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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월호 | 포커스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국제워크숍 참가기
  • 전신연 미국통신원
  • 등록 2014-10-31 17:06:40
  • 수정 2024-08-09 15: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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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국제워크숍 참가기

도예가 전신연의 미국 현대 도예 강연과 워크숍

전신연 도예가, 본지 미국리포터

 

필자는 몇 달전, 올 여름 한국에 방문해서 몇 주간 작업할 수 있는 레지던시를 알아보던 중에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측과 이메일로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의 레지던시는 이미 일 년 전에 예약이 다 끝난 상태라는 연락을 받고 의기소침 해 있었다. 그러던 지난 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세라믹 창작센터 김승택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7월 14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리는 노마딕 레지던스 프로그램Nomadic Residence Program에 5명의 인도 작가들이 방문하여 작업을 할 예정이니 미국 현대 도예에 대한 강연을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다. 그길로 비행기표 예약을 마치고 강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선뜻 하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한 두 달간 틈틈히 준비한다 해도 그 방대한 분량의 작가들에 대한 지식과 작품들을 두 시간짜리 PPT로 발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 드디어 55개의 슬라이드로 완성된 ‘미국 현대 도예가들과 그들의 작품들Contemporary Ceramic Artists and Their Work in the U.S’과 87개의 슬라이드로 이루어진 ‘미국 현대 인물 도예가들과 그들의 작품들Contemporary Figurative Ceramic Artists and Their Work in the U.S’ 두 세션으로 나누어서 영어로 발표하기로 했다. 7월 중순경, 한국에 도착해서 만일을 위해 한국어로 된 텍스트도 준비했다. 

김해에는 7월 30일 도착하게 되었고, 마침 몇 주 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후원으로 창동 레지던시 스튜디오에 들어와 작업하고 있던 외국인 작가 아홉 명 중 두 명의 작가와 동행하게 되었다. 이들은 영국에서 온 비디오 작가 알렉스 위테커Alex Whittaker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인스톨레이션 작가 압두스 살람Abdus Salam이었는데,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과 한국 현대미술관과의 작가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2주간 김해에 거주하러 내려가는 참이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의 담당자인 김승택씨가 그 전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의 작가 두 명을 창동 스튜디오에 데려 오고 다음날인 30일 알렉스와 살람, 그리고 필자를 데리고 김해로 내려갔다. 4시간 반이 넘는 여행 동안 그들로부터 영국과 방글라데시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과 그들에게 비춰진 2-3주간의 한국에 대한 인상, 창동 레지던시 등에 대해서 상세히 들을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유쾌한 마음으로 김해에 도착했다.

 

세라믹 창작센터에 도착한 후 다음날 있을 발표 준비와 8월 1일에 있을 워크샵 시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두상을 제작하기 위해 사용될 나무 지지대와 푸키Puki를 만들고 나서 센터의 시설을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올해 가을 클레이아크에서 있을 전시회 때문에 지난 봄 몇 달 동안 작업을 해온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여선구(조지아 대학교 교수)의 거대한 도자조형물을 센터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이미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초벌 소성을 위한 가마 재임 전의 작품들을 보았기 때문에 재벌소성까지 마친 완성된 그의 작업을 보는 것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여선구 작가의 대형 도자조형 작품

 

7월 31일 오전에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최성재 교수의 한국 도예와 그의 작업을 주제로 한 PPT 강의와 화장토를 붓으로 바르고, 빗자루 등의 도구나 손가락을 사용해서 도자기물 표면에 표현하는 작업과 자국을 남기는 등의 다양한 장식 기법을 지닌 분청사기 제작시연 과정을 보여주었다. 최 교수가 한국말로 발표하고 시연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한국인 미국 유학생 이아름 양이 영어로 통역해 인도와 영국, 방글라데시 작가들이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최성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의 제작시연 

 

점심식사 후, 오후 2시부터는 필자가 ‘미국 현대도예’에 대해 1, 2부로 나누어 발표했다. 1부에서는 1950년대 초 미국 도예의 개척자인 피터 볼커스Peter Voulkos를 시작으로 그의 제자, 동료들인 파울 솔드너Paul Soldner와 스티븐 데 스테블러Stephen De Staebler, 그와 막역지우인 루디 오티오Rudy Autio,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Bay Area의 아티스트들인 로버트 아네슨Robert Arneson, 바이올라 프라이Viola Frey 등의 미국 현대 도예의 1세대 작가들을 소개했다. 또한, 캔 퍼거슨Ken Ferguson, 베티 우드만Betty Woodman, 캔 프라이스Kenneth Price, 토시코 타케쥬Toshiko Takaezu, 랄프 바세라Ralph Bacerra등의 근래에 작고한 작가들과 아직 살아있는 커트 와이져Kurt Weiser, 리차드 놋킨Richard Notkin을 포한하는 2세대 도예작가들 그리고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작품을 제작하는 젊은 아티스트 앤디 브레이만Andy Brayman, 앤드류 스나이더Andrew Snyder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리고 기능적인 용기를 제작하는 크리스 거스틴Chris Gustin, 샘 청Sam Chung, 조쉬 드위즈Josh Deweese, 쥴리아 갈로웨이Julia Galloway, 스티븐 리Steven Lee, 헤인 베일리스Hayne Bayless를 소개하고 그들 각자가 사용하는 독특한 기법이나 추구하는 방향성, 그들의 교육 배경과 작품에서 보여지는 영향 등을 내용으로 다루었다. 그 외에도 보니 시만Bonnie Seeman, 린제이 페어Lindsay Feuer와 마이클 쉐릴Michael Sherill등의 유기적인 식물에 근거한 아름다운 형태의 도자물과 믹스드 미디어를 제작하는 작가들을 다루었다.


‘미국의 현대도예’ 프레젠테이션

 

2부에서는 미국 현대 인물 도예가들이란 주제로 90여 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사람/인간 형상을 다루는 미국 현대 도예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 했다. 필자 역시 오랫동안 작업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인물이기 때문에 애정을 갖고 미국 인물도예가들과 그들의 작업을 지난 8년간 주시하면서 연구하고 계속 업데이트해 오고 있었다. 이 자료들은 필자 지난 5년간 재직하고 있는 미국 타우슨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인물 조소와 모델링을 가르칠 때에 사용해 오고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정확한 가장 최근의 동향과 작품들을 알려주기 위해서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계속적으로 첨삭해 오던 자료이기는 했지만, 이번 발표를 위해서 최종적으로 26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메일을 통해 필요한 것은 물어 보고, 그들의 웹사이트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가장 최근 동향을 살펴보며 발표를 준비했었다.

필자는 왜 인물의 형상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느냐는 질문에 늘 이렇게 대답해 왔다. 

“인간의 형상은 누구나 공감 할 수 있고 그들의 과거의 경험이나 시각에 의해 해석을 각기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관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품을 나름대로 해석하고자하는 그 누구와도 대화를 가능케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물의 형상은 인종이나 성별, 연령 등의 개인차를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동일한 틀로서 존재하고, 누구나 그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인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경험과 사고의 범위에 따라서 작품의 해석과 이해의 폭이 다양해질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관객과 공감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물을 소재로 하는 작가들 대한 연구를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 중 하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인체라는 같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도 제 발표를 통해 소개하는 작가들은 각각의 표현양식이 확연히 구분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삶, 생각, 교육배경, 자라온 환경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이 그들에게 중요한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들 중 첫 번째 그룹에는 아름다운 인물과 말 등을 커다란 반추상적인 항아리 형태의 표면에 화장토로 그림을 그린 루디 오티오Rudy Autio, 사회 풍자적인 재미있는 여인상들을 제작하는 패티 와라시나Patty Warashina, 서술적인 이미지들을 반추상적인 인체상들에 부조식으로 제작한 크리스틴 페드리기Christine Fedrighi, 로버트 아네슨Robert Arneson과 마뉴엘 네리Manuel Nery를 스승으로 둔 서술적인 인물상과 벽걸이용 믹스드 미디어 작업을 해 온 아써 곤잘레스Arthur Gonzalez, 워싱턴 대학Washington University in Seattle에서 도예를 가르치는 믹스드 미디어 인물 작가 덕잭Doug Jeck 그리고 같은 대학에서 일본 서예와 페인팅의 영향을 받은 위트 어린 인물상들을 제작하는 아키오 타카모리Akio Takamori 등을 소개했다. 이들은 미국 현대 도예의 제 1, 1.5 세대 인물 작가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의 과거 10여 년 동안의 작품의 변천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다음 그룹에는 현재 활동을 하고 주요 세라믹 갤러리에서 대표작가로 왕성하게 전시하고 있는 작가들로, 크리스틸 보거Christyl Boger, 에스더 시마쥬Esther Shinazu, 마이클 루세로Michael Lucero, 낸 스미스Nan Smith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조각가로 알려져 있지만 세라믹으로도 작품을 하는 데이지 영 블러드Daisy Youngblood, 메사츄세스 지역에서 인물과 동물상을 이용해 사회 속에서 소녀들의 역할에 대하여 작품으로 이야기 하는 신시아 콘센티노Cynthia Consentino, 2007년 본지에서 소개된 의 참여작가 마가렡 킬란Margaret Keelan과 우리들이 삶을 영위하는 사회에서 겪는 상처받는 자존감이나 심리적, 감정적 손상들을 무표정한 벌거 벗은 남녀 인물들로 표현해 서로의 찢겨지거나 벌어진 상처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행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저스틴 노박Justin Novak 등의 작가들을 소개했다. 

세번째 그룹으로는 아키오 다카모리Akio Takamori, 세르게이 이수포프Sergei Isupov, 노이 볼코브Noi Volkov, 여선구Sunkoo Yuh, 쿠쿨리 벨라르디Kukuli Velarde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각기 일본, 러시아, 한국, 페루 등지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와 인물과 동물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특히 이 다섯명의 작품들에서는 그들이 갖고 있는 이국적인 문화와 다양한 교육적 환경적 배경 등으로 인해서 기존의 미국 작가들과는 차별된 미적 성향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노인과 아기를 주제로 인물상들을 제작하는 팁 톨란드Tip Toland, 18세기 유러피안 포슬린 인물상figurine들에서 영감을 받아 묘한 남녀 사이의 관계를 포슬린으로 묘사하는 크리스 안테만Chris Anteman, 동물의 괴기스런 몸짓을 사람의 몸에 표현하고 그것들을 우수꽝스러운 비례로 만드는 앤 드류 포터Anne Drew Potter, 물레작업으로 만들어 접합시킨 인물상을 이용하여, 어릴 적 잊혀진 기억들을 인물 도자 작품으로 승화시킨 독일에서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활동하는 게릿 그림Gerit Grim, 인간의 불안한 감정이나 정신 상태를 동물의 제스쳐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베스 카베너 스티쳐Beth Cavener Sticher 등의 작가들을 다루며 그들의 교육 배경, 자라온 환경, 추구하는 방향 등을 짚어 나갔다.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발표를 하다 보니 발표가 예정보다 길어져 거의 3시간이 넘어서 끝났는데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떠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다. 

다음날인 8월 1일에는 오전 10시부터 필자의 아티스트 톡이 있었다. 인도에서 온 레지던트 아티스트들과 창동 스튜디오에서 함께 내려온 영국과 방글라데시에서 온 작가 그리고 클레이아크 관계자 여러분까지 강의실에 모였다. 준비한 55개의 슬라이드를 이용해 필자의 지나온 10여년의 활동을 소개했다. 세라믹 인물상들과 커다란 항아리부터 컵까지의 예술적 기능 용기들, 또 가장 최근에 제작한 인스톨레이션 작업들을 선보였다. 슬라이드 강연 이후에는 아래층 스튜디오에서 두상 제작 시연이 이어졌다. 사람의 머리를 만드는데 있어서 알고 나면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핵심적인 비례 법칙과 얼굴, 눈, 코, 입 등에 존재하는 관계 순서를 소개했다. 다음에 열거한 이들 기본 법칙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필자의 작품제작 시연

 

1 머리의 넓이는 어깨 넓이의 1/3이다.

2 귀의 위치는 옆머리 넓이의 중간에 위치한다. 

3 눈은 턱의 가장 아래선과 이마의 머리카락 선의 중간에 위치한다.

4 코의 위치는 얼굴의 넓이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5 코의 가장 아래선은 눈썹과 턱의 가장 아래선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법칙들을 그 전날 준비해놓은 흙 두상 기본 형태에다 어떻게 적용하는지 보여주고 얼굴의 피부아래에 있는 근육이나 뼈해골, skull를 이해하고 공부하면 사실적인 사람 머리를 만드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애매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얼굴 표정과 몸짓을 모델링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느낌을 받는 인물의 사진을 이용해서 어떻게 표정을 진화시켜 나가는지 이야기하고 전체적인 작품 제작과정을 소개해 주었다. 제작과정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고 참가자들에게는 제작 시연 바로 이전의 아티스트 톡에서 본 필자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상 작업의 기본 형태들

 

남은 삼일의 체류기간 동안, 시연했던 두상 2개와 그것들에 연결된 추상적인 오브제들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 했지만 에어컨 고장과 계획에 없던 부산으로의 여행 등으로 빠듯한 일정을 보내고 토요일과 일요일 마지막 이틀을 밤을 새워서 두개의 두상을 포함한 일곱개의 오브제들을 완성했다. 

 

성형 완성된 두상 작업들

 

이번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가진 것과 비록 짧았지만 새로운 작업환경에서 미국 현대 도예에 대한 연구를 소개한 경험은 필자에게 아주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더불어 그곳을 찾아온 방문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열린 마음으로 도와준 모든 스태프와 행사를 기획, 진행한 김승택씨, 강연자들의 시연 준비를 돕고 가마 소성을 담당해준 테크니션 이병철씨, 다섯 명 인도작가들의 식사부터 여행, 오락까지 그들이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해준 김영현씨의 수고와 도움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들의 탁월한 팀웍 없이 이 행사는 불가능했으리라고 생각된다.

또한 5박 6일의 짧지만 의미있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의 방문 경험은 필자에게 한국에도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온 여러 작가들이 편안히 머무르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레지던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곳이 앞으로 미국 헬레나의 아치브레이 파운데이션Arch bray Foundation for the Ceramic Arts처럼 국제적인 도자예술의 산실로 부상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소망하며 이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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