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NEWS] 한정운의 그거아세요?⑮
도자기陶瓷器는 도기陶器, 자기瓷器를 합성한 말로 말 그대로 저화도에서 소성되는 질그릇과 고화도에서 소성되는 사기그릇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자로 만들어진 도자기라는 단어가 생성되기 이전
은 어땠을까요? 우선 도기는 도기로 불리기 이전에 오지그릇이라고 불렸습니다. 오지는 까마귀 오烏자와 지指자가 합쳐진 합성어로(지指자가 사용된 경우는 드물긴 합니다만 1855년에 써진 ‘우포청등록’이라는 자료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붉은 진흙으로 만들고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후, 오짓물(검은색으로 발색되는 철 성분이 높은 유약)을 입혀 구은 검은 그릇을 말하지요. 이러한 오지가 가진 성질인 투습성과 그릇의 강도를 감안하여 추후 오지그릇은 ‘질그릇’이나 ‘도공’, ‘빚어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도陶와 기器를 합쳐 도기라고 불리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본래 도陶의 원형이 ‘절굿공이를 든 사람이 방아질 하는 모습(서주시대의
문자인 금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인데, 여기에 언덕 부阜자가 결합되면서 질그릇을 구워내는 ‘가마’까지 뜻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와 언덕이 결합되어 가마를 뜻하게 되었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자기의 경우는 기와 와瓦자와 버금 차次가 결합된 자恣자를 사용하는데, 이는 곧 기와처럼 가마에서 구워서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진보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버금 차次자가 차세대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거든요. 반면 사기그릇의 한자는 모래 사沙자를 사용하는데, 가루를 빚어서 구워 만들었다는 것을 말하지요. 확실히 흙을 빚어 만든 도기와는 확연한 차이가 예상됩니다. 이러한 도자기의 어원에 대해서는 아마도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지인들과의 모임이 잦은 봄 날, 스몰토크의 주제로 추천 드립니다.
한정운 경기도자박물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