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는 동물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그는 관찰자이자 당사자의 시선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물과 인간의 동질성을 기민하게 포착한다.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은 원치 않게 정해진 좁은 공간을 배회하며 스트레스를 겪곤 한다. 때로 규격화된 틀에 자신을 맞춰야 해서 괴로워하기도 하고,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구애의 뜻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작가는 영상이나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채집한 시선을 작품에 담아낸다. 동물의 외형을 빚고, 섬세하게 털 등을 그리거나 붙이고, 그 안에 동물이 꿈꾸는 자연을 상상하며 그려 넣는다.
작가는 우연히 동물원에 갇힌 동물 영상을 보고 자신과 닮았다고 느낀 데서 동물을 주제로 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이 반복적으로 과잉 행동을 하는 것을 ‘정형행동’이라고 한다. 동물들도 인간처럼 정신적 고통을 느끼면 몸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 중 처음 접한 것은 곰이었다. 찾아보니 코끼리, 하마는 물론 벨루가나 타조와 같은 동물들도 정형행동을 했다. 이를 보며 그는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들이 자연을 안식처로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우리」 연작에서 그는 동물의 내면을 보여주듯 반으로 나뉜 몸의 단면에 숲을, 나무를, 물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개인전 제목을 《우리》라고 했다. ‘우리’에 갇힌 동물은 ‘우리’와 같은 생명체이다. 동물은 사람 과 같이 고통과 쾌락, 만족을 느낀다. 일부 동물은 사회생활을 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사람과 비슷하다. 우리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아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들과, 사회라는 틀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들. 사람들이 편안한 집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처럼 동물원 동물도 사람과 다를 것 없이 편안한 자연을 마음에 품고 있지 않을까. 동물원 동물들의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길, 더불어 사람들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정형 행동이라도 잠만 자는 행위보다는 낫다. 활동을 통제 당한 채 무기력하게 잠든 동물의 모습에서 작가는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고통스럽게 무기력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잠으로 도피하는 모습은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 놓인 듯하다’고 그는 말한다. 「경계」 연작은 눈을 감고 웅크린 동물의 형태를 하고 있다. 단면에 그려진 자연이 꼭 닿을 수 없는 안식처 같다. 때로 서로 공존하기 위해 사람은 새의 날개 끝을 자른다. 「102, 703」에 묘사된 새는 ‘윙컷’을 한 새이다. 비행깃을 잘린 새는 장거리를 날지 못한다. 이 모습이 꼭 ‘꿈을 재단당한 채 틀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 같아서, 새를 주제로 한 작업에는 꿈을 되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올해 첫 개인전을 마친 김지호는 숭의여대에서 주얼리를 전공했다. 본격적으로 도예의 길에 들어선 것은 동덕여대 디지털공예과로 편입해 도자를 전공하면서이다. 금속을 전공할 때에도 동물을 주제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학부 때 동물의 형상을 만들고 안쪽에 그림을 그리는 현재의 형태를 완성했다. 동물 작업을 하며 금속과 도자를 모두 다뤄본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 「해피」는 도자로 만든 강아지 본체에 왁스 카빙으로 주물을 뜬 새싹의 형태를 결합한 작품이다. 또한 도자 작품의 형태에 따라 받침대를 금속으로 만들어 조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도자와 금속을 에폭시나 실리콘 등의 접착제를 사용해 결합하다가, 금속 봉 형태로 용접해 끼웠다 뺄 수 있도록 탈착 방식을 개선했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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