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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월호 | 뉴스단신 ]

‘한국도자재단 통폐합’에 대한 나의 생각
  • 편집부
  • 등록 2018-01-29 23:52:31
  • 수정 2018-01-29 23: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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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5일!
이날 경기도는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을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경기도 산하 25개 공공기관을 13개로 축소하는 용역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들여다보면 한국도자재단을 경기문화재단에 흡수 통합시켜 한국도자재단이 그동안 수행해 온 도자 문화진흥, 도자 산업진흥, 도자 전시시설 등을 각 기능에 따라 타 기관에 이관 혹은 민간에 위탁 후 한국도자재단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지난 4월 15일에는 공공기관 경영합리화추진방향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됐고, 조만간 5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이를 관철시키는 관련 조례를 제출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도자재단의 통폐합은 거의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에 격분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끓고 있다. 먼저 한국도자재단 노동조합에서 통폐합에 대한 강력한 반대 성명서를 천명했고 이어 광주, 여주, 이천시의 3개 도자협동조합에서도 통폐합 반대 탄원서를 내고 도예인 서명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 결같이 ‘한국도자재단의 통폐합은 도자문화산업의 급속한 위축은 물론 국내 유일의 도자클러스터의 붕괴와 경기 도자벨트의 단절을 초래하는 시대착오적 판단’이라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통폐합을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현재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이 날카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반대다! 크래프트노믹스 시대를 역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필자의 입장부터 먼저 밝히자면 본인은 통폐합에 강력히 반대한다. 앞선 반대자들의 주장에도 공감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크래프트노믹스Craftnomics 시대를 목전에 앞두고도 경영합리화라는 근시안적인 시각과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모 일간지 1면에 실렸던 「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라는 특집에서 ‘산업을 바꿀 기술, 몰라보고 걷어찬 한국’이라는 기사를 보고, 어쩌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도자재단의 통폐합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경기도가 민선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난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합리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도민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모색하고 공익우선, 효율중시, 책임도정 등 4대 기본원칙과 단순 숫자보다는 제 기능에 충실할 수있는 구조가 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추진한 용역 결과가 바로 통폐합 처방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경영합리화라는 말로 포장된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2001년 삼성전자가 원광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차원 반도체 소자 기술을 두고 “너무 앞선다”는 이유와 “당시에는 반도체 업계가 공급과잉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뜻 수용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여건에 처했던 인텔Intel사는 1년 4개월 뒤인 2003년 2월에 이 기술을 선뜻 받아들여 8년 후인 2011년에 세계 최초로 핀펫 반도체 양산에 성공, 확고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와 같은 판단 착오로 오직 단기성 성과에만 집착하고, 당장 돈 안 되면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많은 기업들의 후회와 탄식의 소리를 경기도는 한 번이라도 귀담아 들었는지 묻고 싶다.
한국도자재단은 지난 15년간 8번의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라는 국제행사를 국가가 아닌 경기도 주최로 단독 개최해왔다. 그것으로 세계 속에 ‘경기도’라는 이름을 만방에 각인시킬 수 있었고, 이제는 성큼 다가오는 크래프트노믹스 시대의 명실상부한 대표 주역으로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일의 도자전문기관으로 걸어온 선도자의 발걸음을 여기서 멈추겠다는 발상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충격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통폐합의 기본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도민중심의 서비스 혁신이며, 공익우선이고, 효율을 중시한 판단이며, 책임있는 도정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의 결과라고 경기도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광주, 여주, 이천 등 3개시 66만의 주민과 전국 1,614개 도자생산업체, 아니 868개의 경기도내 도자생산업체들의 공감 한마디라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인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로 전세계 도예인들을 향해 뻗었던 손길, 2009년에 한국 도자문화산업을 경기도가 책임지겠다는 결의로 ‘도자진흥재단’에서 ‘한국도자재단’으로 이름까지 바꾸었던 경기도의 과감성은 책임이 아닌 당시의 만용이었던 것인가?
나는 고육지책이苦肉之策 아닌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고 밖에 인정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하지하책下之下策 처방에 누구보다도 당당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경기도의 통폐합 처방이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공익적이고, 책임 있는 도정이 아닌 역대 최하의 하지하책下之下策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이 목전에 닥쳤다 하더라도 이럴 때일수록 더욱 당당해져야 한다. 경기도가 요구하는 단기성 경영합리화 논리에 끌려 자칫 자화자찬식 치적 공치사 내지 제논 물대기 식의 대응은 절대 금물이다. 단순히 서명하고, 읍소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대응책은 더 이상 큰 힘이 되지 않는다.
우리도 하지하책下之下策의 대응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바둑에서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실수 이후에 대처하는 능력에서 사뭇 다르다고 한다. 고수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순간 차선책을 연구하는 유연한 발상을 보이지만, 하수는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결국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다.
따라서 한국도자재단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도자의 선도자로서 걸어 온 그 여정, 그리고 앞으로 다가 올 크래프트노믹스 시대를 개막시킬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가슴깊이 새기고, 이 사태 앞에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도자세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과거의 데이터와 기능에 입각한 경기도의 경영합리화 통폐합 방안과 맞설 수 있는 차별화의 핵심무기이며, 통폐합이 아닌 경기도의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책임지는 중심기관으로 변모시키는 상지상책上之上策의 대응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필자의 소견 몇 가지를 아래와 같이 제시해본다.

첫째, 도자를 문화와 산업으로나누지 말아야 한다.
통폐합 반대 성명서의 내용 중에 도자문화와 도자산업의 분리는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인 도자문화의 위축만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도자는 공예처럼 문화와 산업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속성을 잘 융합하면 새로운 신산업, 고부가가치 산업, 창조산업의 밑거름이 된다. 한국도자재단의 조직도를 보면 사업구조가 산업을 담당하는 ‘도자지원본부’와 문화를 담당하는 ‘문화사업본부’로 확연히 구분돼있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아마도 두 본부로 나눠 양립화의 발전을 모색한 듯하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를 양립이 아닌 대립으로 판단해 분리시켜야만 경영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한듯하다. 결국 도자재단의 문화와 산업의 분리가 통폐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일 수 있다.
왜 이러한 결과가 초래됐을까? 이는 조직과 사업부문의 외향만을 양립시켰지, 융합을 위한 동등한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양립을 인정할 만한 경기도자만의 문화적, 산업적 DNA와 퍼포먼스가 발견되지 못한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 차이Gap를 줄이는 최선의 방책은 도자를 ‘도자문화’와 ‘도자산업’으로 구분하지 말고, 도자 자체가 곧 문화(도자=문화)라는 바탕 하에 도자문화를 포함한 도자산업으로 간단명료하게 정의하고 접근하는 것이다. 이로써 경기도도 도자산업을 구조조정의 처분산업이 아닌 경기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일으킬 핵심 산업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진정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가 되라!
경기도는 1999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세계 유일의 도자재단을 만들고 <세계도자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개최시켜 왔다. 그런 면에서 한국도자재단은 도자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퍼스트 무버First-mover, 선도자다. 그러나 이 명성은 안타깝게도 자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처음엔 확신과 믿음이 가득 차 보였는데 이제는 그런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요즘 공예업계의 핫이슈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가 공예도시를 만들겠다고 온통 아우성이다. 경기도가 주춤하는 사이 서울시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새로운 퍼스트 무버로 바뀌지 않을까라는 흥미로운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경기도는 도자의 퍼스트 무버로서 스타트만 끊었지 아직 결승선에 다다르지 못했다. 중간 정도를 넘어서는가 했더니 이제 포기할까 고민하는 형국이다. 완전하지 못하다. 진정한 퍼스트 무버는 기존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판도를 바꾸는 자,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밸류 크리에이터Value creator, 가치 창조자 역할을 할 때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이 잣대로 경기도를 판단한다면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그러므로 경기도는 통폐합으로 인해 그동안 달려온 퍼스트 무버의 꿈을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자신감에 가득 찼던 그 초심의 용감한 모습으로 돌아가자! 퍼스트 무버에 대한 꿈이 아직도 존재한다면 이제부터라도 퍼스트 무버의 전제조건인 ‘안목 키우기’에 주력하자. 크래프트노믹스 시대를 향한 확신이 가득한 안목부터 받아들여야 필자가 늘 슬로건처럼 외치는 K-Crafts, be ₩onderful!(공예가 돈이다)처럼 경기도의 미래가 도자였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세계도자기엑스포(1999) →도자진흥재단(2008) →한국도자재단(2009) → ( ? )
글로벌 시장 리더십에 집중하라! 한국도자재단은 1999년 <세계도자기엑스포> 개최를 위해 태어났다. 이 시작을 토대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도예인들의 주목을 받았고, 희망의 등대와 같은 존재로 발전했다. 그리고 2년마다 개최되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로 그 희망의 바람을 보답해왔다. 그러다 2008년에는 날로 어려워져 가는 도자업계의 현실을 체계적인 비전과 전략, 그리고 중장기적인 R&D투자로 이겨내기 위해서 재단이름을 도자진흥재단으로 바꿨다. 1년 뒤인 2009년에는 그 진흥의 폭을 경기도에 국한시키지 않고, 국내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한국도자재단으로 다시 이름을 고쳐 달았다. 그러나 이름 값 만큼 그 행보와 효과는 미미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퍼스트 무버로서의 성공은 바로 미래를 보는 안목이라고 했는데, 도자재단은 마치 유원지나 관광지처럼 테마파크나 이벤트에 안주했다. 이미 광주, 이천, 여주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사업과 경쟁관계를 이루기도 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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