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비윤리적 현상을
형상화하다
〈박미화〉
4.17~5.18 아트스페이스3
박미화 작가의 열아홉 번째 개인전이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18일까지 32일간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다양한 형상의 도자조형들과 입체도판, 평면 드로잉 작업이 펼쳐졌다. 힘없이 누워있는 작은 양과 소녀, 날개 없는 새, 시선이 닿지 않는 전시장 구석의 별과 비석, 작품들 사이사이에 배치된 초록 잎사귀 등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낮은 채도의 색상, 묵직한 무게감, 익숙한 대상 등 작업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편안하지만 삭막함이 느껴진다. 추모하려는 사람들의 이름을 자수로 새겨넣은 304개의 설치작, 낡은 목판에 그린 목탄그림, 갑옷처럼 강직해 보이는 드레스 오브제까지 그의 작업들은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글_김은선 기자 사진_편집부
사회적 현상, 작업의 주된 축
박미화 작가는 사람과 자연, 일상과 사회 등 구체적 경험을 작업적 모티브로 삼는다. 반복되는 사회적 부조리를 접하며 형성된 작가의 사고와 사유는 특정 사건을 포착하고 대상을 이미지화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설치작 「이름」은 세월호 희생자, 험악한 사회의 희생자 등 기억해야하는 이름을 유사한 색조의 캔버스와 실로 자수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보이는 이름과 나이, 사망날짜 그리고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등 한 줄의 기록들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죽음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터키 해안가에서 숨이 끊긴 채 발견된 어린 시리아 난민인 ‘아일란 쿠르디Alan Kurdi’, 도로 위에서 다발하는 로드 킬Road kill 등 불의의 사고를 당한 모든 생물들을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기억하고 위로한다.
전시장 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어미새」는 날개가 뜯겨져 비행의 기능을 상실한 무력감에 빠진 새의 모습으로 나타냈다. 새의 묵직한 형태감은 목표의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우울감과 답답함을 드러냈다. 몸통은 동물이고, 머리는 사람의 얼굴로 나타낸 동물 도조작 「어미새」, 「어린양」은 말 못하는 짐승의 감정을 사람의 표정에 빗대어 보여준다. 드레스 형상의 「여인 입상」은 갑옷처럼 보이는 강인함과 공허한 내부로 이루어진 실체이다. 강함에 가려진 연약함에 대한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했다. 시멘트 벽에 백색 분필로 그린 하얀 꽃은 죽음을 상징함과 동시에 전시종료와 함께 소멸될 존재라는 의미를 담았다. 주변을 향한 관심 어린 시선, 연약한 존재를 감싸안고 애도하는 마음은 곧 작업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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