한 가장 발달한 감각을 가진 민족은 조선이다”라고 말이다.

1914년, 당시 25세였던 야나기 무네요시는 서양미학자, 종교철학자로 이름을 알리며 문예·미술동인지 『시라카바白樺』에서 로댕, 르노와르, 세잔느, 고호, 고갱, 마티즈, 윌리엄 블레이크와 같은 서양의 미술가를 소개하는 등 서구의 문물을 일본에 알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리다카 역시 서양조각을 공부하며 서구미술에 심취해 있던 상태였다. 당시에는 일본 사회 전체가 이처럼 서구의 문화와 예술에 열광하고 있어, 동양 예술에는 누구도 눈을 돌리지 않을 때였다. 조선에서 공립소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노리다카가 도쿄 근교에 살고 있는 야나기의 집을 방문한 것도 로댕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야나기가 ‘로댕 제70회 탄생기념호’로 발간한 『시라카바』 제1권 8호를 로댕에게 보냈고, 로댕이 감사의 뜻으로 보낸 조각작품 3점이 야나기의 집에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양의 조각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이들의 만남이 조선과 동양의 미를 향하게 된다.


조선민족미술전람회 전시실 풍경ㅣ1921년ㅣ도쿄 류잇소(流逸荘)ㅣ일본민예관 제공


조선의 땅을 밟고, 조선을 발견하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16년 8월, 야나기는 처음으로 조선을 방문하게 된다. 조선에 도착하자마자 야나기가 처음 한 일도 철사항아리 한 점을 사서 집으로 부친 일이라고 하는데, 야나기는 이 방문기간 동안 진정한 의미로 조선의 미에 눈을 뜨게 된다. 이때 머물렀던 다쿠미의 집에서 일상생활 속 공예품을 보고 그때까지 ‘비애미’로 파악하고 있던 조선의 미적 특질도 ‘민예미’로 변화하게 된다.

당시 일본과 서양에서는 고려청자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다쿠미 역시 1913년 즈음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으나 너무 비싼 가격 탓에 살 수가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이렇듯 조선의 물건이라고 하면 고려청자 정도가 전부였던 시절에 조선의 땅에서 경험한 조선의 공예품은 야나기에게 경이로운 미의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철사구름대나무무늬항아리」 조선 17세기 | 일본민예관 소장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9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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