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해외브랜드는
왜 공예에 집중하는가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국내외 기업과 브랜드에서 공예와 함께 변화를 시도하며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뿐 아니라 공예의 다양성을 살리고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해외브랜드×공예로 주목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세 가지 이슈를 모았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적인 해외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소개하는 동시에 공 예에 가치를 둔 생각과 전략을 짚어봤다.
Special Feature I
〈2019 로에베 공예상을 말하다〉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2019
글_오히 도시오 大樋年雄 사진제공_ 로에베재단 번역_ 임미정
올해 6 월 도쿄에 소재한 소게츠회관 草月会館 에서 로에베재단이 선정하는 공예상 LOEWE FOUNDATION CRAFT PRIZE 이 개최되었다. 전세계에서 21 명의 최종진출자와 11 명의 심사위원, 9 명의 전문위원회위원, 그리고 수 명의 보드멤버가 참여했는데, 놀라운 건 로에베재단의 초빙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전시가 열린 소게츠회관은 건축가 단게 겐조 丹下健三 가 설계한 것으로, 전시공간인 석정 바위, 돌 등으로 꾸민 정원은 이사무 노구치의 설치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존재감 넘치는 공간에 개성 넘치는 29 명의 작품이 매우 정교하고 공명하게 진열된 것이다. 오픈식에 초대된 현대미술 관계자, 차세대 공예가, 디자이너, 출품자 등 참여자 모두가 주도 면밀한 구성에 감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로 3 회를 맞이한 로에베 공예상 전시는 매년 회를 거듭할수록 본래의 취지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세계의 공예가 ‘현대미술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오늘날, 이를 긍정하면서도 소재와 기술의 본질을 재해석하는 새로운 공예적 관점도 생겨났다. 이는 소재의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없이 현대미술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공예가 아닌, 공예 본래의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공예는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각자 독자적인 진화를 거듭해왔다. 또한 소재와 기술, 장인정신을 중시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현재는 높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공예에 지망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줄었고, 전통공예의 후계자 부족, 사회의 관심도 저하 등으로 한일양국이 처해있는 상황은 안타깝게도 비슷하다.
이번 공모전 최종진출자에는 일본과 한국의 작가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이는 심사위원들이 결코 국적이나 인종이 아닌, 예술에 가까운 공예작품과 소재에 대한 경의 등을 통해 탄생한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의 작가들이 많이 선정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일이었으며, 앞으로의 공예분야에 큰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해 11 월 필자는 〈 2018 International Crafts Forum in Seoul 〉에 참가해 행사장에서 로에베의 오너이기도 한 실라 로에베 Sheila Loewe 씨를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필자의 고향인 가나자와에서 세계 공예 공모전을 오랜기간 해 온 경험도 있고 하여, 로에베재단의 공예 지원이 갖는 의미를 나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의견을 나눈 후 재회를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3 월 실라 로에베씨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다시 만났고, 로에베 재단은 왜 공예를 지원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로에베재단은 스페인어로 쓰인 시 詩 의 국제콘테스트 시상을 주관해왔다. 이는 그녀의 아버지가 30 년 이상에 걸쳐 사회적 공헌의 일환으로 계속해온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후계자가 된 그녀가 시작한 일이 공예에 대한 지원이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소재와 기술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특수한 기 술을 보유한 장인들의 ‘수작업’을 통해 탄생한 것을 사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소중하게 사용한다. 이는 ‘패션’과 ‘공예’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개 념이기도 하다. 로에베는 장인들의 ‘정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글로벌 탑브 랜드로서의 평가를 이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장인을 보유한 로에베이기 때 문에 전람회를 통해 전세계 공예와 작가를 계몽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들이 사는 현대사회에서는 브랜드의 정의가 붕괴되고 있다. 왜냐하면 겉보기만 그럴싸한 저가의 디자인제품을 매시즌마다 구매하고, 그 것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 장인들을 존경하는 문화가 있었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최고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적 통념이 지배하는 생활 속에서는 소재에 대한 경건한 마음은 사라지고, 나무와 칠기를 흉내낸 플라스틱 그릇들이 넘쳐난다. 부모도 자식도 그런 옷을 입으면서, 소중하게 다룰 필요가 없는 그릇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통’과 ‘공예’에 관심이 있는지 물으면, 인내가 필요하고 힘들고 어두운 이미지가 있다고 많이들 답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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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